결혼·출산 장려보단 재산 이전 목적
증여세 신고 유도…세원 양성화 성격
[세종=뉴스핌] 김명은 기자 = 정부가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한도 확대가 부모 사망 전 증여를 늘려 부의 세대 간 이전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점을 새삼 강조했다.
공식적으로는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세제지원 방안이라는 점을 앞세웠지만 실제로는 혼인을 계기로 세부담 없이 자녀 세대로 부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힌 것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의 용처에 제한을 두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기재부 "부유층 탈루 수단?…이해하기 어려워"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달 31일 진행된 '6월 국세수입 현황' 브리핑 직후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한도 확대 방안이 부유층의 탈루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탈루를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특히 신혼집 마련으로 용처에 제한을 두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도 있는데, 용처를 제한하면 집행 과정에서 국민 불편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결혼시점에 전셋집·월셋집을 구하는 경우, 부모와 함께 살다가 추후에 내집 마련을 하는 경우 등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용처를 한정하는 게 형편상 맞지 않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현재 증여세는 사유를 구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10년간 5000만원까지 공제가 이뤄진다.
만약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한도가 상향되면 결혼자금만 별도의 사유로 분리해 관리하게 되는데, 그 안에서 용처까지 나누게 되면 납세자가 불편을 겪을 거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재산 용도를 제한하더라도 관련 자금이 증여재산인지 다른 재산인지 확인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부는 대신 시가보다 높거나 낮은 가격의 부동산 양도, 주식상장이익 등 혼인증여공제 취지와 맞지 않은 것들에 대해선 공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정 실장은 "집이 있는 자녀에게 부모가 재산을 더 물려줄 수 있지 않느냐며 악용 가능성을 지적하는데, 그런 분들도 앞서 증여세를 냈을 것"이라며 "(이번 정책은) 혼인을 기초로 해서 자녀 세대로 세부담 없이 부가 흘러가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 "결혼 계기로 사전증여 늘여 세대 간 부 이전 촉진"
정부가 당초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한도 상향 방침을 밝히자 이번 대책이 결혼·출산 장려보다는 증여세 신고 활성화 유도에 방점이 찍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결혼을 계기로 사전증여(피상속인 사망 전 재산을 물려주는 일)를 늘려 부의 세대 간 이전을 촉진하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스핌] 최승주 인턴기자 =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병원의 산부인과에 시민들이 진료를 위해 방문하고 있다. 22일 통계청은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3.02.23 seungjoochoi@newspim.com |
결혼자금 증여는 사실상 과세 사각지대에 있다. 주택구입·전세 자금 마련을 위해 부모 등으로부터 증여를 받고 실제로 증여세 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과세당국의 추적조차 쉽지 않은데다 뒤늦게 발각이 되더라도 금전 차용계약서 작성 등으로 과세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대책이 결과적으로 공제를 늘려줄테니 사전에 증여를 많이 하고 세금을 투명하게 내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세수 확충 방안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한도가 세원 양성화 방안의 하나로 평가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혼 후 재결합하는 커플에 대해서도 추가공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등 제도 악용 사례가 나올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정 실장은 "세금 1000만원을 줄이기 위해 서류상에 이혼의 흔적을 여러 번 남기려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정부의 이번 대책에 대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초부자 특권 감세'라고 비판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1억원 추가 공제 조건에 '출산'을 집어넣는 방안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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