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지수' 수도권 대부분 평균 이하
'녹지지역 비율'에 따른 행복도 가장 큰 차이
전문가 "도심 녹지비율 늘여야…현재는 역행 중"
코로나팬데믹을 겪으며 전 세계인의 일상에도 급격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그런 가운데 대한민국의 행복지수가 'OECD 하위 1%권'이라는 유엔 진단서가 날아들었다. 국민 행복감은 코로나19와 경기 침체 등을 거치며 최근 3년 내리 악화됐다. 코로나앤데믹 전환을 앞둔 현재 '불행'은 우리가 당면한 사회적 위험이고 '행복'은 미래 사회 핵심 어젠다 중 하나이다. 대한민국 행복의 걸림돌은 무엇이고, 어떻게하면 국민이 행복해 질 수 있을지 뉴스핌이 짚어본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여유를 잃은 생활로 인해 우울감이 찾아왔어요. 자연 가득한 '제주살이'는 그런 내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갑자기 제주 한달살이를 결정한 이호준(29) 씨는 여행의 계기에 관해 "열심히 달려올 줄만 알았지 정작 쉬는 법은 모른채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휴학을 결정하고 사람과 일에서 멀어져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제주도로 떠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행복진단서] 글싣는 순서
1. '코로나 3년' 불행 커졌다
2. '취준생·고독사' 5명 중 1명 사회적 고립
3. '만족' '행복' 비수도권 높아...환경이 좌우
4. 교육 자율성 부재…MZ 관통한 '불공정' 이슈
5. 급변하는 인구구조, 경제 성장 '마이너스' 경고
6. "韓정치, 국민 행복 발목잡는 주범"
7. 김현곤 국회미래연구원장 "기회보장, 낙오자 줄여야"
이 씨는 "사실 그 곳에 가서 반드시 제가 원하는 여유와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제주에서의 생활은 제 가치관을 크게 바꿔놓았다"고 했다. 그는 "눈을 돌리면 보이는 바다, 오름, 논밭, 고즈넉한 시골 풍경은 제 마음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게 해주었다. 하나도 걱정할 것이 없다는 듯이 눈에 가득 담긴 안돌오름의 초록색 잔디밭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전했다.
최근 이씨와 같이 제주한달살이를 결심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특히 코로나 당시 좁은 집에서 갑갑한 생활을 하던 이들이 학교나 직장을 그만두고 훌쩍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은 여행을 가기로 결심한 계기에 대해 "답답한 도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도시는 실제로 답답하다. 우리나라는 지역 내 거주하는 인구의 과밀 정도를 나타내는 인구밀도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밀도는 지난 2020년 기준 1㎢당 51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상위에 해당했다.이는 세계 인구의 18%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나 인도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서울의 인구수는 지난 2021년 기준 950만명으로 인구밀도는 1㎢당 1만5699명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서는 출퇴근 시간대 버스와 지하철에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몰리는 일이 다반사다. '지옥철'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지 오래다.
현시대 청년들은 교육과 일자리를 따라 서울로 향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22년 3분기 서울 거주 청년 인구는 264만 2996명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에 초밀집한 청년들은 도심 곳곳에 위치한 10평이 채 되지 않는 고시원, 원룸, 고시텔 등에서 생활한다. 우리나라 1인당 주거 면적은 다른 나라에 비해 작았다. 2020년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주거 면적의 꾸준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한국(33.9㎡, 2020년 기준)은 선진국들에 비해 수치상 1인당 주거 면적이 작은 편이었다. 미국(65.0㎡, 2020년 기준)의 절반에 불과하고 일본(40.2㎡, 2018년 기준)이나 영국(43.2㎡, 2020년 기준)보다도 작았다.
인구가 서울에 몰리다 보니 범죄율도 상승 추세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국민생활안전실태조사'에 따르면 범죄율은 2012년 인구 10만 명당 4,600여 건에서 2016년 3,556여 건으로 감소하였다가 2020년 3,806여 건으로 다시 증가하고 있다. 지역별 범죄 피해율에서는 서울과 경기도가 45,46를 각각 기록하며 최하위를 기록한 제주도와 4배가량 차이났다.
이 때문에 A씨와 같은 '제주 한달살이' 등 트렌드가 속속 나온다. 누우면 꽉 차는 방, 출퇴근길 지옥철, 쾌쾌한 미세먼지, 범죄가 끊이지 않는 삭막한 도시에서 벗어나 제주행을 결정한 이들은 하나같이 "자연으로부터 치유받았다"고 말한다.
제주에 사는 이들의 행복지수는 수도권에 비해 높았다. 국회미래연구원에서 제작한 '대한민국 행복지도-삶의 만족도'에 따르면 제주도는 0.7113으로 전체 2위를 차지하며 평균치(0.4937)을 크게 웃돈 반면 서울을 비롯한 인천·부산·대구·경기 등은 모두 평균보다 낮았다.
환경 영역 중 행복지수에서 가장 큰 차이를 드러낸 것은 도시지역 중 녹지지역의 비율이었다. '환경' 영역은 크게 환경 체감도, 1인당 산업폐수 방수량, 녹지지역 비율, 미세먼지, 인당 생활폐기물 배출량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이를 분석한 결과 서울과 제주는 '녹지지역 비율'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자연환경이 행복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도심 속 녹지공간을 확충에 정부가 힘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미래 지향적 가치 등으로 볼 때 녹지 공간을 지금보다 더 확보해야 한다"라며 "현재의 정부 정책은 큰 그림에서 보면 '환경도시'에는 역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서울의 경우 개발 수요가 많아서 그린벨트만 관리를 해도 한계가 있는데 최근에는 그린벨트마저 훼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도시계획 분야에서는 환경 도시를 위한 대안으로 '자율주행'으로 인한 도심공간 확충에 대한 기대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교통이나 도시계획 쪽에서는 한 줄기 햇빛처럼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 자율주행의 도입"이라며 "자율주행 도입으로 도심의 주차 공간이 없어지고 도로도 줄어들게 된다면 그 여유 공간을 녹지공원으로 조성해 어느 정도 도심의 숨통을 틔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