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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X 사태, 코인시장 제도권 편입 '지름길' 될까

기사입력 : 2022년11월18일 10:37

최종수정 : 2022년11월18일 10:37

FTX 파산으로 가상화폐 시장 '투기판' 이미지 각인
가상화폐 신뢰도 추락으로 제도권 편입 지연 예상
규제 강화로 옥석 가려지면 주류 금융자산 인정될 수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 보호 신청이 가상화폐 시장 전반에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이번 사태로 코인시장의 제도권 진입 전망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지난 2일(현지시각) FTX 계열사인 알라메다의 위태로운 대차대조표 상태를 지적한 코인데스크의 보도가 나온 뒤 바이낸스의 인수 의사 철회, 11일 FTX의 파산보호 신청까지 열흘이 안 되는 시간 동안 이번 사태는 암호화폐 업계를 넘어 금융시장 전반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FTX 사태가 터지기 직전 2만달러 위로 올라서며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려던 비트코인은 1만6000달러선으로 고꾸라졌고, 암호화폐 대출업체 블록파이의 대출 중단에 이어 제네시스와 제미니거래소의 거래 중지 소식이 잇따르는 등 충격파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FTX의 위법행위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개인 투자자를 비롯 최악의 투자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점차 고조되는 상황이다.

다만 FTX 사태로 가상화폐를 비롯한 금융시장 전반에 단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하나 이번 일을 계기로 적절한 규제가 마련돼 부실 거래소 및 기업들이 퇴출되고 나면 장기적으로는 가상화폐가 주류 자산으로 인정받을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투기판' 이미지 각인시킨 FTX 사태

'투명성'과 '분산화'를 내걸고 기존 금융시스템과의 차별성을 내세우던 가상화폐 시장은 지난 5월 테라·루나 사태에 이어 이번 FTX 파산까지 겹치면서 비도덕적인 거래가 횡행하는 투기판이라는 이미지를 굳히게 됐다.

올해 이미 셀시우스와 보이저디지털 등 여러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이 가상자산 가격 폭락과 이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파산한 사례가 속출한 상황에서 FTX는 그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파산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번 FTX사태를 두고 업계에서는 '코인판 리먼 사태', '코인판 엔론 사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FTX가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이 업체의 부채 규모는 최소 100억달러(약 13조원)에서 최대 500억 달러(약 66조원)이며, 파산신청 대상에는 130개가 넘는 FTX의 계열사가 포함됐다.

특히 캐나다 온타리오 교사 연금,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등 기관 투자자들을 포함해 전 세계 FTX 채권자만 최대 100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이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FTX로부터 투자받은 핀테크 업체 로빈후드 주가가 폭락했고, FTX 그룹에 투자나 대출을 해준 블랙록과 세쿼이아캐피탈 등도 줄줄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번 일로 인한 충격파가 기존 금융시스템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리먼 사태에 비견된다.

FTX는 코인 벤처 투자에 실패한 알라메다의 빚을 갚기 위해 고객 계좌에 있던 FTT 코인 100억달러 어치를 고객 동의 없이 알라메다에 무단으로 대출해 준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영진이 짜고 저지른 범죄라는 점에서 엔론 사건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재계 서열 7위였던 석유기업 엔론은 13억달러 규모의 고의적인 분식회계 끝에 결국 2001년 파산,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FTX 파산에 심각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존재한다면서, 이번 일이 엔론 사태와 더 닮은꼴이며 "재정적인 오류가 아니라 똑똑한 사람이 만든 사기의 냄새가 난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블룸버그통신은 가장 우량한 거래소 중 한 곳으로 꼽히던 FTX 파산은 테라 붕괴나 셀시우스 파산 이상의 충격을 시장에 던졌다고 평가했다.

코인베이스 주가(왼쪽)와 비트코인 가격(오른쪽) 한달 추이 [사진=구글차트] 2022.11.18 kwonjiun@newspim.com

◆ 등돌리는 기관들

FTX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가상화폐 시장의 제도권 편입 움직임은 점차 가속하고 있었다.

비트코인 역대 최고가 랠리가 이어지던 작년에는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됐고, 페이스북처럼 자체 가상화폐를 도입하는 곳도 늘었다.

특히 비트코인은 사기라며 가상화폐에 부정적 의견을 보이던 JP모간마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가상화폐 시장은 제도권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FTX 사태를 계기로 이러한 가상화폐의 제도권 편입 움직임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14일 블룸버그통신은 다수의 펀드 매니저들이 포트폴리오 다각화 혹은 디지털 금으로써 비트코인 투자는 실패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 손실이 막대하고 시장 구조가 너무 위험하다는 것이다.

통신은 기관들을 중심으로 가상화폐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더욱 커지면서, 기관들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가상화폐가 편입될 가능성이 완전히 닫힐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츠의 자산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하니 레다는 "한때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상화폐를) 전략적 자산 배분에 편입할 만한 잠재적 자산 클래스로 검토하던 때가 있었다"며 "이는 이제 완전히 논외가 됐다"고 말했다.

◆ 규제 도입 '속도'

한편 이번 사태로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 도입에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바이낸스를 시작으로 해외 거래소들은 잇따라 준비금 증명 움직임에 나서며 자체 규제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창펑자오 바이낸스 대표는 지난 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모든 가상자산 거래소는 머클트리 준비금 증명을 진행해야 한다"면서 "은행은 부분적으로 준비금으로 운영되나 가상자산 거래소는 그렇지 않아 바이낸스는 조만간 완전한 투명성을 위해 준비금 증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게이트아이오, 쿠코인, 폴로닉스, 비트겟, 후오비, OKX, 비트맥스, 크립토닷컴, 데리빗, 바이비트 등 10개 거래소가 준비금 증명에 동참하겠다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준비금 증명이란 사용자가 자신이 사용하는 거래소의 보유 자산을 실시간으로 감사할 수 있는 기술이다.

규제 당국이 무법지대인 가상화폐 시장의 고삐를 바짝 좨야 한다는 '정부 역할론'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과거 미국에서 엔론 회계부정 사건이 터진 뒤 2002년 '사베인-옥슬리법'이라고 부르는 회계감사를 대폭 강화한 법이 생겼는데,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한 법이 생겨날 것이란 관측이다.

선진국에서 이미 예치금이나 스테이블 코인에 관한 규제 법안들이 진행 중이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법 제정이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방준비제도 부의장은 "가상화폐 기업들이 고도로 집중돼 있고, 상호 연결돼 있으며 도미노 효과가 크다"면서 "한 플랫폼의 실패가 다른 곳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존 금융 체계에 대한 규제처럼 레버리지, 유동성, 소비자자산 보호 부문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도 "주요 7개국(G7) 권고사항에 따라 가상화폐 규제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사진=블룸버그]

◆ 단기 악재·장기 호재?

이번 일이 시장 전반에 단기 악재임은 확실하나 업계와 정부가 이번 일로 어떤 개선점을 내놓을지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가상화폐가 투기상품이 아닌 금융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디지털 자산 관리 회사인 비트와이즈 최고정보책임자(CIO) 맷 휴건은 FTX 사태 수습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코인 시장이 제도권으로 편입하기 위해 필요한 명확한 규제가 마련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FTX 사태로 가상화폐 시장 전체가 위축되기보다는 업계 내 옥석이 가려지고 투명성도 강화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는 "가상자산산업은 앞으로 하나의 거래소로 압축될 것이고, 그 하나만 남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거래소들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물론 가상화폐 시장 자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형 거래소인 FTX의 갑작스러운 붕괴는 가상화폐 에코시스템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면서, 이에 중대한 변화들이 생기지 않는 한 가상화폐 시장이 기존의 주류 금융 시스템에 편입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침체 예고로 유명한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트위터에 "바이낸스 창업자가 FTX 창업자보다 더 수상하다"면서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투자금을 위험 자산과 섞고 불투명하게 운영해 전형적인 '뱅크런의 어머니' 모습이며 결국 모두 붕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이버안전 전문가인 조세핀 울프 터프대 교수는 가상화폐는 정부에 의해 보장되지가 않는다면서, 누구든 가상화폐를 매수할 수는 있으나 본질적으로 모든 가치를 잃을 수 있는 매우 불확실한 것에 투자하는 것이며, 만약 그렇게 한다면 거기에는 어떤 보호도 없다고 경고했다.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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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HBM3E 12단 '승부수'..."파운드리 2분기 반등" [서울=뉴스핌] 김지나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뺏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HBM3E 12단 제품을 하이닉스 보다 먼저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격적인 HBM 시장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HBM3E 제품에 있어 12단이 아닌 8단에 대한 고객들의 요구가 많은 상황이라 HBM3E 12단 제품의 앞선 양산 전략이 맞아 떨어질 진 두고봐야 하는 상황이다.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부는 2분기부터 실적 반등이 기대되고 있다. ◆"HBM3E 8단 2분기말부터 매출 발생"...아직 시장 의구심 남아 30일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확정실적을 발표한 후 컨퍼런스콜을 통해 "업계에서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 샘플을 공급하고 있고, 2분기 중 양산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HBM3E 8단 제품은 이미 초기 양산을 개시했고, 빠르면 2분기 말부터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삼성전자 HBM3E 12H D램. [사진=삼성전자] 현재 HBM 시장에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인공지능(AI)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와 함께 AI반도체로 불리는 HBM에 대한 시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고, 이 시장에 적기에 대응한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주도권을 가져갔다. 반면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 보다 시장 대응에 한발 늦긴 했지만, HBM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며 빠르게 SK하이닉스 뒤를 추격하고 있다. 이번 컨퍼런스콜을 통해 엿볼 수 있는 HBM 시장에 대한 삼성전자 전략은 SK하이닉스가 HBM3E 8단 공급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 더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HBM3E 12단을 SK하이닉스보다 먼저 양산해 HBM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5일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HBM3E 12단 제품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측은 "올해 고객이 원하는 HBM3E 제품은 주로 8단"이라며 "HBM3E 12단 제품은 고객 요청 일정에 맞춰서 올해 3분기 개발을 완료하고 고객 인증을 거친 다음 내년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HBM3E 12단을 2분기부터 양산하겠다고 밝혔지만, 이것이 공급으로 이어질 진 아직 미지수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적발표에서 구호적으로 HBM 출하량을 공격적으로 말했는데, 아직까진 고객 승인이나 공식적인 발표가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에서 의구심은 남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 공급규모는 비트 기준 전년 대비 3배 이상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고 있고, 해당 물량은 고객사와 공급 합의를 완료했다"면서 "내년에도 올해 대비 최소 2배 이상 공급할 계획이고, HBM3E 비중은 연말 기준 판매수량의 3분의 2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파운드리 1분기 저점, 2분기 반등 매출성장"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의미 있는 점은 역대 1분기와 비교해 올해 1분기 최대 수주실적을 달성했다는 점이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는 4나노미터 공정에 있어 수율은 안정화시켰다. 이에 고객사 재고 조정이 마무리 되는 한편 라인 가동률이 개선되면서 2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SNS] 삼성전자 관계자는 "선단공정 2, 3나노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 중에 있고, 특히 4나노 공정 수율 안정화에 따라 티어 1고객을 중심으로 제품 생산을 크게 확대했다"면서 "이로 인해 역대 동기 최대 수주실적 기록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분기는 점진적 시황 회복이 기대되는 가운데 고객사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고 라인 가동률이 개선됨에 따라 매출은 1분기 저점을 찍고, 2분기부터 반등해 전분기 대비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테일러에 있는 파운드리 공장 역시 단계적 가동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부는 시장 고객 수주 상황에 맞춰 미국 테일러 공장을 단계적으로 가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첫 양산 시점은 2026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개선과 맞물려 5개 분기 만에 반도체 사업부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반도체 사업을 하고 있는 DS사업부 1분기 매출액은 23조1400억원, 영업이익은 1조91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68% 늘었다. 전체 실적 기준으론 매출액 71조9200억원, 영업이익 6조61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액은 13%늘고 영업이익은 932% 급증했다.   abc123@newspim.com kji01@newspim.com 2024-04-30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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