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으로 이득 본 계좌주에 부당이득반환청구권 가져"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타인의 마이너스 통장 계좌로 돈을 잘못 송금한 경우 계좌 소유자가 아닌 수취은행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주식회사 비엔씨가 중소기업은행을 상대로 낸 양수금 청구소송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앞서 주식회사 비엔씨는 지난 2014년 A씨에게 보내야 할 돈 3180만원을 제3자인 B씨에게 잘못 보냈다며 수취은행인 중소기업은행을 상대로 송금한 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했다.
B씨의 계좌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대출금 채무가 연체되면서 지급정지됐고 송금 당시 잔액은 -8400만원이었다. 이에 원고가 송금한 돈은 해당 계좌의 대출금 채무 변제로 자동 사용됐다. 원고는 착오송금을 주장하며 피고은행에 금원의 반환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은행은 원칙적으로 수취인의 계좌에 입금된 금원이 송금의뢰인의 착오로 입금된 것인지 여부에 관해 조사할 의무가 없다"며 "송금의뢰인은 착오송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갖게 되지만 수취은행에 대해서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은행이 이 사건 금원의 인출을 거부한 것은 기존의 지급정지조치에 따른 정당한 업무수행으로 보이는 점, 피고은행이 인출을 거부해도 원고가 B에게 가지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손해배상으로서 이 사건 금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송금으로 이득을 본 자는 이 사건 금원만큼의 대출금 채무를 변제받은 B이고 피고은행으로서는 이득을 본 것이 없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또한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자금이체의 원인인 법률관계가 없더라도 자금이 이체되면 송금의뢰인은 수취인에 대해 이체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게 되지만 수취은행에 대하여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취득한다고 할 수 없다"며 피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번 판결은 마이너스 대출 약정계좌로 금원이 착오송금된 경우 송금의뢰인은 수취은행이 아닌 수취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해야 한다는 점을 최초 명시적으로 설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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