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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전사고 줄이는 또 다른 방법…실수하는 인간을 인정하라

기사입력 : 2022년07월11일 11:23

최종수정 : 2022년11월04일 10:16

박기수 한성대 사회안전학과 특임교수

지난해 산업재해로 근로현장에서 안타깝게 돌아가신 사망자수는 828명. 주말을 제외한 근로일 기준으로 치면 하루에 3명꼴로 멀쩡하게 출근한 뒤, 가족의 품으로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는 셈이다. 국가간 비교기준인 전체 산업노동자 10만명당 사고사망자수는 3.61명으로, 35개 회원국 평균치(2.43)보다 많고, 중대재해 감축의 선진국인 영국(0.88)에 비해서는 갈 길이 멀다. 현 산재 사망사고 규모가 영국의 6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어쩌다 선진국!'으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압축성장 등 특수성을 고려해도 변명할 여지가 많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어렵사리 도입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1월27일 첫 시행됐음에도 불구,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 1분기 고용노동부가 최초로 발표한 '재해조사대상 사고사망자'는 165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8명(4.8%) 줄었다. 일단 사망자가 소폭이나마 감소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그간 법 시행에 대비해 2년 이상 경영진과 사업주가 대비해왔다는 점에선 기대할 만한 하락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론, 중처법 시행으로 법 적용 대상 사업장·사업주·경영진 모두가 사고감축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건 부인할 여지가 없다. 처벌적 성격이 강한 법이기 때문에 경영진과 회사 모두가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안전조직을 신설하고,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 위의 국가 간 10만분율 비교에서 보듯,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사고사망은 분명히 감축될 여지가 있고, 분명히 줄여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중대재해처벌법 신설 및 적용의 목적 역시 경영진을 무조건 처벌한다기보다는 근로현장에서 우리 가족과 이웃의 귀중한 목숨을 지키려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예산, 인력, 조직만 확충된다고 해서 안전사고가 감축될 것인가? 현재 우리나라 산재 현황을 보면 일단 감소할 여지는 충분하다. 하지만 그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우선, 올 1분기 재해사망 통계 기준으로 볼 때, 약 70%가 △작업절차 기준 미수립 △추락방지조치 미실시 △위험기계 안전조치 미실시 △보호구 지급 미조치 등으로 사측에서 제대로 조치한다면 근로자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외 30%는 조치만 제대로 한다고 해서 줄어들기 어려운 근로자의 실수 및 부주의 등으로 인한 경우다.

바꿔 해석하면, 근로자 실수나 부주의로 인한 30%는 기존처럼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서만 될 것이 아닌, 조금더 적극적으로 안전을 챙겨야 할 부분이다. 이런 30%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간 생각하는 이상적인 근로자, 즉, 안전수칙을 잘 따르고, 받는 교육과 훈련을 까먹지 않고 실행하는 '최적의 인간'이 현실에선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인간을 '완벽한 인간'(Econs)이 아닌 '실수하는 인간'(Humans)으로 표현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근로현장에 일하는 '현상유지편향'(status quo bias)을 갖고 있다. 위험이 닥쳐오는 데도 재빨리 피하려하기보다는 "이것만 끝내고..."라며 조금더 일하다가 현장에서 큰 사고에 직면하는 근로자가 발견되곤 한다. 혹은, 새로운 안전 기술을 도입해서 배웠는데도, "그래도 난 이게 편해"라면서 기존 것을 유지하면서 생산성을 높이지도, 리스크를 줄이지도 못하는 게 우리 현실의 인간이다.

또, 우리는 '위험보상편향'(risk compensation bias)를 가지고 있다. 장비가 안전하지 않거나, 자신이 위험스러운 상황에 있다고 판단되면 주의하면서 일해 사고가 크지 않지만, 좋은 보호구와 장비를 장착했을 때는 이른바 '장비발'을 믿고 더 자만하게 일하다가 큰 사고를 내는 게 우리일 수 있다.

때로는, 본인이 한 번 시도해보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그게 위험한 행동일지라도 "봐! 내가 괜찮다고 했지!"라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의 굴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자기 과신이 인간이고, 때론 그 과신에 성공도 하지만, 안전 측면에서 위험 요인이다. 안전교육을 아무리 받더라도 '쇠귀에 경 읽기'가 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적극적 안전'을 위한다면, 이러한 인간의 행동오류까지 고려해서 예방하고 조치해야 하고, 이를 통해 '나머지 30%'의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그게 적극적 안전인 동시에 안전문화를 제대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사업주는 안전수칙을 잘 만들어놨으니 할 일을 다한 게 아니라, 적극적인 안전책을 위해 예산과 인력과 조직을 정비하고, 이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모두 여겨야 한다. 안전(safety)보다 일(work)이 우선이 아닌, 안전과 일이 같이 우선시되는 문화가 필요하다. 이게 우리 가족·이웃·사회 모두를 더욱 안전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박기수 교수는 연합뉴스와 한국일보 기자로 일하다 보건복지부 등 공직을 거쳐 현재 한성대학교 행정대학원 사회안전학과에서 재난안전과 행동경제, 안전커뮤니케이션, 재난안전정책론 등을 강의하고 있다. 언론학 박사와 보건학 박사를 모두 취득해 감염병, 커뮤니케이션, 안전 등 융합분야에서 전문영역을 구축하고 있으며,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감염병 대응평가 등재위원, 행정안전부 국가안전대진단 민간전문가, 재난안전위기관리협회 기획이사, 대한보건협회 홍보이사 등으로 활발하게 각종 안전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모토는 '재난·재해로부터 우리 가족·이웃·사회 모두 더욱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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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힘들어도 환자 위했는데, 공공의 적 됐다" 전공의 '울먹' [서울=뉴스핌] 방보경 노연경 기자 = 의과대학 학생, 전공의 등은 정부가 독단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공의 대표는 '정부가 우리를 악마화하는 과정에서 (환자와의) 신뢰를 깨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가 30일 개최 의료개혁 관련 긴급 심포지엄에서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국민 위한 의료개혁이 올바른 방향 무엇인가를 고민했는데,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며 울먹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이날 열린 심포지엄은 의대 정원 확정을 앞두고 이뤄졌다. 교수들은 의료대란의 배경 및 정부에 제시할 정책 대안을 짚었다. 김민호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회장과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대표 역시 자리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박 대표는 혈액종양내과에서 일해오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소회를 털어놨다. 박 대표는 "수련받으면서 몸이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몸이 힘들수록 내 환자의 몸은 건강해질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는 "내과 1년차 때 맡았던 환자에게 매일 울면서 어떤 말을 해드려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신을 믿지 않지만 인생에서 처음으로 기도를 했다"며 "(그분을 볼 때마다) 복도로 다시 나와서 심호흡하고 커튼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걸 반복했다"며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했다.  박 대표는 "2년 후 그분이 완치된 것을 보고 힘든 상황에 환자들 곁에 있고 싶어서 혈액종양내과를 지원했다"며 "회복한 환자들의 감사인사와 편지를 마음속에 품는데 정부는 전공의를 악마화해서 국민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자부심과 긍지 갖고 환자 곁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며 "기피과가 있다면 시스템 개선해서 모든 전공의들이 소신껏 지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박 대표의 발표가 끝나자 30초 이상의 큰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박 대표는 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휴지를 손에 쥐고 연신 눈물을 닦았다. 동료 전공의로 보이는 몇몇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교수이자 선배의사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이 심란하다. 전공의 대표가 저렇게 슬픈 모습 보이는 것은 진심이 아니면 나올 수 없다"며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이야기하기 전에 진실된 마음으로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박 대표는 발표에서 정부가 전문직, 수련생, 노동자 등의 정체성이 혼재된 전공의의 입장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계는 오래전부터 의료체계 문제점 분석해 정부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에서도 알 수 있듯, 의료계 현장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타국과 비교했을 때 전문가 의견 태도가 반영되지 않았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까지 지속됐다"며 "정부는 의료체계 전반적 문제점을 잘못 진단하고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며 초기 진단과정부터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의과대학 학생 대표 역시 정부가 의료계와 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부는 필수의료만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필요하며, 비필수의료는 시스템을 왜곡하는 주범인 양 몰아가고 있다"며 "저수가 박리다매 의료 시스템이 고성장 시대가 끝나자 통째로 무너져내리고 있는데, 이를 정부가 좁고 자의적인 범위로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증원으로 교육 질 저하, 의료 질 저하 발생하면 책임 결과 또한 의료인이 같이 안게 된다"며 "학생들은 (정부 정책이) 의료와 의학을 위하는 진심 어린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시스템적 접근 필요 ▲현장의 목소리 청취 ▲필수의료패키지 반대 등의 안건을 내놓으며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hello@newspim.com 2024-04-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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