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여유자금 60.4조…기업 순자금조달 27.8조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금리 상승기에 가계는 여유자금을 주식 대신 예·적금에 넣는 반면 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비싼 대출이자를 내고 비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분기 자금순환(잠정)을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 규모는 60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51조1000억원)보다 9조3000억원 증가했다. 순자금 운용 규모는 쉽게 말해 여유자금이다. 해당 기간 경제 주체가 예금이나 주식 등으로 굴린 자금운용액에서 대출 등 자금조달액을 뺀 수치가 순자금 운용액이다.
가계는 정부 지원금을 받아 호주머니를 채우는 동시에 주택담보대출을 자제해 이자 부담을 줄이는 식으로 여유자금을 늘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가계 월 평균 가처분 소득은 386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351만원)보다 약 35만원 증가했다.
이 기간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28만가구에서 13만8000가구로 줄었다. 지난 1분기 주택담보대출은 8조1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 20조4000억원, 2분기 17조3000억원, 3분기 20조8000억원 등과 비교하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주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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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자료=한국은행] 2022.07.06 ace@newspim.com |
가계는 늘어난 여유자금을 주식에 투자하는 대신 예·적금에 넣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은행 예 ·적금 금리도 오르자 지난 1분기 가계 저축성 예금은 42조3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15조원)와 비교하면 약 3배 가까이 불어난 것.
반면 지난 1분기 가계 주식 투자 규모는 16조원 증가에 그쳤다. 이에 따라 가계 금융자산에서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41%에서 지난 1분기 41.8%로 늘었다. 같은 기간 주식 비중은 20.3%에서 20.1%로 감소했다.
방중권 한국은행 자금순환팀장은 "주식과 저축성 예금을 보면 자산 리밸런싱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살림은 팍팍하다. 여유자금은 고사하고 오히려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경영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유가 상승 영향을 등으로 경영 여건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비금융법인 순자금조달 규모는 27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8조원)와 비교해 9조7000억원 증가했다. 기업대출은 49조5000억원 증가해 1년 전(22조6000억원)보다 확대됐다. 주목할 점은 기업이 제1금융권보다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등 비은행에서 운전자금을 불렸다는 것이다.
지난 1분기 기업은 기업공개와 유상증자 등 주식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도 21조원 증가했다.
방중권 팀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 비금융법인 순조달 규모가 확대됐다"며 "비은행의 운전자금대출을 중심으로 자금 조달 규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 정부의 순자금 조달액 증가 규모는 22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8조3000억원)와 비교해 15조1000억원 증가했다. 한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추경 등 적극적인 재정집행으로 정부 소비가 늘어난 탓이라고 설명했다.
가계와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를 모두 더한 국내 순자금운용 규모는 16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26조3000억원)와 비교해 10조원 감소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