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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갈등] ① 생채기 남긴 방역정책, 혼란은 국민 몫

기사입력 : 2021년12월28일 06:00

최종수정 : 2021년12월31일 07:23

총체적 난국의 K-방역, 확진자·위중증 연일 최대치
방역지침 거부하는 자영업자들…국민도 혼란
간호사들의 코로나 번아웃, 더이상 방치 안돼
코로나 확산세에도 집회·시위 더 늘어나

[편집자] 올해 대한민국은 각종 사회적 이슈로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특히 2년째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에 각종 갈등을 양산했다. 뉴스핌은 2021년 주요 사회적 이슈를 갈등이란 키워드를 통해 되짚어 보고, 임인년(壬寅年) 새해 화해와 통합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코로나19 장기화는 사회 곳곳에 생채기를 남겼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백신패스 등 정부의 새로운 방역지침이 제시될 때마다 사회적 분열은 심화됐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다시 한 번 방역의 고삐를 바짝 조여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 코로나 직격탄 자영업자들 거리로…"방역 협조 안 해"

"코로나가 1년 6개월 이상 진행됐는데 정부는 자영업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하면서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지난 7월 14일 밤 서울 도심에 수백 대의 차량이 집결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벼랑 끝에 내몰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대규모 1인 차량시위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경찰의 통제로 여의도공원 진입이 무산되자 홍익대학교 대학로캠퍼스에서 서울대학교병원,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마로니에공원을 가로지르는 약 3㎞구간에서 비상등을 켜고 일렬로 줄지어 차량시위를 벌였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영업비대위) 주최로 7월 14~15일 이틀간 진행된 시위에는 750여대와 300여대의 차량이 각각 참여한 것으로 추산됐다.

자영업비대위는 지난 9월 8일에도 서울과 부산, 울산, 광주, 대전 등 전국 9개 지역에서 차량시위를 진행했다. 9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를 추모하기 위한 임시분향소를 설치했다.

자영업자들의 거센 반발에 정부는 손실보상제로 달래기에 나섰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위드 코로나 이후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은 또다시 거리로 나가 "정부의 방역정책에 더 이상 협조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인턴기자 = 정부가 오늘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 대해 방역지원금 100만원을 지급한다. 별도 증빙서류 없이 소상공인방역지원금.kr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27일은 사업자등록번호가 홀수, 28일은 짝수인 사업자들이 신청할 수 있다. 29일부터는 구분 없이 신청 가능하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상점에 자발적 휴업 안내문이 여러 개 붙어 있다. 2021.12.27 kimkim@newspim.com

비대위는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방역패스 및 영업시간 제한 철폐, 소상공인 지원금 대폭 확대, 손실보상법 시행령 즉각 개정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다른 자엽업자 단체인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회(코자총)는 지난 17~22일 회원 5만1490명을 대상으로 집단휴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4만3710명(85%) 찬성으로 집단휴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코자총은 내달 4일 회의를 통해 동맹휴업 일시와 기간을 결정할 계획이다.

◆ 초토화된 의료현장…"한계 다다랐는데, 아직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의료 현장의 고충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병상과 인력 부족으로 환자들을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도달하면서 방역 최전선에서 일하는 간호사 등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극도의 피로에 따른 무기력증, 이른바 '번아웃' 증후군을 호소했다.

일부 코로나19 전담병원의 경우 의사와 약사가 부족해 일반 직원들이 일부 의·약사 업무까지 떠맡는 등 고충이 배가됐다. 간호사들은 환자 간호 업무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식사, 목욕, 청소, 택배 등 업무까지 맡아서 해야 했다.

결국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약 90%의 높은 찬성률로 9월 2일 총파업을 결정했다. 총파업에 돌입하는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이 124개 지부(136개 의료기관)의 5만6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면서 '의료대란'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의료현장에 일부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다행히 정부와 보건의료노조는 13번의 마라톤 협상 끝에 파업 시작을 불과 5시간여 앞둔 9월 2일 새벽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그러나 노정합의 이후에도 코로나19 인력 기준은 변화가 없었고, 인력 확충을 위한 국회의 적극적인 움직임도 나타나지 않자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국회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특히 위드 코로나 이후 확진자, 중증환자가 급증하면서 현장을 지켜온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절규가 확산됐다. 이현섭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간호사는 지난달 10일 기자회견에서 "레벨D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 1명이 40~50명의 환자들을 돌본다"며 "제발 간호사를 숫자가 아닌 사람으로 봐달라"고 호소했다.

의료현장의 고충으로 인한 갈등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전북 군산의료원 노조는 근로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지난 17일부터 파업을 실시했다. 서울대병원 간호사들은 필수인력 확충을 호소하며 청와대 앞으로 달려갔다.

질병관리본부장 출신인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의 위드코로나 강행이 결정적 실수다. 우리나라가 백신을 제대로 못 구한 것도 문제지만 당시 코로나 방역 지표가 굉장히 나빠지고 있었다"며 "위드코로나로 가서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이미 잘못되고 있었는데 정부가 위드코로나로 간 것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인턴기자 =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열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의 '내 삶을 지켜주는 공공의료 의료연대본부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현직 간호사의 현장 발언을 듣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1.11.11 hwang@newspim.com

◆ 집회·시위 제한에 반발…'꼼수 시위' 등장

정부의 강력한 방역지침에 따른 집회·시위 제한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서울시는 올 한해 서울 도심에서 예고됐던 대규모 집회 대부분에 대해 금지를 통고했다. 경찰은 차벽 설치 등 강력한 통제와 함께 불법집회에 대한 엄정한 사법조치 기조를 유지했다.

서울시와 경찰의 방역 기조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올해 총 4차례 대규모 집회를 강행해 당국과 마찰을 빚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13일 광화문 일대에서 499명씩 70m의 거리를 두고,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서울시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이라며 금지를 통고하자, 민주노총은 집결 장소를 시작 1시간 전 게릴라 방식으로 알린 뒤 동대문역 앞에서 집회를 강행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과 지지자들은 광복절 연휴인 지난 8월 14~16일 서울에서 '걷기 운동' 방식의 집회를 강행했다. 불법집회에 해당하는 변형된 1인시위라는 서울시와 경찰의 판단에 이들은 집회나 시위가 아닌 1인 걷기대회라고 반박했다. 국민혁명당은 행사를 방해한 혐의로 문재인 대통령 등 5명을 상대로 국가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위드 코로나 이후에는 1인 시위 이외의 집회·시위가 허용되면서 집회 신고가 급증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위드 코로나가 시행된 지난달 1일부터 8일까지 전국 집회 신고는 총 7009건, 하루 평균 87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10월 총 8490건, 하루 평균 274건과 비교하면 3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집회·시위 논란은 지속됐다. 지난해 8·15 광복절 집회로 촉발된 코로나19 2차 대유행 탓에 방역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경찰은 앞으로도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집회·시위를 관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방역당국 지침에 따라 향후 집회·시위를 관리하게 된다"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집회를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방역지침이 바뀌지 않는 이상 대응 방침도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 소통 부족에 학교 현장 백신 반발…"위드 코로나는 결정적 실수"

최근에는 학교 현장에서 백신 접종을 두고 소통의 부족으로 인한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 방침에 학부모, 학생들의 반발 기류가 계속되는 것이다.

교육부가 정면 돌파 카드로 꺼내든 '찾아가는 백신접종'의 경우 수요 조사 결과 6.9%만 희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학생, 학부모, 교사 11만47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청소년 백신패스가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응답이 69.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인턴기자 =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 학부모 단체원들이 청소년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2.13 hwang@newspim.com

일각에서는 방역패스 도입 문제를 놓고 정부가 충분한 설득 없이 백신 접종만 강하게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고교생 유튜버 양대림 군은 정부의 방역패스를 위헌적 직권행사라고 주장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전문가들은 방역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지 않으려면 정부가 오판을 인정하고 방역에 고삐를 조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이들에게는 체감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겨울은 또 다른 위기가 될 수 있다"며 "의료체계의 정비, 3차 접종의 가속화, 거리두기의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filter@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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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국정 지지율 30.1%…부정평가 66.7% '경고등' [서울=뉴스핌] 김종원 전문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0.1%가 나왔다. 지난 2주 전 뉴스핌 정기 여론조사 38.1%보다 8%포인트가 빠졌다. 반면 부정 지지율은 66.7%로 2주 전 59.3%보다 7.4%포인트가 오른 70%에 육박했다. 정부·여당의 4·10 22대 총선 참패에 따른 국정 심판 여파가 아직도 전 연령과 전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 10명 중 7명 가까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취임 2년을 맞는 윤 대통령의 국정 동력 확보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번 정례 여론조사는 뉴스핌 의뢰로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4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 간 전국 만 18살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4·10 총선 민의에 따른 윤 대통령과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의 지난 29일 첫 영수회담 결과는 아직 민심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아 좀 더 여론의 추이를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례 조사에서 '매우 잘하고 있다' 15.2%, '잘하고 있는 편' 14.9%로 국정 긍정 평가는 30.1%였다. 4·10 총선 직후 2주 전인 지난 4월 15·16일 뉴스핌 정기조사 때 긍정평가 38.1%보다 8%포인트 하락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지지율이 뉴스핌 정기 여론조사에서 30%선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사실상 국정 장악과 국정 운영 동력 확보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부정평가는 '매우 잘 못하고 있다' 57.2%, '잘 못하는 편' 9.5%로 국민 10명 중 7명에 가까운 66.7%였다. 지난 2주 전 조사 59.3%보다 7.4%포인트가 많아졌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부정 격차는 지난 2주 전 조사와 비교해서 21.2%포인트에서 36.6%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에서 부정평가가 79.2%로 가장 높았다. 40대 77.4%, 50대 70.4%로 30·40·50세대 10명 7명이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70대 이상에서만 부정 41.0%, 긍정 48.0%로 긍정 평가가 조금 앞섰다. 지역별로는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의 전통 지지층인 대구경북(TK)에서도 긍정 40.9%, 부정 54.4%로 부정 수치가 10%포인트를 훌쩍 넘어섰다.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긍정 35.5%, 부정 61.6%로 긍·부정 격차가 절반 가까이 됐다. 광주전남전북 호남에서는 부정 80.9%, 긍정 16.5%로 10명 중 8명이 부정적이었다. 정당별 지지층에서도 지지층이 없는 무당층의 69.1%가 부정, 긍정 27.9%로 10명 중 7명 가까이가 부정적 평가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이유에 대해 "지난달 29일 이재명 야당 대표와 취임 후 700여 일 만에 첫 영수회담을 했지만 국론 분열과 민생 위기를 타개할 뚜렷한 해법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오히려 4·10 총선 참패 이후 단행한 대통령실 비서실장에 찐윤' 인사를 임명하는 등 윤 대통령의 변하지 않는 일방적·독선적 국정운영 스타일과 함께 답이 보이지 않는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한 국민 피로감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민생 경제 불안감 등 여론이 악화되면서 지지층 마저 대거 이탈하며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추락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100%) 가상번호 임의걸기(RDD)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신뢰 수준은 95%에 표본 오차 ±3.1%포인트, 응답률은 2.9%다. 자세한 조사 내용은 미디어리서치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kjw8619@newspim.com 2024-05-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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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힘들어도 환자 위했는데, 공공의 적 됐다" 전공의 '울먹' [서울=뉴스핌] 방보경 노연경 기자 = 의과대학 학생, 전공의 등은 정부가 독단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공의 대표는 '정부가 우리를 악마화하는 과정에서 (환자와의) 신뢰를 깨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가 30일 개최 의료개혁 관련 긴급 심포지엄에서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국민 위한 의료개혁이 올바른 방향 무엇인가를 고민했는데,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며 울먹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이날 열린 심포지엄은 의대 정원 확정을 앞두고 이뤄졌다. 교수들은 의료대란의 배경 및 정부에 제시할 정책 대안을 짚었다. 김민호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회장과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대표 역시 자리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박 대표는 혈액종양내과에서 일해오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소회를 털어놨다. 박 대표는 "수련받으면서 몸이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몸이 힘들수록 내 환자의 몸은 건강해질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는 "내과 1년차 때 맡았던 환자에게 매일 울면서 어떤 말을 해드려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신을 믿지 않지만 인생에서 처음으로 기도를 했다"며 "(그분을 볼 때마다) 복도로 다시 나와서 심호흡하고 커튼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걸 반복했다"며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했다.  박 대표는 "2년 후 그분이 완치된 것을 보고 힘든 상황에 환자들 곁에 있고 싶어서 혈액종양내과를 지원했다"며 "회복한 환자들의 감사인사와 편지를 마음속에 품는데 정부는 전공의를 악마화해서 국민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자부심과 긍지 갖고 환자 곁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며 "기피과가 있다면 시스템 개선해서 모든 전공의들이 소신껏 지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박 대표의 발표가 끝나자 30초 이상의 큰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박 대표는 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휴지를 손에 쥐고 연신 눈물을 닦았다. 동료 전공의로 보이는 몇몇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교수이자 선배의사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이 심란하다. 전공의 대표가 저렇게 슬픈 모습 보이는 것은 진심이 아니면 나올 수 없다"며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이야기하기 전에 진실된 마음으로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박 대표는 발표에서 정부가 전문직, 수련생, 노동자 등의 정체성이 혼재된 전공의의 입장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계는 오래전부터 의료체계 문제점 분석해 정부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에서도 알 수 있듯, 의료계 현장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타국과 비교했을 때 전문가 의견 태도가 반영되지 않았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까지 지속됐다"며 "정부는 의료체계 전반적 문제점을 잘못 진단하고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며 초기 진단과정부터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의과대학 학생 대표 역시 정부가 의료계와 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부는 필수의료만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필요하며, 비필수의료는 시스템을 왜곡하는 주범인 양 몰아가고 있다"며 "저수가 박리다매 의료 시스템이 고성장 시대가 끝나자 통째로 무너져내리고 있는데, 이를 정부가 좁고 자의적인 범위로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증원으로 교육 질 저하, 의료 질 저하 발생하면 책임 결과 또한 의료인이 같이 안게 된다"며 "학생들은 (정부 정책이) 의료와 의학을 위하는 진심 어린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시스템적 접근 필요 ▲현장의 목소리 청취 ▲필수의료패키지 반대 등의 안건을 내놓으며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hello@newspim.com 2024-04-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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