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이준석, 대선서 승리 못하면 본인도 끝"
尹에 대해 "최종 후보여부는 본인에 달려"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킹메이커'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몸값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경선 구도가 윤석열 예비후보의 독주에서 '윤석열 vs 홍준표' 양강 구도로 변화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명낙대전'(이재명 vs 이낙연)과 같이 상호 네거티브 공방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어서다.
이준석 당대표가 중심을 잡고 2030세대 표심을 잡기 위한 메시지와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성 정치인들이 각 캠프에 자리 잡으면서 경선은 '흔히 봐왔던' 모습으로 진행 중이다.
정홍원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최종 후보를 선출하면, 관건은 제1야당 선거 전략을 총괄할 선거대책위원장을 누가 맡느냐다. 이 대표는 이미 김 전 위원장을 임명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공언했고, 김 전 위원장 역시 언론 노출을 늘리며 잰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4.7 재보궐선거 승리를 자축하는 박수를 치고 있다. 2021.04.08 leehs@newspim.com |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6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가 인터뷰할 때마다 선대위원장으로 모시고 싶다고 한다'는 질문에 "나를 모셔야 되겠다고 하는 것은 고마운 생각이지만 (내가) 판단하는 거지 남이 한다고 따라가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그는 이어 "경우에 따라서는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현재로 봐서는 내가 꼭 한다고 하는 얘기를 할 수가 없다"며 "대통령 후보감들을 보고 '어떻게 해야 되겠다' 하는 판단을 그때 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이 대표와 윤 후보 등에 대해 '애정 어린' 쓴 소리를 했다.
그는 '이 대표에게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겠냐'는 질문에 "아직까지는 뚜렷한 결과가 없는데 점수를 어떻게 매기나. 특별하게 변한 게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이 대표한테 조언을 해 줄 곳은 내년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를 하지 못하면 본인의 정치 생명도 끝이라는 것을 스스로가 인식하면서 내년 대선을 준비를 해야 된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에게는 "솔직히 (입당했던) 그 날 아침에 나한테 전화를 했다. 내가 첫 마디에 입당을 서두르지 말아라, 그러고서 전화를 끊었는데 두 시간 만에 입당을 해버렸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이어 "더 이상 거기에 대해서 얘기할 필요도 없는 거고 일단 입당을 했기 때문에 이제는 다시 되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현 상황에서 어떻게 처신을 해 지지도를 더 확대하고 (최종) 후보가 되느냐는 본인의 앞으로의 노력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고언했다.
김 전 위원장을 보는 국민의힘 내부 시선은 '당을 위기에서 구할 정치의 달인'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70년 정당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려는 차르'라는 부정적 평가가 공존한다.
대체로 전자는 국민의힘 내 청년과 수도권과 중도에 기반을 둔 세력이며, 후자는 영남권에 기반으로 둔 기성 중진 세력이다.
하지만 정치권 공통으로 김 전 위원장의 장악력과 선거 흐름을 예측하는 통찰력에는 큰 이견이 없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09.17 leehs@newspim.com |
김 전 위원장은 비례대표로만 5선을 한 특이한 이력이 있다. 2007년 대선에서는 당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지지했고, 2012년 대선에서는 박근혜 한나라당 후보에게 영입 돼 경제민주화 공약을 총괄했다. 그러다 지난 2016년 더불어민주당으로 몸을 옮겨 20대 총선을 총괄했고 승리로 이끌었다.
이후 2017년 '깜짝' 대선 출마를 선언했으나 일주일 만에 불출마로 선회했고, 2020년 미래통합당 선대위원장으로 21대 총선을 지휘했으나 패배했다. 이후 통합당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돼 지난 4월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물러났다.
2012년 대선부터 본인이 총괄했던 큰 선거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패한 경험이 별로 없다는 의미다. 지난해 총선 패배는 공천 파동 이후 뒤늦게 합류해 대세를 거스르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내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김 전 위원장이 대선 선대위를 총괄하는 것은 수순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그간 그의 행보를 볼 때 특정 캠프에 몸담기보다는 최종 후보가 선출되고 이 대표와 최종 후보의 합의 추대로 선대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대표가 현재도 김 전 위원장과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는 것으로 안다"며 "노회한 80대 정치인과 30대 당대표가 투톱을 이뤄 후보를 뒷받침하는 그림을 그리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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