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박정희 피살 후 민주화 요구 기자회견…징역 3년 확정받아
법원, 무죄 선고…이부영 "미래에 대한 경고 판결…재판부께 감사"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지난 1979년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망 이후 민주화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던 이부영 전 국회의원(현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이 41년 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조용래 부장판사)는 27일 포고령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의원에 대한 재심 공판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당초 이날 재판은 속행공판으로 진행됐지만 재판부는 검찰이 무죄를 구형한 점, 유사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된 점, 이 전 의원이 고령인 점 등을 이유로 별도의 선고기일을 정하지 않고 곧바로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yooksa@newspim.com |
이날 이 전 의원은 최후 진술에서 독일 철학자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의 격언을 인용하면서 "검찰이 저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하는 엄청난 변화된 세상에 살고 있다"며 "오늘 재판부 판결이 앞으로도 있을지 모르는 우리나라의 부당한 계엄령이나 헌법 유린 사태 등에 대한 경고이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언론중재법'에 대해서도 "언론자유를 위해 애쓴다던 집권세력이 자기들 유리한 쪽으로 고집을 부리고 밀고나가려고 한다"며 "강행처리할 경우 국민들의 거대한 저항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전 정권의 불행한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 전 의원은 "여야와 언론단체·시민단체들이 국회에서 마련된 특별위원회에 함께 참여해 숙려기간을 거치고 법안을 좀 더 손질해 이 나라의 어려운 환경을 극복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선고가 끝난 뒤 취재진에게 "이런 날이 올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며 "우리 역사가 느릿느릿하지만 많이 진보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많은 분들이 애써서 이 세상이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1974년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다 해직된 이 전 의원은 1979년 박 전 대통령이 피살되자 윤보선 전 대통령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화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는 일체의 허가 없는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계엄포고령이 발령된 상태였다.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의원은 이듬해 징역 3년형을 확정 받아 복역했다.
이 전 의원 측은 지난해 9월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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