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글로벌 글로벌정치

속보

더보기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항복했다

기사입력 : 2021년08월18일 16:21

최종수정 : 2021년08월20일 09:11

총인구 1/10이 난민, 절반 이상이 심각한 기아 상태
최악의 가뭄으로 인한 민생고에 급격한 무정부상태 돌입
세계적으로 1초에 한 명꼴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난민 발생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기후변화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에게 승리를 안긴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 탈레반의 승리를 제일 먼저 예견한 것은 미 CIA보다 노르웨이난민위원회(NRC, Norwegian Refugee Council)였을 수도 있다.

NRC는 2차세계대전 이후부터 활동을 시작한 독립적 인도주의 기구로, 내전이나 기후변화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한 난민들을 돕고 있다. 이 기구는 현재 30개 이상 국가에서 난민 캠프 운영, 식량과 식수 조달, 피난처 제공, 법률적 지원과 교육 등으로 생명을 구하고 미래 재건을 돕는다.

NRC가 카불 함락 불과 이틀 전인 8월 13일 내놓은 보고서 <아프가니스탄, 중대한 인도주의적 위기(On the brink of a major humanitarian crisis)>는 "아프간 난민은 현재 350만 명이 넘는다. 아울러 1800만 명 이상이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아프간 쿤드즈 지방에서 6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카불로 온 기후난민 자흐라 오마리(부르카 쓴 여인)가 신분증을 내보이고 있다. [사진= NRC 홈페이지 캡쳐] 2021.08.18 digibobos@newspim.com

아프간 인구는 약 3300만 명이다. 그러니 총 인구의 1/10 넘게 난민이고, 절반 넘는 인구가 심각한 기아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다. 1인당 GDP 세계 204위의 '정말 가난한' 나라에서 내전의 격화는 전국적으로 수백만 명의 고통과 인도주의적 욕구를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이 보고서에서 NRC의 아프간 책임자인 트레이시 반 히어든(Tracey Van Heerden)은  "우리는 중대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매일 새로운 난민 가족들이 공포에 질려 카불로 도망쳐 왔다. 캠프는 초만원이며 아이들은 야외에서 자고 있다. 가족들은 음식을 두고 싸우고 있다"며 "우리는 이 상황이 전례없는 속도로 전국에 재현되고 있는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NRC는 미군 철수 이전에 "아프칸은 이미 가뭄과 코로나에 무릎을 꿇은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카불을 중심으로 한 몇 개 지역을 빼놓고는 행정과 치안 부재의 급격한 무정부 상태로 빠져들고 있었음을 알았을 것이다. NRC 예상대로 탈레반 공세는 '전례없는 속도'로 진행됐다. 탈레반은 대부분 도시에서 이렇다 할 전투도 없이 그냥 무혈 입성했다. 

그러니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입에서도  "사실, 이것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전개됐다"는 토로가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시한을 8월 말로 앞당겨 발표한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카불 함락 시점을 미군 철수 이후 6~12개월로 예상했다. 그러다가 3개월 내 함락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함락 불과 나흘 전인 11일에도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한 달 내 현실화'라는 정보당국의 예상을 보도했으나, 이마저도 틀렸다.

미국 정보당국은 기후변화라는 거대하고 무지막지한 상수는 미처 고려하지 못하고, 오로지 탈레반의 무력 공세라는 변수만을 염두에 두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NRC는 이미 탈레반으로부터 구호 활동을 보장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부의 산악지대를 비롯해 지방 도시에서 게릴라전을 수행해왔던 탈레반으로서는 아프칸의 심각한 상황을 모를 리 없다. 

아프간은 2018년부터 수십 년 만의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내전으로 인한 난민보다 가뭄으로 인한 난민 발생이 더 많다. 아프칸은 원래 강우량이 적은 나라다. 산악지대에 쌓인 눈이 부족한 강우량을 해결해줬다. 봄이 되면 이 눈이 녹아 하천과 강을 이룬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해 눈이 쌓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아프칸 국토의 80% 가량이 가뭄 상태고, 이중 절반은 '심각한 상태'다. 물 부족으로 인해 곡물 수확량도 절반으로 줄었고, 축산업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총인구의 절반 이상이 기아 상태라는 게 결코 과장이 아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쳤다. 돈다발을 싸들고 외국으로 도망친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올 6월에 '국가 재난 상태'를 선언했다.

탈레반으로 인한 내전이 없었더라도 아프칸 난민들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아프간 뿐만 아니다. 폭염과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라크, 이란 등 중동 지역은 기후위기의 최전선으로 분류돼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미 이들 국가의 '소멸 시나리오'도 제출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사막화에 취약한 지역을 나타내는 도표. 빨간색이 물 부족으로 인해 사막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다. 아프칸, 이라크, 이란 대부분이 해당된다. [사진=NRC 보고서 캡쳐] 2021.08.18 digibobos@newspim.com

현재 이란 남부 후제스탄주에서는 물 부족 사태를 항의하는 시위가 몇 주째 이어지고 있고, 이란 정부의 강경대응으로 지난 7월 15일 이후 10여명이 숨졌다. 이란은 50년 만에 찾아온 극심한 가뭄으로 올해 강수량은 평년의 52%밖에 안 된다. 주민 5백만 명이 단수로 고통을 겪고 있고, 농업과 축산업은 물론 수력발전까지 중단돼 전력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라크와 레바논 역시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폭염으로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해져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와 관련 계명대학교의 김해동 교수(기후학)은 "유럽의 난민 위기를 불러일으킨 시리아 내전도 기후변화로 인한 민생고가 배경이었다"며 "가뭄과 식량 부족으로 인한 민생고는 정부를 위협하는 최대 위기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성공의 최대 요인은 바로 그들이 겪고 있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였던 셈이다.

사실 기후변화는 오래 전부터 역사의 큰 흐름을 뒤바꿀 정도로 작용해왔다. 17세기 조선에서도 소빙기의 약 0.6도 떨어진 기온으로 인해 최악의 대재앙을 맞았었다. 냉해, 우박, 폭설, 냉우, 지진, 가뭄, 홍수 등 하늘과 땅을 뒤덮은 자연재해가 발생해 농업이 붕괴되고 굶주림과 전염병으로 죽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당시 '경신대기근'의 참상은 부모가 아이를 버리는가 하면, 추워서 무덤을 파 시신의 수의를 훔쳐 입고, 마을마다 굶어 죽은 시체가 즐비하고, 심지어 인육을 먹는 일까지 벌어지는 생지옥의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NRC는 매년 2600만 명, 1초에 한 명꼴로 기후변화로 인해 고향을 떠나 유랑하는 기후난민이 발생한다고 경고한다. 2045년에는 1억 3500만 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김해동 교수는 "아프칸의 탄소 배출량은 전체의 0.5%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탄소배출의 피해는 아프간처럼 저개발국가 국민에게 가장 먼저 돌아간다. 강대국과 잘 사는 5개 나라가 전체 배출량의 70%, 10개 나라가 90%를 차지한다.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노력은 이들 나라만 탄소배출을 억제하면 되지, 지구촌 전체가 나서야 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대한민국 역시 2016년까지는 탄소배출 증가율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기후깡패국가'였다(국제에너지기구 발표). 지금도 큰 개선은 없는 상황이다. 우리도 아프간 난민에 책임이 있다. 

digibobos@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尹 지지율, 2.6%p 오른 32.7% …김건희 논란 사과 긍정 영향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해 30%대 초반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6일 발표됐다.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해 사과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3~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32.7%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65.0%로 나타났다. '잘 모름'에 답한 비율은 2.3%다. 윤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처음으로 사과하는 등 자세를 낮췄지만, 지지율은 2.6%p 상승하는 데 그쳤다. 부정평가는 1.7%p 하락했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간 격차는 32.3%포인트(p)다. 연령별로 보면 40대에서 긍·부정 평가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만 18세~29세에서 '잘함'은 29.3% '잘 못함' 68.7%였고, 30대에서는 '잘함' 31.5% '잘 못함' 65.9%였다. 40대는 '잘함' 25.6% '잘 못함' 73.2%, 50대는 '잘함' 26.9% '잘 못함' 71.8%로 집계됐다. 60대는 '잘함' 34.9% '잘 못함' 62.5%였고, 70대 이상에서는 '잘함'이 51.8%로 '잘 못함'(43.7%)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잘함' 27.8%, '잘 못함'은 70.8%로 집계됐다. 경기·인천 '잘함' 32.6% '잘 못함' 65.9%, 대전·충청·세종 '잘함' 36.0% '잘 못함' 61.0%, 부산·울산·경남 '잘함' 40.3% '잘 못함' 58.0%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은 '잘함' 43.8% '잘 못함' 51.7%, 전남·광주·전북 '잘함' 16.0% '잘 못함' 82.2%로 나타났다. 강원·제주는 '잘함' 31.6% '잘 못함' 60.1%로 집계됐다. 성별로도 남녀 모두 부정평가가 우세했다. 남성은 '잘함' 28.8% '잘 못함' 68.9%, 여성은 '잘함' 36.5% '잘 못함' 61.3%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 지지율 상승 배경에 대해 "취임 2주년 기자회견과 김건희 여사 의혹 사과 이후 소폭 반등 했다"면서도 "향후 채상병 및 김 여사 특검, 의대정원 문제, 민생경제 등 현안에 대해 어떻게 풀어갈지에 따라 지지율이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영수회담, 기자회견, 김 여사 논란 사과 등으로 지지율이 소폭 상승했다"면서도 "보여주기식 소통이 아니라 국정운영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지지율은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할당 추출 방식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2.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통계보정은 2024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셀가중)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arksj@newspim.com 2024-05-16 06:00
사진
의대 증원 항고심 결정 초읽기…정부 의료개혁 분수령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법원이 16일 정부의 2025학년도 의과대학 증원 집행정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16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 배상원·최다은 고법판사)는 전공의와 교수가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정책을 멈춰달라며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결론을 16일 또는 17일 내릴 전망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법원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 인용 여부에 따라 2025학년 2000명 의대 증원 정책 추진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4.05.13 yooksa@newspim.com 이번 항고심의 쟁점은 '원고 적격성'이다. 1심은 의대 증원 처분의 직접적 상대방은 의대를 보유한 각 '대학의 장'이며 항고심을 제기한 의대생은 정부 정책에 다툴 자격이 없다며 각하 판결을 내렸다. 각하는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반면 2심은 '원고 적격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1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법원은 정부에 5월 중순까지 대학별 모집인원을 최종 승인하지 말라며 정부가 결정한 2025학년도 증원 규모에 대한 근거 자료를 요구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법원의 요청에 따라 의대 증원 결정에 대한 근거 자료 47개와 2개 참고 자료를 냈다. 의대 증원을 논의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보정심) 회의록,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록을 제출했다. 반면 의료현안협의체와 의대정원배정위원회는 보정심과 의사인력전문위원회와 달리 '법정 협의체'가 아니라 회의록 기록 의무가 없다. 정부는 회의 결과를 정리한 문서와 관련 보도자료를 함께 제출했다. 법원은 정부의 자료를 근거로 2025학년도 2000명 증원 규모에 대한 객관성과 절차적 정당성 여부 등을 검토한다. 정부의 바람대로 법원이 각하 혹은 기각(원고의 소에 의한 청구나 상소인의 상소에 의한 불복신청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배척하는 판결) 결정을 내리면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객관성을 인정받아 예정대로 추진된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된다면 2025학년도 2000명 증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법원 재항고, 본안소송 등 추가 절차가 남아 있지만, 재항고 소요 기간을 감안하면 대학별 입시요강이 확정 공시되는 이달 말까지 결론이 나오긴 힘들기 때문이다. 입시 일정 또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법원의 결론에 따른 의료계의 복귀 여부도 주목된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 15일 법원이 의대 정원 증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진료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인용 결정)이 않기를 희망하고 그렇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인용 결정이 나면 즉시 항고해 대법원판결을 신속히 구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dk1991@newspim.com 2024-05-16 06: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