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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화재 지원책 내놨지만...쿠팡에 등 돌리는 소비자들 왜?

기사입력 : 2021년06월22일 17:13

최종수정 : 2021년06월22일 17:13

쿠팡, 이천 화재 지원책 발표했지만...가라앉지 않는 비판 여론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쿠팡...기업규모 맞지 않는 대응, 소비자 화 키웠다
김범석, 화재 당일에 등기이사 사임 발표 논란..."책임 회피 꼼수" 지적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쿠팡이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인한 피해 지원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비판 여론은 가라앉기는커녕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다.

쿠팡이 연초 미국 상장 이후 국내 기업 중 시가총액 70조원으로 성장하며 대기업 반열에 올랐지만 기업 규모에 맞지 않는 대응이 소비자들의 화를 돋웠다는 분석이 많다.

여기에 더해 창업주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국내 법인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시기가 화재 사건 발생일과 겹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번졌다. 기업 총수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는 의혹이 논란의 핵심이다.

[이천=뉴스핌] 백인혁 기자 = 18일 오후 경기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소방당국에 따르면 큰 불길은 거의 다 잡혔고 연소가 확대될 우려는 적은 상황으로 전해졌다. 다만 적재물에서 연기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진화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1.06.18 dlsgur9757@newspim.com

◆쿠팡, 이천 화재 지원책 발표했지만...가라앉지 않는 비판 여론

쿠팡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 6일째를 맞은 22일에도 쿠팡 불매운동과 탈퇴 움직임이 거세다.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는 쿠팡 탈퇴, 쿠팡 불매운동을 인증하는 게시글이 실시간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계정 '쿠팡 탈퇴'에는 이날 0시부터 오후 3시까지 15시간 동안 쿠팡과 관련된 부정적 게시글이 60여개 게재됐다. '쿠팡 탈퇴' 인증글과 함께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한 누리꾼은 회원 탈퇴 인증사진과 함께 올린 게시글에서 "기업이 이윤도 중요하지만 대기업일수록 직원의 안전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사회에서 존중받을 수 없다"고 적었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쿠팡 탈퇴' 인스타그램 계정 갈무리. 2021.06.22 nrd8120@newspim.com

쿠팡을 향한 소비자들의 분노가 불매와 탈퇴 운동으로 표출되는 모습이다.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난 19일에는 트위터에 17만건 넘게 게시글이 올라오며 트렌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전날에는 10만건에 달할 정도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쿠팡이 화재 발생 이후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가 두 차례나 공식 사과하고 각종 피해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소비자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더욱 확산하고 있다.

실제 강 대표는 화재가 발생한 지 이틀째와 나흘째 되던 지난 18일과 지난 20일 두 차례 공식 사과했다. 강 대표는 지난 18일 "이번 덕평 물류센터 화재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심려를 끼치게 돼 몹시 송구하다"고 공식 사과하면서 "화재 원인 조사는 물론 사고를 수습하는 모든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 당국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고(故) 김동식 소방령이 숨진 채로 발견되던 지난 20일에도 머리를 숙였다.

쿠팡도 경기 이천에 있는 덕평물류센터 화재와 관련해 각종 피해대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지 나흘 만이다.

우선 이번 화재로 순직한 고 김동식 소방령 유가족에 대한 평생지원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자녀를 위한 장학기금 조성이 지원방안 중 하나다. 화재 진압과정에서 부상을 당한 소방관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화재로 일터를 잃은 1700여명의 직원과 관련해서는 일하지 못한 기간 동안 급여를 정상 지급한다고 밝혔다. 단기직을 포함해 모든 직원들을 다른 쿠팡 사업장으로의 전환배치 기회를 최대한 제공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피해를 본 인근 지역 주민들의 보상책도 마련한다. 쿠팡은 주민들의 피해 접수를 위해 전용 신고전화를 개통해 이날부터 주민들의 피해 신고를 받고 있다. 손해보상 대상은 농작물 등 농가 피해, 의료비, 분진에 따른 비닐하우스나 차량 등 자산 훼손 등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이다.

[광주=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진화 작업 중 순직한 고(故) 김동식 구조대장(52·경기 광주소방서)의 영결식이 21일 오전 경기 광주시민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葬)으로 엄수된 가운데 간부 소방관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경기도는 고인에게 소방경에서 소방령으로 1계급 특진과 녹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2021.06.21 photo@newspim.com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쿠팡...기업규모 맞지 않는 뒷북 대응, 소비자 화 키웠다

이번 화재 사태가 불매운동으로 번진 1차적 원인은 기업 규모에 맞지 않게 미흡한데다 '사후약방문'식 뒷북 대응이란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쿠팡은 올 3월 미국 뉴욕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하면서 77조원이 넘는 시총을 기록한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시총으로만 따져보면 국내 기업 시총 3위인 카카오(70조5848억원)을 넘어서고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88조 8163억원)을 맞먹는 규모다.

쿠팡은 빠른 배송인 '로켓배송'을 내세워 네이버에 이어 국내 이커머스 업계 2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지난해 매출도 전년 대비 91% 늘어난 13조원을 기록했다.

덩치는 크게 성장했지만 열악한 근로환경 문제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산재)를 실제 승인한 건수(224건) 보다 쿠팡의 불인정 비율이 30.36%로 집계됐다. 2019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작년 쿠팡에서 산재가 인정된 건수는 224건이다. 이중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쿠팡 물류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9명에 달한다.

[서울=뉴스핌] 쿠팡 노동자 산재 현황. 2021.02.22 hrgu90@newspim.com

경북 칠곡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16개월간 일용직으로 일했던 장덕준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장씨는 지난해 10월 12일 심야 근무를 마치고 귀가한 뒤 자택에서 쓰러져 숨졌다.

쿠팡은 과로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올해 2월 장씨 죽음이 업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보고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장씨의 유족들은 쿠팡으로부터 진심을 담은 사과를 받지 못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쿠팡이 산재를 인정하지 않으면 신청인은 재해 사실 증명을 위해 공단에 추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사측에서 해당 서류를 받아야 하는데 신청인이 이를 제공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때문에 산재 인정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들이 수차례 화재 위험이 있다고 문제 제기를 했음에도 사측이 이를 묵살했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소비자들의 공분을 키운 측면이 있다.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덕평물류센터 화재는 처음이 아니었습니다'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작성자는 "17일 화재 당시 근무 중이었고 언론에서 최초 신고자보다 10분 더 빨리 화재를 발견한 노동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작성자는 "화재 당일 오전 5시10~15분께 물류센터 내에 화재 경보가 한 차례 울렸으나 평소 경보기 오작동이 심해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약 10분 뒤 퇴근 체크를 하기 위해 1층 입구로 가던 중 C구역에서 D구역으로 연결되는 계단 밑이 연기로 가득 차 있는 걸 본 뒤 쿠팡 관계자에게 불이 난 것 같으니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하지만 '불이 난 게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라'는 식의 답변이 돌아왔다"고 꼬집었다.

소방소에 물류센터 화재 신고가 접수된 시점은 당일 오전 5시36분이다. 청원을 올린 작성자 주장대로라면 경보기가 울린 5시 10분께 화재 여부를 확인하고 즉각 조치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란 합리적 추론도 가능하다. 안일한 대응이 인명 참사로까지 이어졌다는 비판이 확산되는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 지회 역시 "화재와 노동자 안전에 대한 쿠팡의 안일한 태도가 이번 사고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김범석 전 쿠팡 이사회 의장. [사진=쿠팡] 2021.06.07 nrd8120@newspim.com

◆'창업주' 김범석, 화재 발생일에 등기이사 사임 발표 논란..."책임 회피 꼼수" 비판  

문제는 더 있다. 김범석 창업자가 최근 한국 쿠팡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난 시기와 화재 발생일이 겹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 위한 꼼수란 비판도 이번 사태에 불을 지폈다.

실제 쿠팡은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한 지난 17일 오전 김범석 의장이 글로벌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국내 등기이사와 한국 쿠팡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김 의장이 사고 책임을 지지않으려고 사임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쿠팡은 대법원 등기서류를 공개하며 김 의장의 등기이사 사임일은 지난 달 31일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매운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소비자들은 앞으로 다른 쿠팡 물류센터에서 이천 화재와 같은 대형 화재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김 의장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내년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안전 확보 의무를 지키지 않아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 등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김 의장이 한국 쿠팡의 공식 지위가 없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김 의장은 한국 쿠팡의 모기업인 쿠팡inc 대표 겸 이사회 의장이다. 쿠팡inc는 한국 쿠팡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김 의장은 쿠팡inc의 지분 10%, 의결권 76.7%를 갖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쿠팡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총수(동일인)지만 한국 직위에서 물러남에 따라 중대재해법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서 김 의장은 지난 5월 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총수 지정도 피하면서 총수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화재에 대해 김 의장이 어떠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도 소비자들이 분노하는 지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불거진 택배기사 과로사 등 쿠팡에 대한 누적된 소비자 불만이 이번 화재를 계기로 표출된 것"이라며 "쿠팡이 향후 물류센터 안전대책을 내놓느냐가 이번 사태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rd812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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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힘들어도 환자 위했는데, 공공의 적 됐다" 전공의 '울먹' [서울=뉴스핌] 방보경 노연경 기자 = 의과대학 학생, 전공의 등은 정부가 독단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공의 대표는 '정부가 우리를 악마화하는 과정에서 (환자와의) 신뢰를 깨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가 30일 개최 의료개혁 관련 긴급 심포지엄에서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국민 위한 의료개혁이 올바른 방향 무엇인가를 고민했는데,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며 울먹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이날 열린 심포지엄은 의대 정원 확정을 앞두고 이뤄졌다. 교수들은 의료대란의 배경 및 정부에 제시할 정책 대안을 짚었다. 김민호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회장과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대표 역시 자리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박 대표는 혈액종양내과에서 일해오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소회를 털어놨다. 박 대표는 "수련받으면서 몸이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몸이 힘들수록 내 환자의 몸은 건강해질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는 "내과 1년차 때 맡았던 환자에게 매일 울면서 어떤 말을 해드려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신을 믿지 않지만 인생에서 처음으로 기도를 했다"며 "(그분을 볼 때마다) 복도로 다시 나와서 심호흡하고 커튼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걸 반복했다"며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했다.  박 대표는 "2년 후 그분이 완치된 것을 보고 힘든 상황에 환자들 곁에 있고 싶어서 혈액종양내과를 지원했다"며 "회복한 환자들의 감사인사와 편지를 마음속에 품는데 정부는 전공의를 악마화해서 국민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자부심과 긍지 갖고 환자 곁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며 "기피과가 있다면 시스템 개선해서 모든 전공의들이 소신껏 지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박 대표의 발표가 끝나자 30초 이상의 큰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박 대표는 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휴지를 손에 쥐고 연신 눈물을 닦았다. 동료 전공의로 보이는 몇몇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교수이자 선배의사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이 심란하다. 전공의 대표가 저렇게 슬픈 모습 보이는 것은 진심이 아니면 나올 수 없다"며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이야기하기 전에 진실된 마음으로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박 대표는 발표에서 정부가 전문직, 수련생, 노동자 등의 정체성이 혼재된 전공의의 입장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계는 오래전부터 의료체계 문제점 분석해 정부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에서도 알 수 있듯, 의료계 현장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타국과 비교했을 때 전문가 의견 태도가 반영되지 않았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까지 지속됐다"며 "정부는 의료체계 전반적 문제점을 잘못 진단하고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며 초기 진단과정부터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의과대학 학생 대표 역시 정부가 의료계와 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부는 필수의료만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필요하며, 비필수의료는 시스템을 왜곡하는 주범인 양 몰아가고 있다"며 "저수가 박리다매 의료 시스템이 고성장 시대가 끝나자 통째로 무너져내리고 있는데, 이를 정부가 좁고 자의적인 범위로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증원으로 교육 질 저하, 의료 질 저하 발생하면 책임 결과 또한 의료인이 같이 안게 된다"며 "학생들은 (정부 정책이) 의료와 의학을 위하는 진심 어린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시스템적 접근 필요 ▲현장의 목소리 청취 ▲필수의료패키지 반대 등의 안건을 내놓으며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hello@newspim.com 2024-04-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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