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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리의 야금야금(金)] "채용비리 직원이 승진?"…금감원 '시끌시끌'

국감 폭로 후 내부 감찰, 재판 이어져
승진 제한, 임금 삭감 등 과제 이행의무
사측 "2~3년 승급 배제, 성과 적용 승진"
노측 "전 직원 여전히 채용비리 연대책임"

  • 기사입력 : 2021년02월26일 11:22
  • 최종수정 : 2021년02월26일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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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야금(冶金)'은 돌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기술입니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금융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첫단부터 끝단까지 주목받는 건 몸집이 큰 사안뿐입니다. 야금 기술자가 돌에서 금과 은을 추출하듯 뉴스의 홍수에 휩쓸려 잊혀질 수 있는 의미있는 사건·사고를 되짚어보는 [한국금융의 뒷얘기 야금야금] 코너를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선보였습니다.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이후 개선된 건 있는지 등 한국금융의 다사다난한 뒷얘기를 격주 금요일 만나보세요.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25일 오전 출근길.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정문 앞에 '채용비리는 승진 프리패스?'라고 적힌 빨간 현수막이 펼쳐졌다. 그리고 금감원 노조가 말했다.

"작년 이맘 때 신한지주 조용병 회장은 채용비리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지만 연임에 성공했고 하나금융 함영주 부회장은 채용비리에 대한 선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들이 채용비리 범죄에 대한 유죄를 선고받고도 실적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계속 임기를 연장하려고 한다면 금감원은 아무런 말을 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노조를 지나쳤다.

◆ 매년 '공공기관 지정' 위기

최근 금감원 정기인사에서 '채용비리 사태 연루자'가 승진한 게 발단이 된 반발이다. 노조에 따르면 이번에 부국장으로 승진한 A씨, 팀장으로 승진한 B씨는 과거 금감원 채용비리 가담자로 내부 징계를 받았다. A부국장은 2014년 금감원 변호사 채용과정에서 국회의원 아들을 입사시키기 위해 채점기준을 변경하고, B팀장은 2016년 신입직원 채용에서 당시 수출입은행 부행장 아들이 합격하도록 채용인원을 늘렸다고 한다.

2016년 국정감사에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폭로(변호사 특혜 채용건)를 시작으로 내부 감찰,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 등의 과정을 거쳐 밝혀진 사실이다. 연루자들은 줄줄이 금감원 내부 징계를 받았고, 주도한 임원은 재판에 넘겨지기까지 했다.

이후 금감원의 고난이 시작됐다. 공공기관 지정 위기에 빠졌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진 않았지만 매년 고강도 과제가 수북히 주어졌다. 과제를 해내야 공공기관 지정을 피할 수 있는 신세가 된지 올해로 4년차다. 2018년 ▲채용비리 근절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공시 이행, 2019년 ▲5년 내 3급 이상 비율 43%→35% 축소, 올해 ▲계량지표 비중 30%대→40% 확대 ▲경영평가 성과급 월급 127%→60% 축소 ▲상위직급 추가 감축 등이 대표 과제들이다.

"최근 몇년간 공시 수준이 정말 강화됐고 활동의 제약이 커졌어요. 하지 말라는 게 정말 많거든요. 특히 3급 이상을 줄여야 돼 진급이 막힌 선임들(4급) 사이에서 불만이 나날이 커지고 있죠. 저희는 입사한지 몇 년 안된 직원도 취업제한 대상이라 쉽게 나갈 수 없어서요."(금감원 직원) 금감원은 4급부터 퇴사 후 취업제한에 걸린다.

임금도 줄었다. 금감원 예산은 금융위원회 통제를 받는데, 2년 연속(2017년, 2018년) 경영평가 C등급을 받아 성과급이 줄고 예산도 삭감됐다. 금감원이 C등급을 받은 것은 출범 이래 처음이었다. 예산은 여전히 삭감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노조로서는 채용비리 이후 '진급 제한', '임금 삭감' 이중고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채용비리 연루자를 승진시킨 사측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 "정의란 무엇인가" vs "계속 배제 지나쳐"

금감원 측은 두 사람이 채용비리 이후 충분히 죄값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징계시효가 지났고 2~3년간 승급에서 배제됐어요. 계속 배제하는 것도 너무 지나친 면이 있어 근무 성적 평정 등 인사 기본원칙에 부합하는 평가요소를 적용, 승진이 이뤄졌습니다."(금감원 측) 실제 A부국장의 경우 동기보다 승진이 3년 정도 늦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처럼 정직, 견책을 받은 대상자는 최대 1년간 승진심사에서 누락된다. 

하지만 금감원 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불만과 한탄이 수북하다. "우리는 금융시장 파수꾼 아니냐. 누구보다 공정해야할 우리가 성과가 좋아서 과거 비위자를 승진시킨다는 게 부끄럽다", "감독하는 회사에서 일어날 일이 아니다. 잊지도 말고 물러서지도 말자", "외부에 얼굴을 들 수 없다. 금융회사에서 '똥묻은 주제에 너나 잘해'라고 한다" 등이 그것이다. 

"그들을 영원히 승진에서 배제시키라는 요구가 아니에요. 그 사람들 때문에 아직도 전 직원이 승급 제한, 임금 삭감 등의 벌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그 사람들은 승진을 시키니 죄 없는 직원들은 발끈할 수밖에 없죠. 이러한 정서를 (윤석헌 원장이) 읽지 못하는 것 같아요."(오창화 금감원 노조위원장)

노조는 집회에 앞서 지난 23일에도 '정의란 무엇인가' 성명을 통해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할거면 '사회적 물의자 우대'라고 쓰지 그랬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처럼 직원들의 불만이 크게 표출된 상황이지만, 여전히 윤 원장과 인사 후폭풍에 대한 소통 기회는 마련되지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로 표면화된 금감원 노사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 원장의 임기가 오는 5월7일까지인데, 최근 금융권에 그의 연임 의지가 크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노조도 이번에 인사 반발과 함께 윤 원장의 학자 시절 ING생명, HK저축은행 등 사외이사 활동까지 저격했다. 그리고선 "본인의 평소 주장과 대척점에 있는 금융회사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이사회 안건에 반대한 적이 없다. 윤 원장이 그 동안 목소리 높인 소비자보호는 모두 거짓"이라며 "임기 내내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선언한 '금감원 독립'은 자기책임 면피와 임기연장용 카드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milpar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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