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어장개발계획·수산업법 위반 단속 등 1973년 국가기본도 기준"
"전남 관할 전제로 하는 불문법상 경계 인정"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어업구역 기준이 되는 해상경계선을 둘러싼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의 해묵은 관할권 분쟁이 소송 제기 5년 2개월 만에 경남 측 패소로 마무리됐다.
헌법재판소는 25일 경상남도와 경남 남해군이 전라남도 및 전남 여수시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에서 경남 측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의 모습. /김학선 기자 yooksa@ |
헌재는 "이 사건 쟁송해역이 전남 및 여수시 관할구역에 속한다는 점을 전제로 장기간 반복된 관행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고 이에 대한 각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법적 확신이 존재한다는 점 역시 인정된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앞서 경남과 남해군은 2015년 12월 24일 헌재에 해상경계선을 확인해달라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과거 지자체 시행 이전에는 경남 소속 어선들이 전남 소흑산도나 제주도에서 조업을 하고 반대로 전남 소속 어선들도 울릉도나 독도에서 조업을 하는 등 조업구역의 경계가 엄격하지 않았지만 지방자치제도 시행 이후 이처럼 관할을 넘어가는 방식의 어업이 금지됐다.
그러나 경남 어선들은 경남과 전남 사이 공유수면을 포함한 남해 일대에서 조업을 했다. 이에 전남 측은 2005년 2월 해당 해역에 육성수면을 지정하고 경남수산자원연구소는 해당 해역에 '수산연구·교습어장 실시 공고'를 내는 등 조업구역을 둘러싼 두 자치단체의 지속적 분쟁이 이어졌다.
2008년 이후 해경도 적극적으로 조업구역을 침범한 어선에 대한 단속을 실시, 실제 경남 어민들이 수산업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선고받기도 하는 등 갈등이 격화되자 경남이 헌재에 해당 해역에 대한 관할 구역이 자신들에게 있다며 이를 확인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경남 측은 문제가 된 해역에 불문법상 해상경계가 존재하지 않으며 세존도를 기준으로 등거리 중간선 원칙에 의해 확산되는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우측 해역에 대한 관할 권한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경남은 이후 제1 예비적으로는 갈도를, 제2 예비적으로 두미노, 노대도, 욕지도를 기준으로 확인되는 해상경계선 우측 부분에 대한 관할권이 경남 측에 있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전남 측은 1973년 국가기본도상 해상경계선을 토대로 한 불문법상 해상경계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며 세존도는 물론 예비적 청구 대상인 갈도 역시 해상경계선을 정할 때 고려돼야 할 지역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경상남도 및 경남 남해군의 청구로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대상이 된 남해와 전라남도 여수시 일대 해역 [자료=헌법재판소] |
헌재는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7월 공개 변론을 열고 현장검결과 등을 토대로 두 지자체에 각 불문법상 해상경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와 이 경계선 획정이 각 지자체 수산업에 미치는 현황, 공유수면에 위치한 도서 현황 등에 관해 양측 주장을 들었다.
헌재는 심리 끝에 경남 측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헌재는 우선 "공유수면에 대한 지자체의 관할구역 경계 획정은 이에 관한 명시적 법령상 규정이 존재한다면 그에 따르고 명시적 규정이 없다면 불문법상 해상경계에 따라야 한다"며 "지금까지 이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존재한 바 없어 공유수면에 관해서는 불문법상 해상경계 존재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관할구역 경계 획정 원리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기록에 따르면 전남은 1973년 국가기본도상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연안어업 허가 등에 관한 권한을 행사해 왔고 경남이 어장 이용개발계획을 수립하고 경계수역을 조정하는 기준으로 사용해 온 어장연락도에 표시된 해상경계선 역시 이와 대체로 일치한다"며 "해양수산부장관 역시 이를 전제로 전남의 키조개 육성수면 지정 및 여수시의 연안관리지역계획을 모두 승인했으며 여수해양경찰서 등 역시 이를 기준으로 수산업법 위반행위를 단속해 왔다"고 판단 근거를 설명했다.
경남 측이 해상경계선의 불문법 경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 근거로 제시한 헌재의 2010년 판단에 대해서도 해석 범위를 분명히 했다. 헌재는 "2010년 헌재 결정은 국가기본도상 해상경계선을 그 자체로 불문법상 해상경계선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일 뿐, 관할 행정청이 이를 기준으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반복적으로 처분을 내리고 지자체가 관련 업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해 왔다면 그 경계선은 여전히 관할 경계에 관한 불문법으로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