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정지 직전 가격에 공개매수"...대주주 신대양제지 시간외 상한가
[서울=뉴스핌] 김양섭 기자 = 골판지 업체 대양제지가 화재로 인한 '영업정지'를 결의하면서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됐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대주주 측은 '공개매수'안을 제시했다.
'투자자 보호' 명목을 내세웠지만 주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일부 주주들은 로펌을 통해 소송도 검토 중이다. 소액주주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한누리는 "이번 공개매수방침은 대양제지의 영업정지 결의와 상장적격성 심사 촉발을 통해 소액주주들을 압박하면서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을 헐값에 매수해 사유화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한다.
◆ 소액주주들, 대양제지 경영진 대상 '주주대표소송' 검토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한누리는 대양제지 소액주주들을 대리해 한국거래소에 '대양제지가 상장적격성심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9일 대양제지가 영업정지를 결의하면서 15일 이내 상장적격성 실심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임진성 한누리 변호사는 "일단 주주들의 의견을 모아 상잘폐지 절차를 저지하는 의견서 제출 등을 할 것"이라면서 "상장이 유지된다면 사실 공개매수에 응할 주주들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는데, 상장폐지 절차가 혹시 진행된다면 소송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실제로 영업도 할 수 있는 상황인데, '영업정지 결정' 이런 부분들이 무리하게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면서 "소송 형태는 대양제지 회사에 손해를 입힌 대양제지 경영진을 대상으로 소송을 하는 '주주대표소송'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양제지의 최대주주인 신대양제지는 지난16일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대양제지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방침을 공시했다. 신대양제지는 대양제지 보통주 627만1804주(총 발행주식의 약 23.3%)를 1주당 3260원에 매수하겠다고 했다. 거래정지 직전 가격으로, 프리미엄이 전혀 없다.
공개매수가격 산정근거에 대해 대양제지 측은 "공개매수회사는 매매거래정지 당시 가격인 3260원을 공개매수 대상회사의 시가로 보고 해당 가격을 공개매수가격으로 산정했다"고 기재했다.
이번 신대양의 공개매수방침은 지난 9일 대양제지의 이사회가 작년 10월 발생한 안산공장 화재를 이유로 골판지원지사업의 영업정지를 의결하고 이를 통해 거래정지 및 상장적격성심사를 초래한 것에 이어 발표된 것이다.
2월 19일 기준 대양제지 지분 현황. [자료=대양제지 공개매수신고서] |
한누리 측은 "대양제지의 최대주주인 신대양제지와 그 특수관계의 지분율이 53.57%에 해당하고 자사주가 23.07%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신대양제지의 이번 공개매수는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을 전부 매수해 대양제지를 완전 자회사로 만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면서 "이번 공개매수방침은 대양제지의 영업정지 결의와 상장적격성 심사 촉발을 통해 소액주주들을 압박하면서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을 헐값에 매수해 사유화하려는 시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신대양제지 측은 대양제지의 주권거래매매정지로 인한 투자자보호를 공개매수의 목적으로 공시했지만 영업정지를 결의를 이용해 청산가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공개매수를 하겠다는 것은 투자자 보호가 아닌 투자자 축출을 위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공개매수 가격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이 같은 주장과 유사했다. 공개매수 방침이 나온 날(16일) 신대양제지는 시간외거래에서 가격제한폭(10.00%)까지 올랐고, 다음날 16% 급등세로 출발했다.
신대양제지 최근 3개월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 |
소액주주들은 사건이 지난 해 10월에 발생한 화재인데 이를 명분으로 4개월 지난 시점에 갑자기 영업정지를 한 과정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한누리 측은 "대양제지의 이사회가 지난 해 10월에 일어난 안산공장 화재를 명분으로 지난 2월 9일자로 영업정지 결의를 한 것도 정상적인 의사결정이라 볼 수 없다"면서 "지난 해 10월의 안산공장 화재는 재해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대양제지 경영진과 이사회는 화재에 따른 피해를 조속히 복구해 영업을 재개할 책임이 있는데 오히려 상장적격성 심사를 유도하기 위해서 주요 사업부문의 영업정지를 결의한 것이고 이는 대주주의 헐값 매수를 돕기 위해서 회사 자체 및 소액주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야기하는 배임적인 행동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누리는 "코스닥 상장규정 시행세칙상 상장적격성심사사유에 해당하는 '주된 영업의 생산 및 판매활동의 중단'은 노사분규나 재해 등으로 인한 영업중단의 경우 조업이 6월 이상 중단된 경우를 말하며 더구나 잔여사업부문만으로는 실질적 영업을 영위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정되는데 대양제지의 경우 화재 발생 후 아직 4개월 밖에 경과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매출액기준 50%에 육박하는 영업이 남아 있으며 영업이 중단된 부문도 소실된 기계장치의 복구만 이뤄지면 조속히 영업을 재개할 수 있어 대양제지는 상장폐지의 기준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자발적 상폐 계획은 없다..상폐실질심사 대상 가능성 높아"
소액주주들과 투자자들 사이에선 신대양제지가 이번 기회를 계기로 유통되고 있는 주식을 싸게 사들여 대양제지를 완전 자회사로 만들기 위한 행보로 보는 시각이 있다. 유통주식수가 일정 기준에 미달되면 상장 자체가 유지될 수 없다. 대양제지 측도 신고서에 이 같은 내용을 주의사항으로 기재했다. 회사 측은 '공개매수가 대상회사와 주식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소액주주의 상당수가 본 공개매수에 응모해 사업연도말 소액주주의 수가 200인 미만이 되거나 소액주주의 주식수가 유동주식수의 20% 미만이 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단, 300인 이상의 소액주주가 유동주식수의 10% 이상으로서 100만주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는 제외)에는 코스닥 시장 상장규정상 회사 주권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으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후 1년 이내에 해당 규정에 의한 주식분산기준미달을 해소하지 아니한 경우 상장 폐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자진 상폐 여부에 대해서는 "자발적 상장폐지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양제지 측은 장래계획에 대해 "공개매수 이후 회사의 지배구조, 재무구조, 사업내용 등에 변경을 가져오는 구체적인 장래계획은 수립하고 있지 않다"면서 "공개매수자는 현 단계에서 본 공개매수 이후 자발적 상장페지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기재했다.
회사 측이 제시한 신고서 내용을 보면 대양제지의 상장폐지 가능성을 높게 보는 대목이 보인다. 회사 측은 "대양제지의 경영진은 공장 복구 후 생산이 재개되기까지 장기적인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향후 원지시장의 불확실성으로 대규모 복구투자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바, 계속기업으로서의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공개매수 이후 계획, 자신상폐 계획 여부 등을 묻는 질문에 신대양제지 관계자는 "신고서에 기재한 것 외에 추가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만 답했다.
ssup8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