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민지현 기자 = 세계 최대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S&P500(SPY)에서 자금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싼 수수료에 투자자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다른 투자처를 모색하면서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연초 이후 현재까지 SPDR S&P500에서 빠져나간 금액이 330억달러로 집계됐다. 업계 최대 규모다.
자금은 대부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전인 올해 2월과 3월에 집중적으로 유출됐다.
블룸버그통신은 경쟁 운용사들이 수수료 인하에 뛰어들면서 SPDR S&P500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이 반등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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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DR S&P500(SPY) 3개월 추이 [차트=인베스팅닷컴] |
SPDR S&P500의 수수료는 0.095%로 경쟁사 대비 3배가량 높다. 대표 경쟁사 뱅가드에서 운용하는 S&P500 ETF(VOO)의 수수료는 0.03%로 3배 가량 저렴하다.
전문가들은 높은 수수료는 결국 시장에 재진입하는 투자자들이 더 저렴한 선택지로 옮겨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4조8000억달러 규모의 ETF 시장에서 2위 발행사인 뱅가드는 자사 운용 전체 ETF를 기준으로 1480억달러가 유입되면서 경쟁 업체들을 앞섰다. 블랙록과 스테이트스트리트는 각각 790억달러, 190억달러를 유치했다.
투자자문사 ETF 스토어의 네이트 제라시 사장은 "시장이 회복되면서 저비용 상품에 재투자하는 경항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낮은 수수료를 제시하는 경쟁사 ETF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시장 환경과 관계없이 SPDR S&P500에서는 출혈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1993년 출시된 SPDR S&P500은 미국에 상장된 최초의 ETF로 미국 주식시장 대표 지수인 S&P500을 추종한다. 현재 운용자산(AUM)은 2940억달러다.
뉴욕 소재 퍼뷰 인베스트먼트의 린다 장 CEO는 SPDR S&P500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SPY에 되돌어가지 않고 저비용의 등가물이나 ESG 펀드로 흘러 들어갔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SSGA)의 매트 바르토리니는 '에너지 셀렉트 섹터 SPDR 펀드'(XLE)와 같은 개별 섹터 펀드로 자금이 옮겨갔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투자 정보 사이트 인베스토피디아는 SPDR S&P500에서 330억달러가 유출된 것은 올해 전반적인 주식 ETF에 1190억달러가 유입된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라 주목할 만하다고 진단했다.
매체는 높은 비용 수수료가 원인일 수도 있지만 충분히 전문화되지 않은 것도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QQQ)'나 줌(ZM), 도큐사인(DOCU) 등 집콕(stay-at-home) 주식에 투자한 'ARK이노베이션(ARKK)'의 올해 누적 수익률은 각각 32.95%, 97.06%다. SPDR S&P500은 5.08%에 그쳤다.
jihyeon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