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 건설

"다음 부동산, 플랫폼과 상생해도…네이버, 정보시장 독점 바꾸기 어렵다"

네이버, 경쟁사 다음에 '확인매물' 제공 막아…"사실상 독점"
다음 부동산, 플랫폼과 상생…"네이버 독점 바꾸기 어려워"

  • 기사입력 : 2020년09월08일 06:03
  • 최종수정 : 2020년10월06일 15:56
  • 페이스북페이스북
  • 트위터트위터
  • 카카오스토리카카오스토리
  • 밴드밴드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아파트 매물을 제공하는 부동산 정보시장에서 네이버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업계 관측이 나온다. 네이버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사인 포털 다음이 부동산 정보시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기 때문이다.

다음 부동산이 플랫폼과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에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독점적 지위가 단기에 무너지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2020.08.26 kilroy023@newspim.com

◆ 네이버, 경쟁사 다음에 '확인매물' 제공 막아…"사실상 독점"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부동산 매물정보가 경쟁사인 다음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에 제공되는 것을 막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0억3200만원을 부과받았다.

네이버가 부동산 매물이 실재 존재하는지 확인해서 '확인매물'로 정한 것을 경쟁사인 다음 등 제3자에 제공하면 안 된다고 부동산114, 부동산써브 등 정보업체들에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부동산 정보제공업체(CP)들은 네이버에 일정 수수료를 내고 자사 매물을 네이버에서 볼 수 있게끔 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오는 매물 정보는 네이버가 아니라 부동산114, 부동산써브, 매경부동산, 한경부동산 등 정보업체들이 공인중개사에게서 수집한 정보다.

이들은 자사 홈페이지보다는 네이버 이용자 수가 많기 때문에 네이버에도 매물을 올려서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한다. 마치 네이버CP에 가입한 언론사들이 회사 홈페이지 외에 네이버에도 기사를 노출시키는 것과 유사하다. 문제는 네이버가 지난 2015년과 2017년에 경쟁사인 포털 다음과 부동산정보업체들 간의 매물정보 계약을 막은 데서 시작됐다.

네이버는 정보업체들이 네이버에서 확인 작업을 거친 '확인매물'이나 그에 준하는 별도의 태그를 붙인 매물을 포털 다음에 주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 이 조항을 위반할 경우 계약을 즉시 해지하겠다는 벌칙 조항도 삽입했다. 부동산114 등은 다음과도 거래하길 원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공정위는 부동산정보업체들이 네이버의 시장 지배력 때문에 이같은 요구를 거부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네이버는 부동산 정보시장에서 70%가 넘는 점유율을 갖고 있다. 다음은 정보업체를 통해 부동산 매물 정보를 수집할 수 없게 됐고, 지난 2018년 4월 이후 부동산 서비스를 '직방'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공정위는 "네이버의 제휴 방해로 다음 카카오가 부동산 정보시장에서 퇴출당했다"며 이 사건 이후로 네이버의 시장 지배력이 더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100억원 가까이 들여 구축한 확인매물 시스템의 지적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 다음 부동산, 플랫폼과 상생…"네이버 독점구조 바꾸기 어려워"

전문가들은 네이버의 행보가 사실상 '시장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이버는 매물 건수·트래픽 등 어느 기준에서도 업계 1위로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갖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들은 부동산 매물 정보를 더 많은 소비자에게 노출시키려면 네이버와의 제휴가 필수적이다.

또한 네이버는 자사의 확인매물 정보가 수십억원 비용을 들여 업계 최초로 도입한 서비스로, 관련 특허도 2건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다음 측이 아무런 비용이나 노력 없이 무임승차하려 해 제3자 제공 금지 조항을 넣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네이버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경쟁사를 배제한 것은 사실상 '독점' 행위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네이버가 자사 시스템 개발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요구하는 지적재산권의 범위가 과도해 보인다"며 "네이버가 확인매물로 처리한 것을 다른 업체에 주지 못하면 부동산 정보업체들은 네이버에 팔고 남은 물건만 팔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다음 부동산 홈페이지 캡처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0.09.07 sungsoo@newspim.com

다만 공정위가 네이버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조치를 내려도 이미 형성된 시장 구조가 바뀔지는 회의적이라는 의견이다. 현재 다음은 부동산 플랫폼 업체 직방에 부동산 홈페이지 운영을 맡기고 있다.

다음은 카카오 어플이 강점을 가진 모바일을 중심으로 직방이 인수한 호갱노노, 네모 등과 시너지를 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직방은 원·투룸이나 오피스텔 및 아파트 매물을, 네모는 상가 부동산 매물을 각각 제공한다. 이밖에 경매물건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다음 부동산은 이처럼 플랫폼 업체들과 상생을 꾀한다는 점에서 기존 네이버 부동산 모델과 대비된다. 

직방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아파트 외에 다양한 종류의 부동산 매물을 올려서 다음 부동산의 매물 정보가 더욱 풍성해지게 만든다"며 "네이버 부동산에 CP로 들어가는 대신 우리 회사만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사용자 경험 디자인(UX)을 제공해서 더 많은 이용자들을 유입시키고 자생력을 갖추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이 부동산 사이트로서 네이버에 대항할 만큼 경쟁력을 갖출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네모는 상업용 부동산 수요자들 사이에서 성공적인 플랫폼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나이스평가정보 키스리포트에 따르면 네모 서비스를 운영하는 슈가힐은 직방에 인수될 당시 현금흐름이 2년 연속 적자로 수익성이 매우 열악한 상태였다. 또한 직방이 제공하는 원·투룸 등은 주로 20대 학생이나 1인가구가 수요층이라서 아파트보다 수요층 범위가 작고 구매력이 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결국 부동산114를 비롯한 정보업체들이 네이버에 종속되는 구조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연구원은 "메트칼프의 법칙에 따르면 네트워크의 규모가 커질수록 그 가치는 이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해 늘어난다"며 "네이버는 이미 부동산 정보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추고 있고, 후발주자들도 이러한 모델을 추구하는 게 적절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도 카카오라는 인지도 높은 플랫폼과 많은 사용자 수를 기반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부동산 정보시장 진출 시도가 이미 한 번 좌절됐고, 기존에 형성된 시장구조를 바꾸기 어려운 만큼 점유율을 높여나가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ungsoo@newspim.com

  • 페이스북페이스북
  • 트위터트위터
  • 카카오스토리카카오스토리
  • 밴드밴드

<저작권자(c)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