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구성 협상, 결국 감정 싸움으로 번져…"불쾌", "부글부글"
"3일 동안 안 만난다", 협상 테이블 앉아도 결론 나긴 어려울듯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21대 국회가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두고 이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결국 12일에도 여야는 원 구성을 마치는 데 실패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주말을 포함해 3일의 시간을 더 줬지만 그 동안 합의점을 찾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성원 미래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본회의에 불참했다. 2020.06.12 leehs@newspim.com |
◆ 감정 싸움으로 번진 원구성 협상…여야 모두 '부글부글'
며칠 간 이어진 21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 협상은 이날 결국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졌다.
민주당은 지난 11일 통합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상임위를 11대 7의 비율로 나눌 것을 제안했다. 통합당에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정무위원회, 국토위원회 등 상임위를 배분하는 안이었다. 민주당은 '노른자위' 상임위를 모두 통합당에 양보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작 제안을 받은 통합당은 이를 불쾌하게 받아들였다.
통합당 한 의원은 "우리가 법사위원장 사수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인데, 먹이 던져주면서 먹으라는 식도 아니고 아주 불쾌했다"며 "특히 통합당이 의원총회를 열고 논의를 하고 있는 와중에 그런 제안이 언론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주호영 원내대표를 흔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야당은 명분이 중요하다"며 "오늘 의총에서도 '차라리 상임위가 하나도 없으면 없었지, 타협해서 7개를 받아오는 것은 야당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도 속이 끓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를 강행하고 일부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려 했다. 그런데 박병석 국회의장이 또 한 차례 선출을 연기한 것이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는 오늘 선출을 하자고 했는데 의장이 결정한 것"이라며 "저희들도 이렇게 미루어지는데 대해 대단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의원들이 말은 안해도 불만이 엄청 많다"며 "(상임위원장에 오를) 3선이 50명이나 되지 않냐"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왼쪽),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 후 자리에 앉고 있다. 2020.06.08 kilroy023@newspim.com |
◆ "협상 결렬, 만날 일 없다" vs "설마 안 만나겠나"…결론나긴 어려울듯
협상이 감정 싸움으로 고조되면서 박 의장이 준 3일의 시간 동안 여야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일단 양측 모두 추후 만남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협상이 결렬됐다고 생각한다"며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통합당과 만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글쎄..."라며 말 끝을 흐렸다.
다만 한 여권 관계자는 "그렇다고 어떻게 아예 안만날 수 있겠냐"면서 여지를 열어뒀다.
여야가 얼굴을 맞댄다고 하더라도 결론이 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를 두고 양 측이 여전히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저희는 법사위를 빼고는 야당으로서의 존재 이유도 없고, 국회자체도 국회라고 할 수 없기에 더이상 협상할수 없다"며 "일부에서 법사위를 우리가 양보하는 조건으로 협상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언급했다.
민주당 역시 이미 제안한 11대 7의 상임위 배분안이 '최대한의 양보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15일까지 협상이 안되면 박 의장과 민주당은 본회의를 강행하고 실제 상임위원장 선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김영진 수석은 15일에 법사위, 예결위, 기재위 위원장을 표결로 선출할 가능성에 대해 "그 이상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18개 상임위를 독식할 가능성은 여야 모두 낮게 보고 있다.
통합당 관계자는 "협상 없이 15일에 여당이 표결을 강행한다면 그 이후부터는 우리는 전혀 상임위를 안 받는 것으로 봐도 된다"며 "차라리 민주당이 18개를 독식하는 것처럼 보여지는게 우리로서는 더 낫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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