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인류가 수십년 만에 처음 직면한 최대 전염병 위기에서 인류의 가장 기대되는 기술인 인공지능(AI)이 존재감을 거의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딥마인드와 오픈AI, 페이스북 AI리서치, 마이크로소프트 등 전 세계 유수 AI 연구소들은 코로나19(COVID-19)와의 싸움에서 도움이 될 만한 이렇다 할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실에서 배양한 코로나19 바이러스(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입자들(적자색 둥근 물체)가 세포막 위에 등장한 투과 전자현미경 사진.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코로나19(COVID-19) 감염증을 유발한다. 사진의 바이러스는 미국 환자에서 분리해낸 것이다. [사진=NIAID-RML] 2020.03.31 herra79@newspim.com |
아마존 캠브리지에서 기계학습 책임자를 지냈던 닐 로렌스 캠브리지대학 기계학습 교수는 CNBC에 "AI는 미래 언젠가 유용한 기술이 되겠지만, 지금 직면한 팬데믹에서 우리는 과거로부터 증명된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와 수학적 모형 등 '과거로부터 증명된 기술'을 통해 유행병이 인구 전체에 어떻게 확산될지를 예측하는 유행병학 모델을 만들 수 있었던 반면, 강화형 기계학습이나 자연어 처리 등 AI 분야는 큰 효용성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AI가 소소한 도움이 되는 사례는 분명 있다. 지난 3월 딥마인드는 '프리 모델링'이라는 기계학습 기술을 사용해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 SARS-CoV-2와 연관된 6개 단백질 구조를 분석해 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에이아이닥(Aidoc)은 AI 이미징 기술을 활용해 폐 이상을 잡아냈고, 영국 스타트업 한 곳은 AI를 이용해 코로나19 치료제 탐색에 나섰다.
영국 헤리엇와트대학의 컴퓨터과학 교수인 베레나 라이저 박사는 자동화 로봇이 병원 방역 작업을 돕고, AI 과외 선생이 아이들의 홈스쿨링을 도울 수 있으며, 고립된 고령층의 외로움을 달래는 '반려 AI'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SCC는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해 테러리스트 대신 코로나19 환자를 가려낼 수 있으며, 영국 엑스사이언시아는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약물 1만5000가지 이상을 가려냈다.
하지만 이러한 역할은 팬데믹과의 싸움에서 보조적 역할을 할 뿐 결정적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로렌스 교수는 "AI가 지나치게 과장됐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현재 AI 기술은 2000년대 인터넷과 비슷한 수준의 발전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주요 원인은 AI 알고리즘 훈련을 위해 막대한 데이터가 필요한데 아직까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신뢰할 만한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는 데 있다.
아마존의 AI 플랫폼 알렉사 개발에 참여했던 기계학습 컨설턴트 캐서린 브레슬린은 "AI는 수작업으로 입력된 방대한 데이터로부터 학습하는데, 이러한 입력 작업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를 실제로 구축하고 테스트하고 배치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AI의 과제는 변화하는 세계에 맞춰 신속하게 데이터를 수집해 학습하고 실제 필요한 기술을 재빨리 구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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