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하고 결혼할 수 있어?" 성적 지향 캐물어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모 대학 교수가 제자에게 성적 지향을 물으며 막말을 하는 등 물의를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육 및 지도 범위를 벗어난 행동이라고 판단하고 특별인권교육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14일 인권위에 따르면 모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 A씨는 지난 2018년 7월 지도교수인 B씨가 주관하는 연구실험 집중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프로그램 착수를 위한 미팅 자리에서 A씨는 자기소개를 하면서 "이번 주말에 서울퀴어축제1에 간다"고 했다.
그러자 B씨는 프로그램 참여 대학원생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A씨에게 "너 동성애자야?"라고 발언했다.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이후에도 B씨는 A씨를 따로 불러 "모든 사람들이 너를 보면 동성애자라고 느낄 것 같아", "남자도 좋아?", "너는 여자랑 결혼할 수 있어?", "남자하고 결혼할 수 있어?"라며 거듭 성적 지향을 물어봤다.
프로젝트 성과 발표회에 가기 직전에는 "색조화장도 파우더도 하지 마", "학회 가서 사람들이 너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별 못 하게 하지 말라고, 내 마지막 경고야"라고도 했다.
참다 못한 A씨는 결국 "지도교수로부터 부당하게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B교수는 인권위에 "과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퀴어축제 이야기를 하길래 그 의도를 묻기 위해 질문했던 것"이라며 "성과 발표회 문제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 A씨의 외모와 복장으로 인해 안 좋은 선입견을 가질 수 있으니 장소에 맞게 화장과 복장을 갖춰달라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B씨의 행위가 지도교수로서 교육 및 지도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 판단했다. 특히 인권위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민감하고 내밀한 성적 지향을 확인한 것은 모욕감과 굴욕감을 주는 행위로, 인격권 침해라고 봤다.
인권위는 B씨에게 유사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해 특별인권교육 수강을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 교육 또는 사회교육의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돼야 한다고 현행법에 규정돼 있으며, 교수는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