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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금야금(金)] 깜깜이 개설된 환경미화원 100명의 '유령계좌' 사건

기사입력 : 2020년01월17일 09:00

최종수정 : 2020년01월17일 09:03

지점장과 구청 노조위원장이 환경미화원 계좌 멋대로 발급
은행의 과도한 KPI 부담에 통장개설부터, 실명확인 미뤄

[편집자] '야금(冶金)'은 돌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기술입니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금융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첫단부터 끝단까지 주목받는 건 몸집이 큰 사안뿐입니다. 야금 기술자가 돌에서 금과 은을 추출하듯 뉴스의 홍수에 휩쓸려 잊혀질 수 있는 의미있는 사건·사고를 되짚어보는 [한국금융의 뒷얘기 야금야금] 코너를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최근 선보였습니다.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이후 개선된 건 있는지 등 한국금융의 다사다난한 뒷얘기를 격주 금요일 만나보세요.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약 2년 전 A은행 모지점에서 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100명의 계좌를 무단으로 발급한 사실이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즉각 검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작년초 금감원이 내린 결론은? A은행에 과태료 1000만원, 직원 2명에 감봉 3개월과 과태료 2500만원, 또다른 직원 2명에 주의 조치와 과태료 500만원 등 상당한 수위의 제재 조치였다.

◆ 선(先) 통장개설, 후(後) 실명확인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2017년 5월 지점장 B씨는 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노조 지부장 C씨와 결탁해, 구청 환경미화원 100명의 저축예금 계좌(IRP·개인형 퇴직연금)를 멋대로 개설했다. 노조 지부장 C씨로부터 조합원 명부, 주민등록번호 등을 넘겨받아 저지른 일이었다. 이후 지점장 B씨 등은 환경미화원 100명에 통장과 거래신청서를 나눠주며 신분증 사본을 내라고 했다. "이 통장을 이용하면 퇴직금 담보 대출 이자를 낮출 수 있다"는 홍보와 함께 말이다. 신청하지 않은 통장을 쥐어든 대다수 환경미화원들은 어리둥절했지만, 노조 지부장 C씨의 지시에 따라 신분증을 복사한 후 제출했다.

이는 1993년부터 의무화된 '금융거래 실명확인 의무'를 위반한 사례다. 금융회사는 실명이 확인된 계좌에서 일어나는 계속거래, 100만원 이하 원화 송금 등이 아닌 금융거래시 거래자의 실명을 확인해야 한다. 어길시 금융회사 임직원들에는 최고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은행계좌 개설도 실명확인이 필수인 금융거래다. 대개 은행 계좌는 고객이 영업점에 방문해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 실명확인증표를 제시하면 창구 직원이 이를 스캔한 후 전산망을 통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만들어진다. 하지만 A은행 지점은 먼저 계좌를 만들고 사후에 필요조건(실명확인증표 스캔)을 끼워맞췄다.

"이런 경우가 최근 몇년 새 거의 없었죠. 되게 이례적인 사례로 기억해요. 이유요? 은행에선 실적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한때 은행들에선 신규고객 유치, 그러니까 계좌개설이 KPI(핵심성과지표) 항목에 포함되기도 했거든요."(금감원 관계자)

실제 A은행 지점도 당시 새로 개설한 환경미화원 100명의 계좌 중 추후 돈이 입금되지 않은 계좌에 대해서는 KPI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즉 이 지점의 무리한 신규계좌 개설은 KPI와 연관이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매분기 다짐하고, 시스템 강화하고

다만 노조 지부장 C씨는 환경미화원들에 이익을 주려는 좋은 의도였다고 당시 해명했다. 그러면서 적잖은 환경미화원들이 이후 계좌에 돈을 입금했고, 만족해하면서 사용했다고도 했다. 그렇다고 이들의 실명법 위반이 감경되거나,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고객이 (계좌개설을) 원했는지, 원하지 않았는지는 실명법 위반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대상이 아니에요. 기본적으로 금융회사 직원들이 고객 계좌를 개설할 때 지켜야할 절차가 있는데, 그건 따라야죠."(금감원 관계자)

이후 A은행도 재발 방지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매분기 직원들에 '실명제 준수서약서'를 작성토록 해 '실명확인'의 중요성을 지속 상기시킨 것이다. 실명확인 제도나 실명확인 위반을 방지하는 시스템도 보다 고도화했다. A은행 관계자는 "신규계좌 개설, 특히 실명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내부통제 절차를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것이 계좌개설 후 사후점검 강화다. A은행을 비롯해 각 은행 지점들은 계좌개설 이후 본점으로 서류를 보내 또 한번 확인하는 절차를 밟는다. 창구 직원이 실명확인 절차를 제대로 밟았는지, 누락된 서류는 없는지 등을 점검하기 위한 절차다. 이를 재정비한 것이다.   

[Tip!] 실명확인 생략이 가능한 거래는?

1. 실명이 확인된 계좌에 의한 계속거래(계좌의 입출금·해지·이체 등, 통장·거래카드 등으로 입출금하는 경우)
2. 각종 공과금 등의 수납
3. 100만원 이하의 원화송금(무통장입금 포함)과 100만원 이하에 상당하는 외국통화 매입·매각
4. 1997년 12월31일부터 1998년 12월31일 사이에 재정경제부장관이 정하는 발행기간 이자율 및 만기 등이 발행조건으로 발행된 특정채권의 거래(▲고용안정과 근로자의 직업능력 향상 및 생활안정 등을 위해 발행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채권 ▲외국환거래법 제13조에 의한 외국환평형기금 채권 중 외국통화로 표시된 채권 ▲중소기업의 구조조정 지원 등을 위해 발행되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채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329조에 따라 증권금융회사가 발행한 사채)
5. 보험·공제거래, 여신거래, 골드(실버)바 거래, 상품권 거래

milpar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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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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