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뉴스핌] 지영봉 기자 =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전지훈련 중 교통사고를 당했던 한국 여자 레슬링의 간판 김형주(36)가 역경을 이겨내고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전남 함평군은 김형주는 지난 14일 함평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국가대표 2차 선발전 여자 자유형 53㎏급 결승에서 1차 선발전 우승자 박은영(광주 남구청)을 4-2로 제압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로써 김형주는 한국 여자 레슬링 선수로는 최초로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 2012 런던올림픽에 이어 도쿄올림픽까지 올림픽 3회 출전에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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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뉴스핌] 지영봉 기자 = 지난 14일 함평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레슬링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김형주 선수가 오정빈 선수와 리그전 경기를 펼치고 있다.[사진=함평군] 2020.01.15 yb2580@newspim.com |
김형주는 열악한 환경과 저변에도 십 수년간 한국 여자 레슬링의 에이스로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그는 국내 여자 레슬링 선수로는 유일하게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했다. 4년 뒤엔 런던 올림픽 무대까지 밟으며 세계의 높은 벽에 도전했다.
전성기가 지났다고 평가받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여자 레슬링 선수 중 유일하게 동메달을 획득했다. 30대 중반이 된 그는 은퇴를 고려했다. 하지만 대를 이을 선수가 없다는 주변의 만류에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올해 도쿄올림픽 무대를 선수 인생 마지막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새 소속팀인 함평군청에서 다시 구슬땀을 흘렸다.
하지만 시련은 갑자기 찾아왔다. 지난해 11월 소속팀의 중국 선양 전지훈련 중 택시를 타고 이동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를 태운 택시가 앞차를 강하게 들이받은 것이다. 국가대표 1차 선발전을 불과 일주일여 앞둔 시점이었다.
그는 "사고 직후에는 괜찮았는데, 며칠 지나면서 몸에 이상이 생기더라"며 "온몸의 근육이 뒤틀리며 통증이 따라왔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교통사고 후유증이 심하니 입원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도쿄올림픽 1차 선발전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아픈 몸으로 대회 출전을 강행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는 여자 자유형 53㎏급 결승에서 자신보다 15살 어린 박은영(21·광주남구청)에게 1-2로 석패했다.
벼랑 끝에 몰렸다. 박은영과 최종 선발전을 펼쳐 승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14일 전남 함평문화센터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우승한데 이어 박은영과 최종 선발전에서도 4-2로 승리했다.
도쿄올림픽 1차 관문을 통과한 그는 오는 3월 중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쿼터 대회를 통해 올림픽 출전권을 노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1차 선발전은 물론 이번 2차 선발전까지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았다"며 "오는 2월 열리는 아시아시니어선수권 대회와 3월 쿼터대회까지 기본 체력훈련과 컨디션 조절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몸 상태만 완전히 회복되면 올림픽 출전권은 물론 올림픽 본선 무대에서의 메달 확보도 자신있다"며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도쿄올림픽에서 선수 커리어의 정점을 찍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yb258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