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철 주조술과 한국 반도체 기술의 공통점에서 찾는 역사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여섯 개 도시 연맹 국가였던 가야가 500년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철이다. 당시 철은 국력을 나타내는 상징이었고 화폐의 기능을 할 만큼 사회적·국제적으로 중요했다. 2019년 한국에서는 반도체가 국제 시장에서 가야의 '철'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교류에 있어 과거에는 철, 현재는 반도체가 열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야가 최고 전성기를 맞은 건 4~5세기다. 철의 생산은 물론 주조와 수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당시 무기와 갑옷 등을 철로 만든 가야의 제조술은 최첨단이자 당시 국력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 홍보대사인 배우 정일우가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가야 역사와 문화를 재인식하기 위한 26년만의 가야 특별전 '가야본성 칼과 현' 개막식을 마치고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다. 2019.12.02 dlsgur9757@newspim.com |
김삼기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기획과장은 "철은 무기로 연결되기 때문에 국력과 마찬가지였다"며 "당시 왜가 철 기술을 가져가 차용하고 싶었을 거다. 철뿐 아니라 도자 기술도 같다. 그때는 가야가 일본보다 훨씬 앞선 문화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지리적으로도 동북아시아를 바다로 잇는 창구 역할을 했던 가야는 다양한 지역과 활발하게 교류했다. 4세기에 교역이 더욱 폭넓어졌다. 당시 수출 거점은 금관가야의 김해지역으로 판단된다. 중국의 문화를 먼저 받아들였던 가야는 왜보다 번성한 문화를 자랑했고, 국력도 왜보다 앞섰다. 이에 왜는 가야와 문화교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양수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가야에는 기원전 2세기부터 왜인마을이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일본사람들이 무역과 발전한 문화를 갖고 있는 가야 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머무른 것"이라며 "특히 일본은 철의 안전한 공급을 원했고 중국과 교섭을 위해 가야를 들려야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윤온식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 학예연구사가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가야 역사와 문화를 재인식하기 위한 26년만의 가야 특별전 '가야본성 칼과 현' 언론 공개회에서 취재진에게 가라국 고령 지산동 44호 왕의 무덤을 설명하고 있다. 2019.12.02 dlsgur9757@newspim.com |
2019년, 한국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은 21%, GDP의 7.8%를 차지했다. 삼성은 64Mb D램을 세계 최초로 자체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고 1994년 낸드플레시 개발도 성공했다. 2006년 이후 13년간 세계 1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재홍 국민대학교 한국역사학과 교수는 "일본은 4~5세기 당시 철을 생산할 수 없었다. 지금으로 치면 TV나 휴대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못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야는 제철, 제련술이 있었다. 철정(덩이쇠)을 왜로 수출했다. 철정 수출은 지금으로 보면 왜가 반도체를 만들 원료를 공급한 것과 같다. 왜는 철정을 수입해 갑옷도 만들고 철제품을 생산했다"며 "당시 가야가 문화나 제철 기술이 우수했기에 왜는 가야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7월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반도체 시장에 먹구름이 몰려왔다. 당시 일본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의 한국 수출을 제한했다.
반도체 업계는 중국 공장 투자와 자력 기술 확보를 위해 애쓰고 있다. 일본이 '반도체 수출 규제'로 경제 보복을 시도했다 역풍을 맞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석 달간 일본의 수출 손실이 한국보다 2배에 달했고 일본 내부에서도 양국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부산 복천동 38호분 출토 철제갑옷 [사진=문화재청]2019.12.18 89hklee@newspim.com |
게다가 지난달 23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종료 6시간을 앞두고 '일시동결'로 결론나면서 오는 24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정상회담에서 일본 수출관리 강화조치 철회 여부가 결정될 지 주목된다.
김재홍 교수는 "고대부터 한국과 일본은 생산과 유통으로 관계를 맺어왔다. 과거 협력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서로가 문화·기술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며 "현재 우리의 반도체 기술은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이어 "고대시대 우리는 철이 있었지만 현재는 반도체가 있다. 지금도 스마트폰 생산 기술은 우리가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양국이 부족한 부분을 매워 발전된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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