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파 숙청하고 친황체제 구축"…국내 비판 여론 옮겨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북한은 9일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황당하고 교활하기 짝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황 대표가 최근 주요 당직자들에게 사표제출을 요구한 것이 반대파 숙청을 위한 행보라는 이유에서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이날 '황교안발 읍참마속의 진상'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황교안은 황당하고 교활하기 짝이 없다. 위선적인 읍참마속을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실행하니 말이다"라며 "제갈량은 눈물을 뿌리며 마속을 베었다지만 황교안은 이렇게 될지 몰랐지하고 웃으며 반대파를 베어버리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서 경제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에 앞서 잠시 대기하고 있다. 2019.12.06 dlsgur9757@newspim.com |
메아리는 황 대표가 지난 2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최고위원회를 주재하며 "필요하다면 읍참마속 하겠다"라고 말한 뒤 당 사무총장, 대표비서실장, 대변인, 여의도연구원장 등 주요당직자 35명에게 사표제출을 요구한 사실을 전했다.
메아리는 "황교안은 대의를 위해 측근들이라도 베어버리는 용단을 내린 것이 아니라 자기의 측근들을 주요당직자로 올려 앉히고 친정체제, 친황체제를 확고하게 구축해놓았다"며 "이번에 총선에서의 자파세력 확장과 유일한 대권 도전자의 지위를 확고하기 위한 반대파 숙청을 강행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다른 정당들과 수많은 언론, 전문가들이 황교안이 벌려놓은 것은 당 혁신이 아니라 반대파 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인적쇄신이라고 비난하고 있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라며 "당 내에서도 비평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자유한국당 주요 인사 비판은 거의 매일 있는 일로 이번 글도 한국에 이미 존재하는 비판을 과장해 옮겨 적은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권력투쟁 과정에서 직위는 물론 목숨까지 빼앗는 일이 빈번한 북한이 '읍참마속'을 거론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 대표는 지난 6일 서울대학교 특강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계파 정치를 하기 위해 당에 들어온 것이 아니다.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며 친황이라는 표현에 불만을 표했다. 그는 "굳이 '친'자를 붙여야 한다면 '친한(韓)'으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메아리는 이날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해선 '내년 총선의 주도권을 놓고 은근히 암투를 벌려왔다'고 묘사했을 뿐 원색적인 비난은 하지 않았다. 전례를 볼 때 강석호·유기준·심재철·김선동 의원 중 이날 한국당의 새 원내대표가 되는 의원은 북한 매체들의 단골 비판 소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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