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민연금·삼성물산·용인시청·KCC 등 압수수색
2014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관련 수사 진행
[서울=뉴스핌] 이보람 고홍주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사건의 배경으로 주목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을 정조준하며 수사 고삐를 죄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leehs@newspim.com |
검찰 한 고위관계자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여러 불법 행위를 수사 중이고 여기에는 합병 관련 사안도 포함돼 있다”고 25일 밝혔다. 이어 “통상의 사건처럼 압수수색 진행 후 압수물 분석에 주력하는 등 관련 수사가 차질 없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지난 23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관련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삼성물산, 금융계열사 삼성생명·삼성자산운용·삼성증권 등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 여러 곳을 동시 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경기도 용인시청과 KCC 등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은 대부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된 곳이다. 이에 검찰의 이번 강제수사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배경으로 지목된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을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4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이른바 ‘캐스팅보트(Casting Boat)’ 역할을 하면서 합병에 최종 찬성표를 던져 두 회사의 합병을 도왔다.
용인시청의 경우 에버랜드 관련 땅값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용인시 소재 에버랜드 소유 부지의 표준지 공시지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앞둔 2015년 전년보다 최대 370% 폭등하면서 제일모직의 자산 가치 역시 크게 뛰었다. 당시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 평균 상승률은 4.1%로 나타났다.
KCC는 합병 과정에서 사실상 ‘백기사’ 역할을 했다. KCC는 당시 합병에 반대하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 맞서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였고 최종적으로 합병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역시 두 회사 합병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포석이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관련 회계처리 기준을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면서 이 회사의 가치 역시 장부가액 2900억원에서 시장가액 4조8000억원으로 변경했다. 에피스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져 지배력이 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검찰은 이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고 삼성물산 가치를 낮추는 방식으로 두 회사를 합병, 안정적 경영권을 확보하고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실행하는 차원에서 이같은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고 보고 관련 수사를 벌여 왔다.
당시 삼성바이오의 최대주주는 제일모직이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을 23.2% 보유하고 있었고 삼성물산 주식은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삼성물산은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다. 결국 이 부회장이 삼성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었던 셈이다.
실제 이같은 과정을 거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식을 1대 0.35로 합병하는 방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하면서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이 부회장이 그룹 승계라는 현안을 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줬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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