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입시 위해 연구실 대학원생에게 실험·논문 대필 지시
“일부 도움 받은 건 맞지만 논문이 허위는 아니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자녀의 입시를 위해 대학원생 제자들에게 논문 대필을 지시한 성균관대 교수가 첫 재판에서 “일부 도움 받은 건 맞지만 논문이 허위는 아니다”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장두봉 판사는 9일 오전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 이 모(60)씨와 그 딸 이 모(24) 씨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피고인 측은 “논문 작성 과정에 있어서 대학원생들의 도움 받은 건 사실이라고 인정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보고서나 논문이 허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논문은 저자가 수십 명에 이를 수 있는데 검찰에서는 단순히 딸 이 씨가 저자로 된 것이 잘못됐고 저자가 아니라는 주장만 하고 있고 공소사실이 특정돼 있지 않다”며 “일부라도 관여한 게 있다면 저자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냐”고 항변했다.
![]() |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yooksa@newspim.com |
이에 검찰은 “자연과학 논문의 경우 공동저자 논문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아이디어 내는 단계부터 실험, 보고서 작성, 논문 탈고 단계까지 여러 공동저자가 실질적으로 실험에 참여해야지만 등재될 수 있는 것”이라며 “이 씨는 두 번 정도 실험실에 나와서 설명 듣고 실험 참관한 게 전부”라고 반박했다.
이어 “변호인 주장대로라면 어떤 실험 과정을 거쳤는지 다 기록돼야 한다는 건데 그건 공소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책이 돼야 하는 수준”이라며 “증인신문을 통해서 피고인이 연구에 참여했는지, 아이디어 내는 단계에도 관여했는지 등을 판단하면 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재판부 역시 “변호인 주장대로 검찰이 자세히 증거자료를 언급하면서 기재를 하면 그게 오히려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가 될 수 있다”며 “검사가 적시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증거의 사실관계를 따져나가는 게 재판”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3월 이 교수의 논문 대필 지시에 대한 제보를 입수하고 진상조사를 진행했다.
교육부와 검찰에 따르면, 이 교수는 2013년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인 딸의 입시를 위해 국제청소년학술대회에 낸 실험 논문과 발표자료(PPT) 작성 등 전 과정을 성대 약학대학원생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딸 이 씨는 해당 대회에서 우수청소년학자상을 수상했고, 이듬해 과학인재 특별전형으로 한 명문대 생명과학부에 입학했다.
또한 딸이 대학에 입학한 뒤에도 치의과대학원 입시를 위해 대학원생들에게 실험을 수행하게 하고 논문 대필을 지시하거나 봉사활동을 대신하게 하는 등 ‘갑질’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이 교수에 대해 성균관대에 ‘중징계(파면)’을 요구했다.
피고인들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11일 열린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