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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문가 "트럼프·김정은 DMZ 만남, 리얼리티 쇼" 혹평

미국의소리(VOA), 한반도 전문가 15명 인터뷰
"개인적 친분에 의한 만남, 미북 관계 진전 아냐"
"자칫 北 정권에 정당성 부여할 우려도 있어"
"역사적 만남, 추후협상으로 이어질 것" 의견도

  • 기사입력 : 2019년07월02일 10:51
  • 최종수정 : 2019년07월02일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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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지난달 30일 이뤄진 북미 양 정상의 비무장지대(DMZ) 만남이 리얼리티쇼 외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미국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됐다.

미국 국방장관실 한반도 선임자문관을 지낸 밴 잭슨 뉴질랜드 빅토리아대학 교수는 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만남이 긴장 완화라는 큰 퍼즐의 한 조각이었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실제로는 리얼리티쇼 외교였다"고 비판했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DMZ 회동에 혹평 쏟아져…"비핵화 진전 있는 것처럼 쇼한 것"

앞서 VOA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DMZ 회동' 이후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15인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그런데 VOA에 따르면, 이 가운데 상당수의 전문가는 이번 회동이 "실질적인 미북 관계의 진전이 아니다"라며 혹평을 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번 만남이 역사적이기는 하지만,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최초'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여러가지 사건 중 하나"라며 "그저 '사진찍기' 였을 뿐 비핵화로 향하는 진전은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 철학을 묘사하는 정확한 표현은 '리얼리티쇼'인데, (이번 회동에 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리얼리티 TV의 성공 원칙에 따랐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수미 테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이번 만남은 비핵화에 진전이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고안된 텔레비전용 장면이자 리얼리티 TV 드라마"라고 일축했다.

북한은 지난 5월 4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추정되는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해 방사포 등 발사체 여러 발을 발사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분류된다. [사진=노동신문]

심지어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만남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했다"며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이번 만남이 자칫 김정은에게 고도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북한 선전선동부는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위험도 있다"고 주장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은 (지금까지) 신뢰 구축 조치들을 취했지만 단 한개의 핵무기나 핵무기 생산 시설도 포기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16개월 전인 2018년 3월 초 비핵화 제안 당시 때보다 핵무기 수를 30% 정도 늘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이번 만남은) 김정은과 그의 통치를 더욱 정당화하면서도 대가로 얻는 것이 없다는 점에서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테리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이번 만남을 통해 3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이 열리더라도 그를 통해 실질적인 비핵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실무협상의 결과물을 낙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이번 만남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신속히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과 '실무급 협상 도중에 제재가 완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 점"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르지 않을 것이고 협상 도중 적어도 일부 제재가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 것은 북한과 추가 정상회담을 통해 잠정적 합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며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미사일을 그대로 보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김정은의 입맛에도 맞는 합의"라고 밝혔다.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실제 목표는 더 이상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긴장을 낮추고 그런 상태를 무기한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김정은에게 아부하고 그를 칭찬하며 핵과 미사일 실험이 없다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하면서 미-한 연합훈련 중단이라는 양보를 제공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닉시 연구원은 이어 "이런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정당성을 가질 수 있지만 비핵화의 진전이 없는 데 대한 국내 정치계의 강한 비판과 김정은의 태도가 언제든 호전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취약성을 갖는다"고 우려했다.

존 페퍼 외교정책포커스 소장은 "실무협상이 비핵화를 향한 의미있는 진전을 이룰 것인지에 대해선 말하기 어렵다"며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도 성취된 것은 없고 싱가포르 선언은 대체로 그저 성명으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윤 선 스팀센센터 선임연구원도 "실무급 협상은 이미 하노이 회담 이전에 철저하고 완전히 진행된 것으로 안다"며 "따라서 양측 입장에 상당한 변화가 없는 한 추가 실무협상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돌파구를 마련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긍정적 의견도 많아…"미북 관계 교착됐던 것 생각하면 놀라워"
    "완전한 비핵화 목표 향한 실무협상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반면 또 다른 전문가들은 이번 만남에 대해 "역사적이고 생산적인 만남이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티븐 노퍼 코리아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은 "미 현직 대통령으로서 북한 땅에 첫 걸음을 내디뎠다"며 "역사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앤드루 여 카톨릭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늘 놀라게 만들고 특이한 외교 접근법을 취한다"며 "불과 몇 주전 까지만 해도 미-북 관계 관련 환경이 교착상태에 있다는 것이 모두의 생각이었던 것을 고려할 때 이번 DMZ 방문은 놀라운 것이었다"고 밝혔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이번 만남을 통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제시한 미-북 관계의 변화, 평화 조약,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다루기 위한 실무급 협상이 계속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역사적이고 생산적"이라고 평가했다.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 교수와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도 "이번 회동은 역사적 사건"이라며 "추후 협상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땅을 밟은 첫 미국 현직 대통령이 됐다. [사진=NHK]

◆ 북미 실무협상 관건은 '목표 낮추기'?
    "단계적·점진적 비핵화 합의한다면 성과 기대할 수도"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이후 열릴 북미 실무협상에서 실무협상의 목표를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상호 간 양보'로 낮춘다면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고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비핵화라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미국이 북한을 다루는 전략을 바꿨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스 국장은 이어 "이는 비핵화를 선행 조건으로 내세워선 진전을 이룰 수 없고, 대신 보다 유연성있는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였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랄프 코사 태평양포럼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회장은 "만약 양측이 영변 폐기에 대해 합의한다면 좋은 첫 단계이자 모종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 교수도 "신속한 혹은 완전한 비핵화를 조만간 보기는 어렵겠지만 북한이 일부 제재 완화에 대한 대가로 제한적이나마 핵 역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본다"며 "이런 합의는 아마도 또 한번의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마무리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suyoung071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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