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오피니언 내부칼럼

속보

더보기

[이철환의 대한민국 개혁과제] ③공정사회와 법치주의 구현, 사법개혁

기사입력 : 2019년06월03일 09:34

최종수정 : 2019년06월03일 11:03

[편집자주] 지금 대한민국은 매우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다. 우선 경제적으로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야 한다. 그러나 경제발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물질적 풍요 이상으로 정신적 만족을 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자유와 평등, 쾌적함과 여유로움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경제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경제적 성과를 따르지 못하는 후진적인 정치사회행태, 심각한 양극화와 갈등 구조까지 사회 통합을 가로막고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들이 산적해 있다. 이철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10회에 걸쳐 더불어 잘 살기 위한 개혁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2019년 초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 수감됐다. 우리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죄목은 사법농단이었다. 그가 재직 시 법관들 성향을 조사하여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사법행정에 비협조적인 법관에 대해서는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었다는 것이다. 또 법원조직을 늘리기 위해 정권과 재판거래를 하였다는 혐의도 포함되어 있다. 즉 통합진보당 출신 의원의 지위확인 소송과 일본군 강제징용 재판의 고의 지연 등을 통해 정권운영에 도움을 주는 대신 상고법원 신설이 가능토록 하는 협상을 정권과 은밀히 추진했다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허탈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정의의 마지막 보루이자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는 곳이라고 굳게 믿었던 사법부마저 이렇게 속절없이 허물어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제 국민들은 누구를 믿고 살아가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그리고 “과연 이 사회에 정의라는 게 존재하는가?” 라는 깊은 의구심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정의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에서의 정의란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사회 구성원들이 추구해야 할 올바르고 공정한 도리를 뜻한다. 절차적 정의는 과정과 절차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것이고, 결과적 정의는 사회 구조의 부조리, 차별, 특권 등을 제거하여 결과의 평등을 이루어 내는 것으로 보는 관점이다. 그리고 분배적 정의란 개인의 능력이나 경제상황 등을 고려하여 분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아울러 법적 측면에서의 정의란 동일한 규정, 법규, 기준을 모든 당사자들에게 평등하게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중에 회자되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러나 이처럼 ‘나와 내 주변에는 관대하게, 그러나 남에게는 엄격하게’라는 법과 원칙을 적용하는 그런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 즉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사회가 되려면 법 적용의 이중성을 타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범한 소시민이라도 좋은 일을 하면 이에 대해서는 보상을 받게 하고, 반대로 권력자와 부자라도 그릇되고 잘못된 일을 하면 예외 없이 처벌받는 사회가 바로 선진사회인 것이다.

우리사회를 정의로운 사회로 만들고 또 진정한 법치주의가 뿌리 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법개혁이 중단없이 과감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우선 무엇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권에 대한 개혁이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검찰권을 견제할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결과 검찰의 권력남용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표적수사, 기획수사, 과잉수사, 신상털이 등은 이를 뒷받침하는 것들이다. 이로 인해 검찰의 조사과정에서 적지 않은 피의자들은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받고 있다.

따라서 검찰권을 제어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지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나라도 어지럽게 되고 그들 자신도 권력에 취해 결국 곤경에 처하게 되고 말 것이다. 검찰도 그들 스스로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하며 절대 망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작동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전관예우 관행을 뿌리뽑기 위한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흔히들 사회적 관심이 특히 큰 대형 소송사건이 생기면 이를 두고 ‘쩐(錢)의 전쟁’이라고 부른다. 이는 재판 당사자 중 누가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더 영향력 있는 변호사를 고용했느냐에 따라 재판결과가 달라진다는 뜻에서 생긴 이야기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영향력 있는 변호사’란 자질이나 능력 여부를 떠나 최근까지 사법부에서 힘쓰는 자리에 있던 사람을 가리킨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동안 전관예우를 근원적으로 차단하지 못했던 것은 우리나라 법조계를 이루고 있는 판사, 검사, 변호사는 모두 한 뿌리인 사법고시 출신이고, 판사 및 검사는 언제든지 사임하더라도 변호사라는 안정되고 선망의 대상인 일터가 기다리고 있다는 제도적인 문제점에 기인하고 있다.

물론 인지상정인지라 법조계에서도 전관예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법과 정의를 뛰어넘는 봐주기 식의 전관예우는 법조계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게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아울러 헌법 제 103조의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심판한다’는 규정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이와 함께 변호사 단체에 대한 개혁도 뒤따라야 한다. 우리나라의 변호사집단은 일부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들이 법률시장을 독점함으로써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변호사 수임료가 비싼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법률시장 개방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하고 사법개혁이 중단 없이 지속적으로 실효성 있게 추진되어야 하는 이유도 이런 배경 아래 있다 할 것이다.

사법개혁의 필요성은 어느 누구보다도 국민들이 절실히 느끼고 있다. 국민들은 자신의 권익을 보장받고 법 앞에서 차별받지 않는 공정한 사회가 구현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국민위에 군림하는 사법권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공정한 법서비스를 제공하는 검찰과 법원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따라서 사법개혁은 중단 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더 이상 대한민국의 암울한 현실에 환멸을 느껴 이민을 떠나거나, 피의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일은 최소한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법적용과 집행이 권력과 돈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하고 엄정하게 이루어진다고 믿을 때,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게 법은 따뜻한 보호막이 되어준다고 믿을 수 있을 때 비로소 공권력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법부의 권위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우리 경제사회는 진정으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질’ 것이다.

이철환 mofelee@hanmail.net

▶이철환= 금융인, 전 행정공무원. <암호화폐의 경제학> <뜨거운 지구를 살리자> <좋은 돈 나쁜 돈 이상한 돈> 등 저서 다수. △성균관대학교 경영학 학사 △오리건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재정경제원 인력개발과 과장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 종합정책과 과장 △재정경제부 장관비서실 실장 △재정경제부 국고국 국장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위원장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7월 1일 출석하라" 재통보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내란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오는 7월 1일 오전 9시에 2차 대면조사를 위해 출석해 달라고 통보했다. 박지영 내란 특검보는 29일 저녁 서울고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소환 일정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 측 의견을 접수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해 7월 1일 오전 9시에 출석하라고 통지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29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에 마련된 내란특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2025.06.29 leehs@newspim.com 박 특검보는 "(소환 일정) 협의는 합의가 아니"라며 "결정은 수사 주체가 하는 것이고 윤 전 대통령 측 의견을 접수한 뒤 특검의 수사 일정이나 여러 필요성 등을 고려해 출석 일자를 정해서 통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변호인단 측의 반응은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측에 오는 30일 출석하라고 통보했으나, 윤 전 대통령 측은 방어권 보장 등을 이유로 오는 7월 3일 이후로 조사 일정을 잡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특검팀이 당초 날짜보다 하루 늦은 7월 1일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재통보한 것이다. 특검팀은 경찰청에 수사방해 사건 전담 경찰관 파견을 요청했다고도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지난 28일 첫 대면조사에서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 교체를 요구하며 조사를 거부한 행위가 특검법상 수사방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특검팀은 판단하고 있다.  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변론의 영역을 넘어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이는 특검법에서 정한 수사방해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며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 특검은 수사방해 사건을 전담할 경찰관 3명을 경찰청에 파견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법 수사 대상에 보면 일련의 수사 방해나 재판 방해도 수사의 대상이 돼 있다"며 7월 1일 2차 대면조사에서도 박 총경이 계속 조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hong90@newspim.com 2025-06-29 22:14
사진
"주담대 6억 이상은 안됩니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출범 약 한 달 만에 초고강도 부동산 대출 규제 정책을 내놓은 가운데 수도권 집값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가계 대출 총량을 절반으로 확 조이고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일괄 제한하는 방향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7일 관계기관 합동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대출 규제를 골자로 한 수도권 중심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에 따르면 지난 28일부터 총액 한도가 없는 주담대를 수도권과 규제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에 한해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된다. 고가 주택 구입에 대출을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사진= 뉴스핌DB] 다주택자에 대한 신규 주담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0%를 적용해 전면 금지하며 1주택자 갈아타기 주담대 규제도 강화된다. 기존에는 보유 주택을 2년 이내 처분하기로 약정하면 주담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6개월로 처분 기간이 줄었다. 위반 시에는 대출금 즉시 회수되고 향후 3년간 주택 관련 대출이 제한된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 목적의 LTV도 기존 80%에서 70%로 줄어든다. LTV는 자산 담보가치에 대한 대출 비율을 뜻한다. 7월부터는 금융권 자체 대출과 정책대출의 총량 목표를 당초 계획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하며 정책 대출은 연간 공급 계획 대비 25% 줄인다. 은행의 대출 가능 총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당초 7월 시행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DSR(총부채상환비율) 3단계 조치에 이어 이번 초강도 대출규제가 중첩되면서 주택 구매를 위한 대출문턱은 더 높아지게 된다. 예컨대 스트레스 DSR 3단계만 적용 시 연봉 1억원 직장인이 만기 30년, 원리금균등상환, 대출금리 4%의 조건으로 수도권 지역에서 생애 최초 주택구입 목적의 변동 주택대출을 받을 때 대출한도는 5억8700만원으로 기존 2단계 대비 2000만원가량 줄어든다. 또 수도권 가산금리 1.5%P가 더해져 금리는 5.5%가 적용된다. 여기에 7월부터 시행하는 정부의 고강도 대출 정책인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이 더해지면서 대출한도는 이보다 더 줄어들 전망이다.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가 기존 대비 50%가량 줄면 은행들은 대출한도를 추가로 10~30% 감액할 것으로 예상된다. LTV도 기존 80%에서 70%로 줄기 때문에 집값에 따른 대출금도 축소된다. 또 총량 소진 시 대출 자체가 거절될 수 있다. 연봉 1억원 이상 고소득자들의 주택구매도 어려워진다. 수도권 주담대 대출의 최대한도가 6억원으로 일괄 제한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실제 대출금액은 6억원 한도 내에서 LTV(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비율 등에 따라 조정된다. 이번 규제는 토요일인 지난 28일부터 시행이 본격화됐다. 발표 당일인 27일까지 금융회사가 전산상 등록을 통해 대출 신청접수를 완료하거나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 계약금을 이미 납부한 경우 종전규정이 적용된다. 정부가 초고강도 규제에 나선 이유는 과열된 부동산 열풍 및 가계대출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말 대비 4조 원 늘어난 752조 74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일당 3328억 원이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8월 영업일당 평균 4584억원이 늘어난 이후로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정부는 이번 규제로 올해 하반기 10조원, 연간으로는 20조원 가량의 가계대출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과열된 부동산 열기를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강도 높은 대출 규제로 인해 청년들의 주택 구매 여력을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30세대 무주택자의 '주거 사다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romeok@newspim.com 2025-06-29 08: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