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프 TV 디자이너 '에르완 부홀렉' 방한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어디에나 어울리도록 디자인"
"세로 화면 TV, 흥미로운 콘셉트...참신해"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옷을 고를 땐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잘 맞는지 등을 생각하면서 TV는 왜 아닌가요? TV도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게 고를 수 있어야 합니다."
삼성전자의 신개념 TV '세리프'를 디자인한 세계적 가구 디자이너 에르완 부홀렉은 지난달 29일 서울 압구정 가로수길에 위치한 삼성전자 팝업스토어 '새로하다'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기성세대는 사양, 가격, 기술 등을 더 많이 따진다면 젊은 세대는 라이프스타일과 어울리는 것을 중점적으로 본다"며 "세리프는 이러한 젋은 세대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TV"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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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라이프스타일 TV '세리프'를 디자인한 세계적 가구 디자이너 에르완 부홀렉. [사진=삼성전자] |
세리프는 기존 TV와 모습이 다르다. 측면을 세리프 글꼴의 'I'자를 연상시키는 모양으로 만들어 정면에서 봤을 때에는 마치 TV 화면 위에 처마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외관 재질은 일반 TV에서 많이 채용하는 플라스틱이나 메탈이 아닌 원목을 사용해 가구에 화면을 넣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두께는 상단에 웬만한 물건을 올려 놓을 수 있을 정도로 두껍다(20cm안팎). 바닥면도 넓어 어디든 쉽게 세워 놓을 수 있다. 별도의 받침 다리가 있어 독립적으로 세워 놓을 수도 있다.
에르완은 "인테리어가 삶의 공간에 옷을 입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듯 TV에서도 그런 경험을 주고 싶었다"며 "기존 TV들은 표현이 제한적인데다 선택의 기준도 기술과 가격이 우선시 된다. 세리프는 이와 달리 마음을 울리는, 사람들의 삶에 어울리는 TV로 만들려 했다"고 설명했다.
생각과 달리 TV 디자인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삼성전자와의 교감도 없었다. 초기 디자인이 나오기까지 1년여 시간이 걸렸다.
그는 "'가전 제품 세계에 뛰어들지 말고 가구를 디자인 할 때의 철학으로 임하자'는 생각으로 만들었다"면서 "패션에는 개인들의 취향이 반영 되는데 TV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녹아들면서 어떤 환경에도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삶의 어느 공간에 둬도 어울리는 TV가 되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 별도의 다리를 만든 것, 두께를 두껍게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다리가 있음으로써 전체적인 형태에 변화를 줄 수 있고 원하는 곳에 옮겨 놓을 수 있다. 두께가 있어 TV 상단에 장식품을 올려 놓으면 인테리어까지 된다.
전략은 통했다. 2016년 국내 출시 이래 별도 마케팅 없이 가구 박람회나 인테리어 소품점을 중심으로 전시 했는데도 반응이 꾸준히 나왔다. 특히 지난해 세리프가 단종된다는 소문이 나자 국내 온라인 마켓 등에서 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됐다. "예쁘다"고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에르완은 "삼성전자의 TV 기술력이 기본적으로 뒷받침 됐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소비자들이 삼성전자 제품 퀄리티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있었기에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을 의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삼성전자가 이날 처음으로 선보인 세로로 긴 화면의 TV '더 세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더 세로는 스마트폰의 세로 화면 영상을 비율 그대로 크게 볼 수 있도록 만든 TV다. 일반 TV 로 사용할 때에는 화면을 가로로 돌릴 수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달라진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패턴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에르완은 "직접 디자인 한 것은 아니지만 더 세로는 '흥미로운 콘셉트'다. TV를 보는 게 아니어도 스크린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참신하다"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스마트폰으로 인해 달라진 TV의 위상에 대해 짚었다. 그는 "사람들이 TV와 맺는 관계가 점점 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 되면서 개인 혼자의 삶이 익숙해 지고 있다"면서 "이런 삶이 계속된다면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TV가 주는 공동체적인 가치가 중요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