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패스트트랙 논란, 문 의장 성추행 논란으로 비화
송희경·이채익 “미혼 여성이라 피해 심각” 발언도 논란
문 의장 측, ‘쌍방 신체 접촉’ 반박…“자해공갈” 비난도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이서영 수습기자 = 막장극을 방불케 하는 여야 대치전이 24일 펼쳐졌다. 선거제도 개편 등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합의를 둘러싼 여야 대립이 성추행 논란으로 비화했다.
사건의 발단은 한국당 의원들이 여야 4당 간 패스트트랙 합의에 반발하며 국회의장실을 점거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몸싸움이었다. 한국당 의원들은 바른미래당 소속의 오신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사보임을 막아줄 것을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요구했다. 문 의장과 한국당은 고성 설전을 벌이며 첨예하게 대립했고 문 의장이 의장실을 빠져나가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이 24일 국회의장실에서 선거법 및 공수처법 개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과 관련해 항의 방문한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2019.04.24 yooksa@newspim.com |
그러나 한국당 중앙여성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이후 의장실에서 문 의장이 임이자 한국당 의원 복부와 얼굴 등을 수차례 접촉했다고 주장하면서 양측 갈등은 성추행 논란으로 번졌다.
송희경 의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문 의장이 임 의원 복부 부분을 두 손으로 접촉했으며 임 의원이 ‘이러시면 성희롱이다’고 강력 항의하자 ‘이렇게 하면 되냐’며 다시 두 손으로 임 의원 얼굴을 두 차례나 감싸고 어루만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의원이 재차 항의했으나 문 의장이 또 다시 임 의원을 양 손으로 끌어 안은 뒤 의장실을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이에 문 의장 측은 “몸 싸움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벌어진 접촉으로 피차 접촉이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이계성 국회 대변인은 통화에서 “옥신각신 다투다 한국당 의원들이 팔을 벌리고 막아섰다”고 당시 상황을설명하며 “피차 간 신체접촉”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당 떼쓰기가 “자해공갈 수준”이라고 일갈했다.
문 의장은 저혈당 쇼크 증세를 보여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임 의원 역시 정서적 쇼크를 호소하며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송희경·김정재·신보라·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등 한국당 여성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24일 국회의장실 앞에서 백장미를 들고 문희상 국회의장 사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당 여성위원회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임이자 의원을 성추행했다며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다. 2019.04.24 yooksa@newspim.com |
사건의 파장은 한국당 소속 송희경 의원과 이채익 의원을 거치며 커졌다. 두 사람이 임 의원을 두둔하는 과정에서 그의 미혼 사실을 강조하며 ‘미혼 여성이기에 피해가 크다’는 식의 발언을 하면서다.
송 의원은 “임 의원은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느꼈을 수치와 모멸감이 어땠을지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당 이 의원도 “임 의원은 결혼도 포기하고 여기까지 온 올드미스”라며 “문 의장은 좋은 집안에서 경기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나와 승승장구해 의장까지 했으니 못난 임 의원 같은 사람은 모멸감을 주고 조롱하고 수치심을 극대화하고 성추행을 해도 된다는 말이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결혼 여부가 이번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냐”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기혼 여성이면 피해 정도가 다르냐는 지적도 나온다.
임 의원은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으로 심경을 전하며 “현재 이슈화 된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당 차원의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당은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 민경욱 대변인은 손기웅 전 통일연구원장 사례를 들며 문 의장 사퇴를 강력히 촉구했다.
민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손 전 통일연구원장은 직원들로 가득한 엘리베이터 내에서 해당 여직원을 포함한 남녀 직원을 격려하는 의미에서 머리를 쓰다듬어줬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았다”며 “손 전 통일연구원장의 성추행만 성추행이고, 문 국회의장의 성추행은 성추행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손 전 통일연구원장 전례를 언급하며 “민주당도 문 의장을 감싸주는 데 분명 한계가 있다”고 봤다. 그는 “임 의원 사건은 당파 문제를 떠나 보편적 인권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당파·정파 문제를 떠나 이 문제를 봐야 한다”며 “임 의원과의 몸싸움 등 전후 사정은 조사 과정에서 따질 문제”라고 꼬집었다.
의장실은 한국당의 의장직 사퇴 요구와 관련해선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