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협의회 "상법상 주총 의결 정족수 요건 개선해야"
정책당국 "정족수 법적 최소한 대표성 부여 기준...사안별 보완"
[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주주총회 의결 정족수 완화를 두고 상장회사와 정책당국이 시각차를 보였다. 상장사들은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이한 안건 부결사태를 막기 위한 의결 정족수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 정책당국은 주총 의결 정족수 기준이 주주의 대표성을 보장하는 조건인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24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최한 2019년 주주총회 결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주주총회 활성화를 위한 입법·정책 과제를 논의했다. [사진=김형락 기자] |
24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최한 2019년 주주총회 결산 토론회에서 섀도 보팅(의결권 대리행사) 폐지 뒤 의결 정족수(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및 출석 주식 수 과반수의 찬성) 부족에 따른 주총 안건 부결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의결 정족수 부담 경감을 요구하는 상장회사와 정족수 완화 보다는 현행 제도를 정비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정책당국의 입장차가 드러났다.
한국상장사협의회가 12월 결산 상장회사 2011곳의 올해 정기 주주총회 개최 현황을 조사한 결과 228곳(11.3%)이 주총에서 1개 이상 안건이 부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188곳은 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부결됐고, 49곳은 표결까지 갔지만 찬성 주식수가 부족해 안건이 부결됐다.
주총 안건 부결을 2017년 섀도보팅 폐지 이후 급증했다. 2016년과 2017년 주총에선 각각 7곳, 9곳이 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부결됐지만, 작년과 올해 정족수 부족으로 인한 부결 회사가 각각 76곳, 188곳으로 늘었다.
전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전무는 "제도 개선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 238곳의 주총 안건 부결을 예상한다"며 "상장회사가 주총 의사결정 내용보다 성립 자체 걱정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안건 부결회사 228곳 중 주총 활성화 장치나 주총 분산개최 등 정족수 확보를 위해 노력한 기업이 208곳(91.2%)으로 정족수 확보를 위해 노력을 소홀히한 기업은 20곳(8.7%)에 불과하다"며 "기업이 노력해도 주총이 무산되는 건 제도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족수 부족사태를 해결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수준)에 맞는 상법상 정족수 요건 개선과 감사위원 부결 사태 해결을 위한 법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명한석 법무부 상사법무과 과장은 "의결 정족수 문제는 법적으로 유효한 최소한 대표성을 부여하는 기준 문제로 쉽게 결정할 수 없다"며 "오히려 회사 주인인 주주의 관심이 부족해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회사를 상장 유지할 필요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결 정족수 채우는 게 원칙이지만, 이사나 감사 선임 부결 문제는 보완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단기 투자자들이 주총에 참석하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창국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의결 정족수 이슈는 상법과 자본시장법이 시장 관행과 안 맞는 부분이 있어서 드러난 것"이라며 "주총 활성화를 위한 제도를 새로 만들 게 아니라 상법과 자본시장법 등 기존 제도들이 맞물리지 않는 부분에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총 내실화를 다져야 한다"고 했다.
안 과장은 "상장회사가 주주 이메일 정보를 증권사 통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섀도 보팅 폐지 이후 제도적 보완점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환현영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조건부 정족수 완화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의해 주총 성립을 위해 최선을 다한 회사는 정족수를 완하하고 △감사 선임 안건은 지분 고도로 분산된 회사 한해 완화하자는 안이다. 섀도보팅 제도 유예 당시 조건과 유사하게 정족수를 완화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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