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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이슈+] 정치권 공방으로 번진 스튜어드십 코드…어떻게 봐야할까

기사입력 : 2019년04월13일 06:34

최종수정 : 2019년04월13일 12:41

'연금 사회주의' vs '자본시장 촛불혁명' 의견 대립
국민연금 영향력보단 대한항공 자충수란 지적도
핵심은 국민연금 독립성·투명성 확보란 시각도

[서울=뉴스핌] 이서영 수습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런 죽음이 정치권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보수 진영은 정부가 대기업을 지나치게 괴롭히고 또 옥죄어서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진보 여당은 죽음마저 정쟁의 도구로 삼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향년 70세의 나이로 8일 미국에서 별세했다. 조 회장은 평소 폐질환을 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019.04.08 leehs@newspim.com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9일 한 토론회서 "국민연금의 이사 재선임 저지가 결국 조 회장을 빨리 죽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현 지도부인 나경원 원내대표까지 합세해 "국민 노후자금 앞세워 경영권까지 박탈하고 연금사회주의라는 무거운 비판에도 아랑곳 않고 기업인 축출에 열을 올렸다"고 맹비난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이 조 회장 별세에 관해 왜곡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0일 대구에서 열린 예산정책간담회에서 "5.18 망언으로 시작하더니 어제는 조양호 회장 별세를 정부의 간접 살인이라고 왜곡했다"고 반발했다.

이형석 민주당 최고위원도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주주권 행사는 이번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2011년 이명박 정권 때도 조양호 이사 연임을 반대했던 국민연금 의사 결정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지금 자꾸 연금사회주의를 운운하고 있다. 그렇게 따지면 연금사회주의의 원조는 MB정권"이라고 지적했다.

◆ 스튜어드십 코드란? 거수기 대신 연금의 적극적 의사표명

이번 대한항공 주총을 통해 우리나라 주요 기업의 대주주이자 투자자인 국민연금의 위상과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7일 지금은 고인이 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 이사 재선임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연임에 실패한 데에는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자위)가 조 회장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던진 것이 치명타였다고 분석한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도입한 것이, 조 회장 재선임 실패라는 결과를 도출해 낸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여기서 '스튜어드'는 큰 귀족 집안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나 어떤 행사가 있을 때 전체 내용을 관장하는 사람을 말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집사)이 고객을 대신해서 투자 기업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지침을 뜻한다.

국민연금은 국민이 납부한 세금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주인은 국민연금 납부자다.

때문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는 말은, 국민연금이 국민의 뜻을 받들어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전까지 국민연금은 '주총 거수기'로 불리거나 주총과 다른 입장을 내보이더라도 결과를 바꾸는 게임체인저(어떤 일의 판세를 바꾸는 중요 인물이나 사건)가 되지 못해 '종이호랑이'라는 평가를 받곤 했다.

하지만 이번 대한항공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 침해 여부’를 들어서 조 회장 연임에 반대 의사를 밝히자, 소액주주와 해외 연기금까지 합세해 조 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안건이 통과하기 위해서는 대한항공 정관 상 참석주주의 3분의 2, 즉 66.6% 이상이 찬성해야 했다. 그러나 찬성 64.1%, 반대 35.9%로 집계돼 연임이 좌절됐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의 11.56%를 차지하는데, 반대표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한 셈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 공청회에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2019.04.12 yooksa@newspim.com

◆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금 사회주의' 신호탄?

국민연금 의사 결정이 대기업 총수의 경영권 박탈로 이어지자 재계는 후폭풍을 우려해 즉각 반발했다.

특히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조 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재선임안 부결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이어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하게 되는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는 만큼 보다 신중했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강조했다.

이후 조회장이 사망에 이르자 보수 정치권에서는 사망 원인을 연금 사회주의로 지목하기도 했다.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는 “문재인 정권 연금 사회주의의 첫 피해자”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앞선 지난달 29일, 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스튜어드십 코드 원칙을 언급하며 당시 제기된 논란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어왔다.

박 장관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취지에 대해 “기금의 장기 수익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라며 “일부 중대하고 위법한 활동을 한 기업이 아닌 건전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는 대다수 기업에는 적극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국민의 소중한 자산에 심각한 손해가 난 경우에만 적극적 주주활동을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장관의 발언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연임 부결로 재계 일각에서 불거지는 ‘연금 사회주의’, '기업 경영간섭'과 같은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연금 사회주의’는 국민의 기금으로 운용되는 국민연금이 특정 이념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해, 기업 경영을 근본적으로 침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 할 수 있다.

때문에 ‘연금 사회주의’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측에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편’이나 ‘재벌 개혁’을 지속적으로 외쳐온 현 정권이 국민연금을 입맛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제아무리 재벌기업 총수라고 해도 국민과 주주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경우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를 우리 사회에 던졌다는 점에서 환영 의사를 밝혔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인턴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 3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4.12 dlsgur9757@newspim.com

◆ 국민연금 '입김' 보다는 대한항공 '자충수' 탓

국민연금은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해명해왔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28일 “기업 경영에 개입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연금은 이날 주총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논란을 해명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연금의 주주권은 국민에게서 위임 받아 소유하는 권리고, 시장경제 원리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규정과 기금운용 윤리강령 등의 절차와 방법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연금의 해명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국민연금이 이전에 보였던 행보다.

국민연금이 조 회장 대한항공 연임에 반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부터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부터 국민연금은 주총에서 연임 반대를 외쳐왔다.

2011년 3월 이명박 정권 시절 국민연금은 한진의 조양호 이사 선임안에 과도한 겸임 등을 이유로 들어 반대했다.

2014년 3월에도 국민연금은 조양호와 그의 아들 조원태(한진·한진칼)의 사내이사 선임안에도 같은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또 2016년 대한항공 주총, 2017년 한진칼 주총에서도 연거푸 그의 이사 선임에 반대했다.

이유는 조 회장의 과도한 겸임 탓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계열사를 포함해서 7개 회사의 등기이사와 2개 회사의 비등기 이사직을 지냈다. 게다가 그는 지난해 횡령 배임으로 기소가 된 바 있다.

국민연금이 꾸준히 반대를 외쳐왔음에도 2019년에 들어서야 조 회장이 연임에 실패하게 된 것은, 주주들의 의사가 이제야 한 데 모였기 때문이라고 관측된다.

수치로 볼 때, 조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 이사로 재선임 되기 위해서는 주총 참여 인원의 66.6%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는 달리 말해, 반대표가 33.4% 이상 나와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주식의 11.56%만을 담당하고 있다. 때문에 나머지 21.84% 이상이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는 이상 조 회장 연임이 부결되기는 힘들었다.

결국, 이번 대한항공 조 회장 연임 실패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해외 연기금이 합세해서 만들어낸 결과물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소액주주와 해외 연기금이 반대표를 던진 배경에는 이른바 ‘땅콩회항사건’과 이어진 한진일가의 각종 ‘갑질 사건’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조 회장 일가의 갑질 행태가 언론에 보도 된 후 대한민국의 대표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주가는 폭락을 거듭하며 오너 리스크를 키워왔다.

결국 칼을 뽑은 건 국민연금이지만 실질적으로 무를 썬 건 소액주주와 해외 연기금인 셈이다. 이후 대한항공 주가는 하락세에서 안정세로 돌아섰고, 조 회장의 별세 소식이 들리자 대한항공 주가는 단기간에 23% 이상 오름세를 보였다.

◆ 핵심은 국민연금의 투명성·독립성이라는 지적도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국민연금 급여인상 사회적 논의와 지급보장 명문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4.12 leehs@newspim.com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에서 검토·결정한다. 수탁위 위원은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의 추천을 받아 복지부 장관이 위촉한다. 수탁위는 14인 이내로 구성되며 위원 임기는 2년이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금융 전문가가 아닌 학계, 시민사회, 연구기관 인사들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주주권행사를 결정할 분과위원 9인 가운데 절반이 넘는 5명이 현직 교수다. 책임투자 분과위원까지 합할 경우 그 비중은 더 커진다.(14명중 9명)

나머지 인사들 역시 서울시복지재단, 회계법인,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한국금융연구원 등에 소속돼 있다. 수탁위 자체가 기금운용이나 기업 경영 관련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지배구조 논란을 의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국민연금이 투명하고도 책임성 있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며 "기금운용위원회라든지 기금운용본부의 구조를 개선해서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올해 중에 구체적인 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를 섬겨서 수익성을 보장해야 하는 ‘스튜어드’로서 국민연금 지배구조가 어떤 방향으로 개편될지 눈여겨 볼 대목이다.

jellyfi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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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국정 지지율 30.1%…부정평가 66.7% '경고등' [서울=뉴스핌] 김종원 전문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0.1%가 나왔다. 지난 2주 전 뉴스핌 정기 여론조사 38.1%보다 8%포인트가 빠졌다. 반면 부정 지지율은 66.7%로 2주 전 59.3%보다 7.4%포인트가 오른 70%에 육박했다. 정부·여당의 4·10 22대 총선 참패에 따른 국정 심판 여파가 아직도 전 연령과 전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 10명 중 7명 가까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취임 2년을 맞는 윤 대통령의 국정 동력 확보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번 정례 여론조사는 뉴스핌 의뢰로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4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 간 전국 만 18살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4·10 총선 민의에 따른 윤 대통령과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의 지난 29일 첫 영수회담 결과는 아직 민심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아 좀 더 여론의 추이를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례 조사에서 '매우 잘하고 있다' 15.2%, '잘하고 있는 편' 14.9%로 국정 긍정 평가는 30.1%였다. 4·10 총선 직후 2주 전인 지난 4월 15·16일 뉴스핌 정기조사 때 긍정평가 38.1%보다 8%포인트 하락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지지율이 뉴스핌 정기 여론조사에서 30%선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사실상 국정 장악과 국정 운영 동력 확보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부정평가는 '매우 잘 못하고 있다' 57.2%, '잘 못하는 편' 9.5%로 국민 10명 중 7명에 가까운 66.7%였다. 지난 2주 전 조사 59.3%보다 7.4%포인트가 많아졌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부정 격차는 지난 2주 전 조사와 비교해서 21.2%포인트에서 36.6%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에서 부정평가가 79.2%로 가장 높았다. 40대 77.4%, 50대 70.4%로 30·40·50세대 10명 7명이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70대 이상에서만 부정 41.0%, 긍정 48.0%로 긍정 평가가 조금 앞섰다. 지역별로는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의 전통 지지층인 대구경북(TK)에서도 긍정 40.9%, 부정 54.4%로 부정 수치가 10%포인트를 훌쩍 넘어섰다.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긍정 35.5%, 부정 61.6%로 긍·부정 격차가 절반 가까이 됐다. 광주전남전북 호남에서는 부정 80.9%, 긍정 16.5%로 10명 중 8명이 부정적이었다. 정당별 지지층에서도 지지층이 없는 무당층의 69.1%가 부정, 긍정 27.9%로 10명 중 7명 가까이가 부정적 평가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이유에 대해 "지난달 29일 이재명 야당 대표와 취임 후 700여 일 만에 첫 영수회담을 했지만 국론 분열과 민생 위기를 타개할 뚜렷한 해법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오히려 4·10 총선 참패 이후 단행한 대통령실 비서실장에 찐윤' 인사를 임명하는 등 윤 대통령의 변하지 않는 일방적·독선적 국정운영 스타일과 함께 답이 보이지 않는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한 국민 피로감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민생 경제 불안감 등 여론이 악화되면서 지지층 마저 대거 이탈하며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추락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100%) 가상번호 임의걸기(RDD)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신뢰 수준은 95%에 표본 오차 ±3.1%포인트, 응답률은 2.9%다. 자세한 조사 내용은 미디어리서치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kjw8619@newspim.com 2024-05-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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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힘들어도 환자 위했는데, 공공의 적 됐다" 전공의 '울먹' [서울=뉴스핌] 방보경 노연경 기자 = 의과대학 학생, 전공의 등은 정부가 독단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공의 대표는 '정부가 우리를 악마화하는 과정에서 (환자와의) 신뢰를 깨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가 30일 개최 의료개혁 관련 긴급 심포지엄에서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국민 위한 의료개혁이 올바른 방향 무엇인가를 고민했는데,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며 울먹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이날 열린 심포지엄은 의대 정원 확정을 앞두고 이뤄졌다. 교수들은 의료대란의 배경 및 정부에 제시할 정책 대안을 짚었다. 김민호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회장과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대표 역시 자리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박 대표는 혈액종양내과에서 일해오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소회를 털어놨다. 박 대표는 "수련받으면서 몸이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몸이 힘들수록 내 환자의 몸은 건강해질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는 "내과 1년차 때 맡았던 환자에게 매일 울면서 어떤 말을 해드려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신을 믿지 않지만 인생에서 처음으로 기도를 했다"며 "(그분을 볼 때마다) 복도로 다시 나와서 심호흡하고 커튼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걸 반복했다"며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했다.  박 대표는 "2년 후 그분이 완치된 것을 보고 힘든 상황에 환자들 곁에 있고 싶어서 혈액종양내과를 지원했다"며 "회복한 환자들의 감사인사와 편지를 마음속에 품는데 정부는 전공의를 악마화해서 국민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자부심과 긍지 갖고 환자 곁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며 "기피과가 있다면 시스템 개선해서 모든 전공의들이 소신껏 지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박 대표의 발표가 끝나자 30초 이상의 큰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박 대표는 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휴지를 손에 쥐고 연신 눈물을 닦았다. 동료 전공의로 보이는 몇몇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교수이자 선배의사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이 심란하다. 전공의 대표가 저렇게 슬픈 모습 보이는 것은 진심이 아니면 나올 수 없다"며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이야기하기 전에 진실된 마음으로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박 대표는 발표에서 정부가 전문직, 수련생, 노동자 등의 정체성이 혼재된 전공의의 입장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계는 오래전부터 의료체계 문제점 분석해 정부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에서도 알 수 있듯, 의료계 현장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타국과 비교했을 때 전문가 의견 태도가 반영되지 않았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까지 지속됐다"며 "정부는 의료체계 전반적 문제점을 잘못 진단하고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며 초기 진단과정부터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의과대학 학생 대표 역시 정부가 의료계와 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부는 필수의료만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필요하며, 비필수의료는 시스템을 왜곡하는 주범인 양 몰아가고 있다"며 "저수가 박리다매 의료 시스템이 고성장 시대가 끝나자 통째로 무너져내리고 있는데, 이를 정부가 좁고 자의적인 범위로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증원으로 교육 질 저하, 의료 질 저하 발생하면 책임 결과 또한 의료인이 같이 안게 된다"며 "학생들은 (정부 정책이) 의료와 의학을 위하는 진심 어린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시스템적 접근 필요 ▲현장의 목소리 청취 ▲필수의료패키지 반대 등의 안건을 내놓으며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hello@newspim.com 2024-04-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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