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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모스크바 이야기]...(7-5) 한국에 러브 콜 보낸 첨단 군수공장들

기사입력 : 2019년04월03일 17:43

최종수정 : 2019년04월03일 17:43

한-러 관계 빛과 그림자...소련해체후 러 군수산업 재정난 심각
군사력 급속 약화...일부 방산기술 내주고 해외자본 유치 추진
미그기-탱크-로켓 공장 전격 공개...한국, 기회 활용못해 아쉬움

[서울=뉴스핌] 김흥식 객원논설위원 = 한때 우주시대를 선도했던 러시아의 항공우주기술 수준은 지금도 미국에 못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항공우주기술의 집약체인 인공위성, 미사일, 최신예 항공기 등을 연구, 제조하는 군수산업체 부문은 한동안 휘청거렸으나 근래들어 정치적 안정과 경제력 회복으로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바이코누르 로이터=뉴스핌] 정윤영 인턴기자 = 3일(현지시각)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유인우주선 소유즈 MS-11호가 우주정거장(ISS)으로 발사되고 있다. 이번 발사는 지난 10월 예기치 못한 추락 사고 이후 약 두 달 만에 이뤄졌으며 로켓에는 캐나다의 데이비드 세인트 자크, 러시아의 올레그 코노넨코, 미국의 앤 맥클레인 등 우주비행사 세 명이 올랐다. 2018.12.03.

◆소련해체후 러 군수산업 재정난 심각...민영화 프로그램 위해 한국에 '손짓'    

소련 해체 전후의 절박했던 사정과 비교하면 상전벽해같은 느낌을 준다. 수교 직후 러시아 군수산업계가 한국의 자본투자를 기대하며 한동안 러브 콜을 보낸 일을 되돌아보면 당시 우리의 대응이 치밀하지도 못하고 장기적인 안목도 없었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당시 한-러 방산협력 관련한 상황을 부분적으로나마 복기해보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련 해체를 전후해 러시아가 자랑해온 군수산업은 기록적인 예산삭감으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게 되었다. 일부 군수공장들은 국가경제와 서민생활에 아무 도움이 안되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 존재감을 잃기도 했다. 통계에 따르면 예산삭감으로 90년대 들어서만 1700여개의 군수공장이 문을 닫았다. 그나마 일부 공장은 경쟁력 있는 군사기술 수출로 외화를 벌어들기는 했으나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자 러시아 정부는 군수산업 민영화 프로그램에 경제력이 있어 보이는 한국을 끌어들이기로 하고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우리 측은 러시아의 우수 군사기술을 싼 값에 들여올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컸고 러시아 측은 첨단기술을 제공하더라도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소화할 수도 없을 거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동상이몽이었던 것이다.

당시 러시아군의 실상과 기간산업의 핵을 이루는 군수공장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 지 간단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군수공장은 대체로 군사용과 산업용 두 가지 용도로 쓰이는 기술과 설비를 생산하는데 예산안 삭감과 정부구매 축소로 생산역량이 40% 이상 축소되었다. 이로 인해 기본적인 전력 유지에도 심각한 구멍이 생기게 됐다.

[바이코누르 로이터=뉴스핌] 정윤영 인턴기자 = 3일(현지시각)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캐나다의 데이비드 세인트 자크(오른쪽), 러시아의 올레그 코노넨코(중간), 미국의 앤 맥클레인(왼쪽) 등 우주비행사 세 명이 우주정거장(ISS)으로 발사되는 유인우주선 소유즈 MS-11호에 오르고 있다. 이번 발사는 지난 10월 예기치 못한 추락 사고 이후 약 두 달 만에 이뤄졌으며 이들은 약 반년간 우주정거장(ISS)에 머무를 예정이다. 2018.12.03.

◆러, 군사력 급속 약화...일부 방산기술 내주고 해외자본 유치 추진

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상군 총 81개 사단 가운데 작전 가능 능력을 갖춘 사단이 94년엔 48개에 불과했고 95년엔 22개로 더욱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도 필수장비와 무기를 22%밖에 지급받지 못했다고 한다. 해군, 공군, 방공군의 경우도 필요한 병력과 장비가 30~40%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러시아군 전체가 부실한 것은 아니다. 최영하 국방무관은 당시 필자에게 러시아군의 일부 부정적인 면만 보고 평가하는 것은 실책 중의 실책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 무관단이 방문한 모스크바 근교 사단에서 엄정한 군기와 전투훈련, 대단한 화력시험 등을 보고 정예군의 면모를 잃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병사는 먹인만큼 진군한다는데 이 시기의 러시아 군인들은 전성기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소련군과는 대조적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재래식 전쟁조차 제대로 치룰 지 우려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최첨단 방산기밀을 어느 정도 내주고라도 해외자본을 끌어들이려는 데는 이런 절박감이 있었다. 러시아가 한동안 한국을 방산협력의 주요 대상으로 삼아 들이댄 것은 한마디로 돈벌이 때문이었다.

코코신 제1차관이 목소리를 높여 한국과의 합작약속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방산계통 첨단과학시설과 군수공장들 가운데 대표적인 몇 곳을 간단히 소개한다.

모스크바 근교에 위치한 최첨단 전투기 미그-29기 제작 공장에 한국의 군고위관계자와 방산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방문했다. 러시아 관리들은 외국인에게는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옛 소련의 비밀병기의 하나인 미그-29기의 성능과 구조를 알아내기 위해 당시 미국은 비상한 첩보작전을 펴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도 미그-29기의 비밀이 통째로 그리고 공짜로 미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동독이 서독에 흡수통일되면서 동독 공군이 보유하던 미그-29기가 고스란히 미국에 인도된 것이다. 미국이 자국의 최정예 전투기와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중전을 실험한 결과 미그기의 우세로 판정될 정도로 성능이 우수했다고 한다.

러시아 미그29 전투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러, 미그기-최첨단 탱크-로켓 공장 공개...한국, 기회 활용못해 아쉬움   

코코신은 그런 미그기 공장을 속속들이 한국측 인사들에게 보여주고 기술협력과 합작프로젝트를 진지하게 협의했으나 성과는 전혀 없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심지어 러시아 측은 차관상환을 일거에 해결하기 위해 최신 미그기를 편대단위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제의도 했으나 거부당했다고 한다. 당시 한국의 입장은 긍정적 검토를 약속했지만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레닌그라드(상트 페테르부르그)에 소재한 키로프공장은 러시아가 자랑하는 첨단탱크 T-80을 생산하는 군수공장이다. 이곳을 방문한 한국 방산기술자들이 장갑의 합금배합 비밀을 알려줄 수 있겠느냐고 하자 러시아 측은 한국이 투자를 하면 배합의 비밀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기술자는 한국의 기술수준으로는 제대로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대사관 관계자는 러시아 측의 비웃음을 읽을 수 있었다고 했다. 협상은 별다른 진전 없이 끝났다.

최첨단 로켓 공장의 경우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모스크바 시내에 위치한 후르니체프 로켓 공장을 찾은 한국 방산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수준을 고려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조립하는 이 공장을 둘러본 한국인들은 거대한 공장 내부를 각종 미사일로 꽉 채울 정도로 위용을 자랑하는 시설을 보고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고 한다.

모스크바 시내 한복판의 숲속에 이런 엄청난 규모의 최첨단 군수공장이 들어선 자체가 놀랍고 신기했다. 재정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러시아 측은 기술합작도 가능하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몇 차례 논의가 진행되기는 했지만 진전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야 한국의 첫 우주로켓(나로호) 발사체를 이 공장에서 제작하게 되었고 몇 차례 우여곡절 끝에 2013년 성공적으로 발사하기에 이른다. 러시아 미사일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던 북한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나라에 주어진 절호의 기회조차 활용하지 못하는 우리의 처지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도 미국의 견제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가가린우주비행센터에서 우주복을 입어본 필자. 1992.03. [사진=뉴스핌DB] 

◆러, 첨단우주과학연구기지 최고기밀 제공...한국은 우주인 양성 시늉만 

모스크바 북서쪽 35km에 위치한 슈첼코프스키 지역에 있는 ‘고로독 즈베즈드이’(‘별의 도시’ 영어로는 ‘star city’로 알려져 있다)라는 첨단우주과학연구기지가 있다. 기지 내의 가가린 우주비행센터도 한국인 전문가들의 주목을 끌었다. 우주조종사를 전문적으로 훈련하는 곳인데 재정조달을 위해 드물지만 외국인의 우주 조종훈련도 위탁받아 시행하기도 한다.

우주비행센터 책임자인 현역 공군소장은 필자를 포함한 한국 방문객들에게 내부 시설을 직접 구석구석 안내하면서 한국과의 합작프로젝트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무중력 실험 등 조종사 훈련 과정은 물론이고 우주선 내부시설, 우주정거장에 체류 중인 우주인과의 통화 실연 등 최고기밀을 거리낌 없이 보여주었다.외국인에게 보안을 요하는 첨단시설을 이렇게 막 보여주어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그는 정부 예산지원이 대폭 삭감돼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며 한국과의 합작이 꼭 성사되길 바란다고 거듭 말했다.

당시 가가린 우주비행센터가 얼마나 돈벌이에 급급했는지 실례로 들어본다. 우주에 장기 체공중인 미르(러시아 우주정거장)의 러시아 우주비행사와 영상통화하려면 3분에 최소 1만달러(초당 50달러 이상으로, 당시 모스크바국립대학교수의 한 달 급여가 50달러 수준이었음)의 비용을 내야한다. 또 ‘별의도시’ 전반을 심층취재하려면 5만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당시 국내 모 방송사에서 러시아 우주선에 특파원을 탑승, 취재하려고 계획을 세웠다가 과도한 비용 요구로 무산되기도 했다.

어쨌든 필자가 보기에, 그 당시 우리에게 우주개발과 관련한 특별 계획이 있을 리 없고, 단지 호기심 때문에 둘러보는 정도였다고 생각된다. 한참 세월이 지나서야 우리나라는 우주인을 양성한다며 몇 명의 조종사후보를 가가린센터로 보낸 바 있다. 최종적으로 이소연씨가 선정돼 2008년 4월 러시아 소유즈 호를 타고 우주로 비행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된 이소연씨는 10일간 우주에 머물며 여러가지 실험을 했다. 하지만 그뿐, 한 번으로 끝이었다. 2018년 1월 이소연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정부의 우주인 배출사업이 만들어낸 ‘보여주기식 상품’에 불과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92년 3월 모스크바 근교의 우주과학도시 '고로독 즈베즈드이'(별의 도시) 내 가가린우주비행센터를 방문한 한국과학기술관계자들과 필자가 공군장성인 우주비행센터 소장과 담화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김흥식 뉴스핌 객원논설위원
한국외대 러시아어과를 졸업하고 1977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디뎠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강제로 해직되는 아픔을 겪고 쌍용그룹에 몸담고 있다가 1988년 연합뉴스 기자로 복귀했다. 1991년 한국의 첫 모스크바 특파원으로 파견돼 맹활약했다. 이후 연합뉴스 북한부장, 남북관계 부장, 문화부장, 논설위원실 간사, 경영기획실장을 거쳐 편집담당 상무이사를 지냈다. 퇴임후 연합뉴스 부설 동북아센터 상임이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비상임이사, 도로교통공단 비상임이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 등을 지낸뒤 현재 뉴스핌 객원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kh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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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힘들어도 환자 위했는데, 공공의 적 됐다" 전공의 '울먹' [서울=뉴스핌] 방보경 노연경 기자 = 의과대학 학생, 전공의 등은 정부가 독단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공의 대표는 '정부가 우리를 악마화하는 과정에서 (환자와의) 신뢰를 깨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가 30일 개최 의료개혁 관련 긴급 심포지엄에서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국민 위한 의료개혁이 올바른 방향 무엇인가를 고민했는데,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며 울먹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이날 열린 심포지엄은 의대 정원 확정을 앞두고 이뤄졌다. 교수들은 의료대란의 배경 및 정부에 제시할 정책 대안을 짚었다. 김민호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회장과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대표 역시 자리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박 대표는 혈액종양내과에서 일해오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소회를 털어놨다. 박 대표는 "수련받으면서 몸이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몸이 힘들수록 내 환자의 몸은 건강해질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는 "내과 1년차 때 맡았던 환자에게 매일 울면서 어떤 말을 해드려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신을 믿지 않지만 인생에서 처음으로 기도를 했다"며 "(그분을 볼 때마다) 복도로 다시 나와서 심호흡하고 커튼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걸 반복했다"며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했다.  박 대표는 "2년 후 그분이 완치된 것을 보고 힘든 상황에 환자들 곁에 있고 싶어서 혈액종양내과를 지원했다"며 "회복한 환자들의 감사인사와 편지를 마음속에 품는데 정부는 전공의를 악마화해서 국민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자부심과 긍지 갖고 환자 곁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며 "기피과가 있다면 시스템 개선해서 모든 전공의들이 소신껏 지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박 대표의 발표가 끝나자 30초 이상의 큰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박 대표는 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휴지를 손에 쥐고 연신 눈물을 닦았다. 동료 전공의로 보이는 몇몇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교수이자 선배의사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이 심란하다. 전공의 대표가 저렇게 슬픈 모습 보이는 것은 진심이 아니면 나올 수 없다"며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이야기하기 전에 진실된 마음으로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박 대표는 발표에서 정부가 전문직, 수련생, 노동자 등의 정체성이 혼재된 전공의의 입장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계는 오래전부터 의료체계 문제점 분석해 정부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에서도 알 수 있듯, 의료계 현장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타국과 비교했을 때 전문가 의견 태도가 반영되지 않았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까지 지속됐다"며 "정부는 의료체계 전반적 문제점을 잘못 진단하고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며 초기 진단과정부터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의과대학 학생 대표 역시 정부가 의료계와 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부는 필수의료만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필요하며, 비필수의료는 시스템을 왜곡하는 주범인 양 몰아가고 있다"며 "저수가 박리다매 의료 시스템이 고성장 시대가 끝나자 통째로 무너져내리고 있는데, 이를 정부가 좁고 자의적인 범위로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증원으로 교육 질 저하, 의료 질 저하 발생하면 책임 결과 또한 의료인이 같이 안게 된다"며 "학생들은 (정부 정책이) 의료와 의학을 위하는 진심 어린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시스템적 접근 필요 ▲현장의 목소리 청취 ▲필수의료패키지 반대 등의 안건을 내놓으며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hello@newspim.com 2024-04-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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