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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CB 발행에 '무용성평가' 옵션…숨은 의도는

보건당국도 모르는 무용성평가…국내 사례 없어
신라젠 “무용성평가 부정적 사례 없는 것으로 파악”
똑똑한 회사의 투자자 모으기 위한 수단 해석

  • 기사입력 : 2019년03월08일 17:46
  • 최종수정 : 2019년03월09일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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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무용성평가 결과, 펙사벡(Pexa-Vec)이 치료제로서 가치가 없다면 수익률 3%p 더 얹어주겠다?

신라젠이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면서 이 같은 옵션을 내걸어 주목된다. 무용성평가(Futility Analysis)는 개발 중인 신약의 치료제 가치 여부를 따져 임상시험을 지속할지 판단하는 것으로, 보건당국도 모를 만큼 한국 임상 과정에선 접하기 힘든 사례다. 신라젠의 노림수가 궁금해진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은 대규모 CB 발행을 앞두고 있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19일 신라젠에 CB 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과 관련해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신라젠 측은 “자금조달을 검토 중이며,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신라젠은 거래소 규정에 따라 미확정 사항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 CB와 관련된 재공시를 해야 한다. 오는 12일 예정된 이사회에서 투자 관련 사항이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1년 신라젠 주가 추이. [사진=네이버 금융]

IB(투자은행)업계에선 신라젠의 이번 CB 발행이 총 2200억원 규모이며, 5년 만기수익률(YTM)은 3%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신라젠의 이번 CB 발행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펙사벡의 무용성평가에 따라 만기수익률을 높여주는 설정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펙사벡의 임상 3상 무용성평가 결과가 안 좋을 경우 만기수익률을 기존보다 3%p 가량 올려주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역대 한국 제약사 중 ‘무용성평가’를 진행한 곳이 없으므로, 신라젠의 CB발행 옵션에 포함된다면 국내 최초 사례일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무용성평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도 정확한 정의를 모르고 있을 정도로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용어다. 식약처 관계자는 “규정상 정확한 정의는 없는 것으로 보이며, 흔한 경우가 아니다”고 전했으며,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측은 “무용성평가를 처음 들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신라젠 관계자는 “무용성평가는 개발 중인 약이 치료제로서의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 임상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라며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한 임상시험 디자인의 일부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15년 신라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항암제 파이프라인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허가받았다. 해당 임상 시험은 일명 ‘PHOCUS’라고 불리며, 전 세계 21개국 140여개 병원의 간암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넥사바’ 단독 투여한 군 300명과 ‘넥사바+펙사벡’ 병용투여군 300명에서 약효를 비교한다. 바이엘의 ‘넥사바’는 지난해 ‘렌비마’ 승인 전까지 유일한 간암 1차 약물일 정도로 가장 많은 환자가 복용하는 치료제다.

신라젠은 올해 2분기 중 ‘PHOCUS’의 무용성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유효성평가 중간 결과는 늦어도 2020년 초에 이뤄질 예정이다. 무용성평가와 유효성평가는 임상시험 계획서에 포함된 이벤트이며, 미리 설정해 놓은 환자의 사망자 수에 도달하면 공개하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약업계에서는 펙사벡의 무용성평가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한 제약사 중앙연구소 임원은 “FDA는 항암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수명이 짧은 암환자의 생존기간이다. 펙사벡의 무용성과 유효성평가 역시 생존율을 보는 게 핵심”이라며 “차이점은 무용성은 임상 지속 여부를 보기 때문에 데이터가 최소한만 돼도, 비교적 쉽게 통과할 수 있다. 반면 유효성은 약으로서 시판 가능성을 규제기간에서 좀 더 엄격한 잣대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용성 결과가 부정적이라 하더라도 임상이 중단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다시 시험을 디자인해서 진행할 수도 있다”며 “글로벌 자문기구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IDMC)의 통계 분석이 필요하니 일단 시험환자수가 최소 수백명은 돼야 한다. 국내에서 진행한 항암제 임상 규모가 작아서 이제까지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단어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신라젠이 PHOCUS 결과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펙사벡 3상은 블라인드가 아니라 오픈라벨로 진행되고 있다. 외부에 공식 발표만 하지 않는다면, 중간에 회사와 스폰서가 수시로 데이터를 볼 수 있다”며 “사실상 무용성결과에 따른 금리변동 조항은 신라젠이 그만큼 자신 있다는 것과 동시에 똑똑한 회사가 투자자를 끌어당기기 위한 수단으로 잘 활용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오픈라벨(open-label)은 피험자와 시험자 모두 시험약과 대조약 중 어떤 약을 사용했는지 알고 진행하는 방식이다. 블라인드(double blind) 방식은 피험자인 환자와 연구자인 의료진 모두 임상이 끝날 때까지 시험약과 대조약 중 어떤 약을 투여했는지 모른다.

신라젠 측 역시 무용성평가 결과에 자신했다. 회사 관계자는 “임상 담당자에게 무용성진행평가 부정적 사례에 대해서 회사들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물어보니, 부정적 사례는 없었다고 전해왔다”며 “CB발행 사항은 모든 게 확정되면 즉시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ur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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