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주주환원 이뤄지지 않아 불만"
"자사주 매입·소각은 전례 없어 받아들이지 않을 것"
최대주주 측 지분 40% 넘어 대응에 '미온적'
[서울=뉴스핌] 최주은 기자 =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가 국민연금을 비롯한 행동주의 펀드에 잇따른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받고 있지만 선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지난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행동주의펀드의 주주가치 개선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연이어 타깃이 된 현대백화점그룹의 대응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홈쇼핑은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과 돌턴인베스트먼트로부터 자사주 매입 후 소각과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 반대를 요구받았다.
◆ 주주가치 개선 요구한 돌턴과 밸류파트너스
현대홈쇼핑 CI |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 6일 소액주주의 이익을 위해 주주들의 의결권 위임을 권유한다고 공시했다. 현대홈쇼핑 지분 0.14%(1만6420주)를 보유 중인 밸류파트너스는 경영진의 장기간에 걸친 불합리한 자본배분을 지적했다. 상장 전 60% 이상이었던 ROE가 10% 미만까지 하락했지만 대주주가 선임한 감사위원들은 경영진의 감시 견제 역할을 소홀히 했다고 판단한 것. 밸류파트너스 측은 합리적 자본배분 정책과 자사주 매입소각 및 배당 증대를 요구했다.
이보다 하루 앞서 돌턴인베스트먼트(Dalton Investments, 이하 돌턴)도 현대홈쇼핑에 주주서신을 통해 자사주 매입 후 소각과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 반대 의견을 밝혔다. 지난 2016년부터 현대홈쇼핑에 투자한 돌턴은 유통주식의 약 2.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 측은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기업의 대표사례로 현대홈쇼핑을 꼽았다.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 현금을 가진 기업이지만 장기투자해도 수익률이 낮다고 지적했다.
복수의 내외 행동주의펀드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 같은 정책을 요구했지만, 현대홈쇼핑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않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이 현대그린푸드에 배당확대를 요구하자 받아들인 것과는 사뭇 온도차가 느껴진다.
◆ 현대그린푸드 때와 온도차, 왜?
우선 유통업계에서 자사주 매입을 통한 소각 전례가 없어 현대홈쇼핑 측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매년 배당을 조금씩 늘리고 있어 주주가치 개선에 동참하고 있다는게 회사 측 입장이기도 하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2016년과 2017년에 주당 1500원과 1700원을 배당했다. 시가배당률은 각각 1.3%와 1.4%다. 지난해에는 주당 1900원(시가배당률 1.8%)까지 확대했다. 다만 여전히 GS홈쇼핑(7000원, 시가배당률 3.8%)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업계 역시 현대홈쇼핑이 행동주의펀드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판단했다. 최대주주(현대그린푸드 25.01%)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이 40% 이상으로, 상정된 안건 의결이 어렵지 않을 전망이어서다. 국민연금이 지분 11.38%를 보유하고 있고 돌턴을 포함한 5% 미만 소액주주 지분 역시 40% 정도로 비슷하지만, 소액주주의 경우 표를 결집해야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홈쇼핑은 현금성 자산이 풍부한 데다 이익이 안정적으로 늘고 있는 회사"라며 "이에 반해 배당이 적어 주주가치 제고 이슈가 표면화될 여지가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주가는 상당히 저평가됐다"며 "주주환원 정책이 더해지면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그동안 배당성향을 강화해왔다”며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두 곳에서 공통으로 요구한 자사주 매입 후 소각에 대해선 “검토해 봐야한다”고 말했다. 또 잇따른 계열사의 주주가치 개선 요구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주주의견을 경청을 하고 주주 가치 제고에 힘쓰겠다”고만 언급했다.
한편 현대홈쇼핑은 오는 28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정관변경 승인 외에 정교선 대표이사 부회장과 이동호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송해은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와 김성철 고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할 계획이다.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