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실효성엔 갸우뚱...50% “효과 잘 모르겠다”
‘보여주기 식’ 비판...“내신 절대평가, 교원 확충 등 시급”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정부가 ‘고교학점제’ 도입을 본격 추진하는 가운데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시선이 팽배하다. 교육부는 “학생의 과목 선택 폭을 넓히겠다”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현장에서는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우려와 함께 ‘보여주기식’ 정책이란 비판까지 나온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제도 도입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겠다”며 “국민들이 새로운 제도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보다 희망과 기대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소통해 공감을 얻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추진단을 구성하고 연구·선도학교를 3배 이상 확대키로 한 교육부 정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
교육부는 올해 ‘2020년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만큼, 일반고에만 약 66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제도 개선과 보완에 주력할 예정이다. 또한 일반고 학생을 대상으로 고교학점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제도 홍보에도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고 일정 수준의 학점을 채우면 졸업할 수 있는 제도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로, 2022학년도에 도입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초대 교육부 수장이었던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8월 “2022년 전체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고교학점제를 부분 도입하고 2025학년도에 전면 도입하겠다”며 3년 유보했다.
사실상 현장 조건을 감안해 다음 정부로 공을 넘긴 셈이다. 실제 교육부가 지난해 설문조사한 결과, 일반고 연구학교 31개 중 40%가 넘는 21곳이 ‘진로계획 부족’을 과제로 꼽았다. 이 외에도 과목에 대한 이해 부족과 진로 상담 등 시간 부족, 관련 자료 부족 등이 진로·학업 설계 지도 시 어려운 점으로 꼽혔다.
현장에선 고교학점제 실효성에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교육부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과목 선택 기회 확대 효과’에 대해 연구 선도·학교 학생들 7056명 중 47.6%가 ‘부정적’ 혹은 ‘보통’라고 답했다. 교사들의 경우엔 1333명 중 44.3%이 ‘부정적’ 혹은 ‘보통’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육대통령을 위한 직언직설’ 등을 펴낸 이기정 미양고 교사는 “극적인 과목 선택에 대한 변화는 없다”며 “과목 선택 기회를 늘리기 위해선 외국처럼 내신 절대평가, 교사별 평가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육부가 내세운 거창한 목표대로 시행될지 의문”이라며 “내신 제도와 입시 제도 등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고교학점제는 그럴 듯한 이름 뿐”이라고 꼬집었다.
한 교육계 관계자 또한 “현재까지 준비 상황으로 보면 2025년까진 과연 도입이 될까 싶다”며 “현장에선 ‘갈 길이 멀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의견을 보탰다.
‘2025년 전면 도입’ 목표가 빠듯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취지엔 공감하지만 여건이 녹록치 않아 준비 과정에 대해 우려스럽다”며 “조급증을 버리고 재정, 교원 수급, 시설 확충, 농어촌 격차 해소, 입시와의 연계 등을 고려해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대변인은 “농어촌 등 열악한 여건에 있는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차별적인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교육 당국이 제시하는 원격 수업도 대면 수업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