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 사건·사고

[위기의 응급실⑤] “주80시간도 못지켜..전문의 추가 필요”

의료계 "적은 인력에 휴게시간마저 보장 어렵다"
수련 받는 전공의들 '주80시간 근무'마저 위협 받아
의료계 "내부에선 근로기준법 지키되 정부 지원도 필요해"

  • 기사입력 : 2019년02월08일 17:45
  • 최종수정 : 2019년02월08일 17:48
  • 페이스북페이스북
  • 트위터트위터
  • 카카오스토리카카오스토리
  • 밴드밴드

[편집자주] 무엇이 대형병원 의사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가? 설 연휴 서울과 인천의 대형병원에서 두 명의 의사가 과로로 숨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앞서 정신과 진료를 받던 의사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각광받는 직업인 ‘대한민국 의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물론 모든 의사들이 위험에 처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비상경보음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예견됐던 참사라는 자성론도 높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세계 11위 경제대국, 세계 6위 무역강국이란 대한민국 위상에 걸맞는 의료 시스템을 갖는 것이 아직은 요원한 꿈일까요?
아직도 후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병원의 현실을 진단해 봅니다.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최근 잇따라 눈감은 두 명의 의료인 앞에 ‘과로’와 ‘당직’ 등의 수식어가 붙으며 의료인들의 노동시간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의료인들은 “적은 인력에 주 52시간은커녕 휴게시간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의료 현장에서 현행법 준수와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촉구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료인 업무 과중.. 사실상 휴식 없이 24시간 대기”

두 명의 의료인이 의료 현장에서 사망하며 의료계에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의료체계 근본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일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사무실 의자에 앉아 숨진 채 발견됐다. 1차 검안 소견은 ‘급성 심정지’로 나왔지만, 의료원 측은 누적된 과로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1일엔 가천대 길병원에서 당직실에서 소아청소년과 2년차 전공의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길병원 측은 A씨의 근무표와 근무 당시 입원 환자 수 등 자체조사 결과 “수련환경에 문제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과로사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대다수 병원 의사들은 근로기준법상 규정된 근로시간이 아니라 사실상 휴식시간 없이 24시간 대기에 주 7일 근무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극히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또 “주52시간과 별개로 무조건 지켜야 하는 게 11시간의 휴게시간이지만 거의 안 지켜지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전공의법 주 80시간 제한... “그마저도 지켜지지 않아”

근로자이면서 수련을 받는 교육생인 전공의들의 근무여건은 더욱 열악하다. 2016년 12월 시행된 전공의특별법에 따르면 전공의 수련시간은 주당 80시간(교육시간 포함 88시간)으로 제한된다. 최대 연속 근무 시간도 36시간을 넘길 수 없다.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국장은 8일 “원래는 더 많이 근무하다 줄었다지만 80시간도 장시간 근로”라며 “법이 있지만 이조차도 초과근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는 업무 특성상 사소한 방심이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어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전공의는 초심자라 업무상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오후 인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응급실은 응급환자와 보호자들로 여전히 긴박한 분위기를 보였다. [사진=노해철 기자] 2019.02.08. sun90@newspim.com

대한전공의협의회는 8일 “전공의법 시행에도 대다수 병원에선 수련 시간이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병원에서 파악하는 근무 실태와 실제 전공의 근무 시간은 차이가 있어 (가천대 길병원 전공의의) 과로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우 대전협 회장은 “만약 79시간 근무를 했다면 과연 과로가 아니라 말할 수 있겠냐”며 “전공의도 사람인데 수련 목적이라도 이를 장시간의 과중한 노동이 아니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의료계 "현장에선 현행법 지키고 정부 재정 동시 투입돼야"

8일 의사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사의 평균 진료량은 연간 1인당 17회로 7.4회인 OECD 회원국 평균의 2.3배에 달한다. 특히 종합병원, 대학병원 등 대형 병원을 선호하는 국민 정서로 인해 특정 병원의 진료량이 가중된다.

의료계에서는 현행법을 지키려는 업계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최 회장은 “근로시간과 임금수당 등을 현행법령에 맞춰 잘 지키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할 것”이라며 “종합병원 300개 정도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준법 진료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동참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의료 수가가 낮아 개인병원은 노동량을 늘려 매출을 유지하고 종합병원은 전문의 추가 고용을 꺼리고 있다”며 “진료비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 등 의료계에서는 의료인 근무시간 조정을 위해 ‘입원전담 전문의’ 확대 등도 요구하고 있다. 입원 환자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전문의를 고용해 전공의 업무를 과중시키는 당직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은 또 “특정병원으로 환자가 쏠려 의사 수에 비해 환자가 너무 많다”며 “제도적으로 환자를 분산시키고 수가 부분 조정으로 입원전담 전문의를 고용해 교수들과 전공의 등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zunii@newspim.com

  • 페이스북페이스북
  • 트위터트위터
  • 카카오스토리카카오스토리
  • 밴드밴드

<저작권자(c)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