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난 30일(현지시각) 타계한 조지 H.W. 부시 미국 41대 대통령의 장례식이 5일(현지시각) 미국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엄수됐다.
워싱턴 D.C.의 의사당에 안치됐던 부시 전 대통령의 시신이 이날 오전 10시 국립대성당으로 운구된 뒤 국내외 조문객이 자리한 가운데 장례 행사가 거행됐다.
조지 H.W. 미국 41대 대통령의 장례식 [사진=로이터 뉴스핌] |
생전 부시 전 대통령과 앙숙으로 통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장례식장에 일찌감치 모습을 드러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여사,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그리고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그의 아내 로살린 카터 여사도 부시 전 대통령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장례식에 참석한 역대 전현직 대통령 및 해외 정치권의 조문객들을 직접 만나며 짧은 대화를 나눴다.
장례식장에서 울음을 터뜨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는 추도 연설을 통해 “아버지는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라며 “국민들에 대한 사랑과 리더십, 진실된 모습으로 진정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추도 연설을 마무리하던 그는 “당신은 아들, 딸들에게 최고의 아버지였고 축복이었다”며 북받치는 감정을 쏟아냈다.
향년 94세로 생을 마감한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서로 껄끄러운 정치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초 세상을 떠난 바버라 부시 전 영부인의 장례식에 초대받지 못했다. 부시 여사는 눈을 감기 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장례식에 참석하기를 원치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어 지난 8월 존 맥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의 장례식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참석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약 2년 후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과 얼굴을 마주한 상황도 세간의 시선을 끌었다.
취임 전부터 그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을 향해 수 차례에 걸쳐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트윗은 물론이고 기자 회견을 포함한 공식 석상에서 그가 전직 대통령의 경제 및 외교 정책에 대해 날을 세웠던 모습은 이날 장례식을 지켜보는 이들의 기억 속에 생생했다.
장례 행사에 참석한 전현직 미국 대통령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와 함께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이라크 공격을 비판했던 것도 이날 새삼 미국 주요 언론들의 조명을 받았다.
일부 외신은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이 서명했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상 최악의 협정’이라며 비하하며 최근 새로운 협정(USMCA)을 체결한 점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부시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는 매끄럽지 못했다. 전기 작가인 존 메캠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지난 1988년 트럼프 대통령이 부시 전 대통령의 보좌관에게 필요하다면 선거 러닝 메이트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던 일을 털어 놓았다.
이어 2011년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로부터 오바마 전 대통령의 태생 문제를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사실을 접한 부시 전 대통령은 ‘X자식’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장례 행사를 치르는 과정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들’ 부시 전 대통령 내외를 백악관 부속 국빈 숙소인 블레어 하우스를 제공했고, 멜라니아 여사는 로라 부시 여사에게 백악관 곳곳을 직접 안내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추도 연설에서 제외됐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시 전 대통령은 매우 좋은 사람이었고, 가족을 무척 사랑했다”고 언급했을 뿐 껄끄러운 관계에 대한 질문에 답을 피했다.
한편 이날 장례 행사는 국내외 방송사 및 통신사를 통해 생중계됐고, 미국 공무원과 기업들은 업무를 잠시 중단하고 부시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뉴욕증권거소와 나스닥 시장은 이날 휴장했고, 채권시장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부시 전 대통령의 유해는 이날 텍사스 휴스턴의 교회로 옮겨지며, 6일 오전 11시 가족과 친지, 그 밖에 가까웠던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또 한 차례 공식 장례 행사가 거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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