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에서 약물 중독 사망자 급증으로 이어진 오피오이드 계열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을 중국 정부가 규제 약품으로 분류하고 엄중 단속에 나서기로 했지만 이미 미국에서는 회의론이 나온다. 지난해 ‘오피오이드와의 전쟁’을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펜타닐을 규제하겠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약속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중국이 같은 약속을 하고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중국이 펜타닐을 규제할 유인도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시 주석과 나의 만남에서 나온 매우 흥분되는 것 중 하나는 미국으로 오는 펜타닐을 규제하겠다는 그의 약속이었다”면서 “이제 그것(펜타닐)은 규제 약품으로 분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은 최악이고 가장 위험하며 중독성이 있으며 치명적인 물질로 여겨지는 이것에 있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면서 지난해 7만7000명이 펜타닐 중독으로 사망했음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이 ‘끔찍한 약’을 배급자들과 밀매자에게 사형을 구형하는 등 엄중히 단속한다면 결과는 놀라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펜타닐[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러나 미국에서는 시 주석의 약속에 이미 회의론이 제기된다. 과거에도 중국은 미국과 펜타닐 규제를 약속한 바 있다. 지난 2016년 9월 버락 오바마 정부는 미국과 중국이 미국으로 가는 펜타닐에 대한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추가 조치에 소극적이었다.
런던정경대의 존 콜린스 국제제약정책 담당 수석 책임자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내가 보기에는 똑같은 이야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 마약단속국(DEA)에 따르면 중국에서 3000~5000달러에 구입할 수 있는 펜타닐 1㎏당 50만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화학산업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규모도 규제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부른다. NYT에 따르면 중국의 화학기업은 16만 개가량으로 규제가 약하면 펜타닐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새로운 금지 조치에도 펜타닐 판매 유인을 가질 수 있다.
전 DEA 직원인 제프리 히긴스는 “중국은 전 세계 펜타닐 판매를 주도하고 이것은 그곳에서 매우 번창한 산업”이라면서 “중국이 오피오이드 생산을 번창하도록 내버려 둘 경제적 유인이 있고 외국 사법당국과 협조를 위해 그들의 경제 활동을 제한하는 것에는 유인이 적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약속을 지킨다고 해도 중국이 규제를 시행하는 데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UN 마약·범죄 동남아·태평양 지역 대표인 제러미 더글러스에 따르면 중국 고위 관료는 중국 정부가 펜타닐 규제 물질 지정을 위해 현행법을 수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NYT는 중국의 절차를 감안할 때도 이 같은 과정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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