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법원, 성범죄자 징역형 12%..."민간법원서 재판해야"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고등군사법원이 성폭행 피해자로 재판을 받은 여군 장교에게 당시 상황을 묘사하게 한 사실이 알려지며 파장이 일고 있다. 가해자를 엄호해 온 군사법원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21일 성명을 통해 “군사법원은 이번에도 성범죄자의 방패가 돼 피해자의 존엄을 짓밟고 가해자를 엄호했다”며 “군 성폭력 재판에서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가해자를 무죄로 풀어주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센터는 “‘군사법원 형사공판 성범죄 처리 현황’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성범죄로 보통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군인은 총 1279명이며 이 중 징역형을 선고받은 건은 148건에 불과하다”며 “해임·파면 등으로 이어지지 않는 벌금형이 347건, 무죄와 공소기각은 83건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3년에도 남군 상관의 성추행으로 피해자 여군이 자살한 사건에서 군사법원은 가해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2심에서 실형을 선고했다”며 “5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평시 군사법원을 폐지시키고 성범죄를 포함한 일반 형사사건 재판을 민간법원에서 진행하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군사고등법원에 선 한국성폭력상담소 방청연대 [사진=한국성폭력상담소 페이스북] |
앞서 지난 8일과 19일, 고등군사법원은 2010년 A대위를 강간 및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해군 장교 두 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각각 징역8년, 징역10년의 중형을 선고했던 1심 선고를 뒤집은 결과다.
센터는 “재판부는 사건 당시 피해자가 업무상 위력 관계로 인해 심리적 억압상태에 놓여 적극적으로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은 인정했다”면서도 “이 점이 강간·강제추행 요건인 항거 불가능한 수준의 폭행·협박에는 해당될 수 없다며 1심 판결을 모조리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엄벌을 내려야 할 군사법원이 본분을 망각하고 앞장서 성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피해자가 군을 신뢰하고 성범죄 피해를 신고할 수 있겠냐”며 “국방부가 지난 3월부터 달마다 외쳤던 ‘성범죄 척결을 위한 노력’은 피해자에 대한 철저한 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엄벌이 있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