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1심, 2심 승소 판결 뒤집고 대법원 발주처 승소 판결
건설업계, 법원 계류중인 260건 소송에도 영향 미칠 듯..우려 커져
"장기계속공사 제도 법개정 및 개선 필요"
[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갑(甲)' 발주처인 공공기관이 공기를 연장시켜도 그 피해는 건설업체가 고스란히 지게 될 상황이 되자 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공기관 발주처의 귀책사유로 공사기간이 연장돼도 이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발주처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져서다.
건설업계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현재 법원에 계류중인 소송가액 총 1조2000억원 규모의 260건에 달하는 건설사 간접비 소송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 52시간 근무제도에 따른 공기 연장 피해는 건설업계가 고스란히 입게 될 상황에 놓인 반면 공공기관은 전혀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란 신호탄이란 분석도 나온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은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 공사와 관련 현대건설을 포함한 12개 건설사들이 발주처인 서울시를 상대로 낸 공사비(간접비) 청구 상고심에서 원고(건설사)가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이 서울시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간접비는 현장 직원에게 지급하는 비용인 간접노무비와 현장사무실 운영비 등을 의미한다. 공사기간이 길어질수록 간접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핌DB] |
대법원은 장기계속공사의 경우 1년 단위인 차수별(연차별) 계약만 인정할수 있다고 판시했다. 차수계약 연장이 아닌 총공사기간의 연장으로 인한 공기연장 간접비 청구는 인정할수 없다는 설명이다. 건설사들은 통상 입찰 때 공고된 총공사비와 공사기간을 총괄계약으로 인식하고 입찰에 참여해 수주한 뒤 차수별로 계약을 해오고 있다.
이번 소송은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 공사가 21개월 가량 연장되면서 촉발됐다. 발주처인 서울시가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공기를 늘린 것. 이 과정에서 건설사들은 추가로 발생하는 간접비를 반영해 계약금 조정을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법정 공방까지 가게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장기계속공사에서 공기연장에 따른 간접비 지급은 당연한 것인데 이번 대법원이 사실상 발주처의 이런 '갑질'을 용인해준 결과"라며 "불경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 중소 건설사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건설업계는 현재 법원에 계류중인 다른 간접비 소송에 이번 대법원 판결을 참고할 가능성이 커 노심초사하고 있다. 장기계속공사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법개정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총공사금액과 총공사기간이 법적구속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국가계약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며 "개선방안을 국회와 함께 협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