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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시오리'의 미투는 왜 위투가 되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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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미투' 불붙인 이토 시오리…2차 가해에 결국 영국으로
되레 피해자를 비판하는 일본 "술자리 따라간 여자가 문제"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어렵게 틔워낸 불씨는 결국 사그라져 버렸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의 불모지 일본에서 꿋꿋하게 미투를 외친 저널리스트, 이토 시오리(伊藤詩織)의 이야기다.

2018년 미투로 전세계가 시끄러운 가운데에도 유독 침묵을 지켰던 나라, 일본. 성범죄 신고 건수가 놀라울 정도로 낮지만 그 이면엔 강간이 미화되고 2차 가해가 만연한 현실이 있다. 

평범하게 살고 싶으면 피해사실을 숨기고 눈물을 삼켜야 했지만, 지난해 5월 이토는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피해 사실을 밝혔다. 인터넷에선 그녀를 향한 조롱과 비난이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체 그녀는 왜 힘든 길을 택한 것일까. 이토 시오리는 "울고 있는 '익명의 피해자'로 남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토 시오리가 자신이 당한 성폭력과 그 이후의 법적 대응과정을 담은 저서 '블랙박스' [사진=문예춘추]

◆ "고통에 눈을 떠보니 강간당하고 있었다"

사건은 2015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명 방송국 TBS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이토는 당시 TBS 워싱턴지국장이던 야마구치 노리유키(山口敬之)에게 진로 상담을 요청했다. 야마구치는 흔쾌히 수락해 4월 3일 그녀를 식사에 초대했다. 

도쿄 도내 꼬치가게에 같이 들어간 시각이 오후 8시. 이후 2차를 가자는 야마구치의 끈질긴 요청에 이토는 어쩔 수 없이 9시 20분경 초밥집을 함께 향했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고통에 눈을 떴을 땐 야마구치에게 강간을 당하고 있었다. 

처음 닥친 감정은 '수치심'이었다. 이토 시오리 본인은 마치 그런 일은 없었다는 것처럼 지내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며칠은. 하지만 저널리스트로서의 근성은 침묵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진실을 직면하지 못한다면 저널리스트 일을 할 수 없을 거야"란 생각에 진실을 밝히기로 했다.

하지만 경찰이 그녀의 용기에 응답해주지 못했다. 증거가 없다며 "사건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소극적인 반응을 보인데다, 한 경찰관은 그에게 "처녀입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왜 그런 것을 묻냐고 항의하자 수사지침이라는 답만 돌아왔다. 

이토는 기자로서 취재기질을 발휘해 스스로 증거를 찾아 움직였다. 의식을 잃은 자신을 야마구치가 끌고가는 모습이 담긴 호텔 CCTC를 확보했으며, 택시 운전자와 호텔 벨보이의 증언도 얻어냈다. 그제서야 수사기관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야마구치는 "합의에 의한 관계"라고 주장했으며, 경찰은 그를 체포하지 않았다. 이토는 체포영장은 이미 발부된 상태였고 그해 6월 8일 나리타 공항에서 경찰이 야마구치를 체포하려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상부에서 내려온 지시'에 의해 체포는 무산이 됐다. 검찰도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때까진 이토는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체포가 무산되고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는 걸 보면서 폭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사건을 종결시키려는 수사 당국에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녀의 폭로는 일본 내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야마구치는 아베 신조(安倍信三) 일본 총리와 관련된 책을 쓴데다, 개인 연락처를 공유할 만큼 친밀한 사이였다. 일본 정치권에선 "총리가 야마구치를 위해 수사를 무마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제2의 이토'를 만들지 말자는 운동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후 여론은 이토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2차 가해가 시작된 것이다. 

◆ "일부러 꼬신 거 아냐?" 쏟아진 2차 가해

"당신이 야마구치를 유혹한 거 아냐? 유명세를 얻으려고?"

"술자리에 따라간 거 자체가 문제지"

"기자회견에서 입은 옷의 단추는 왜 제대로 잠그지 않았나?"

일본 네티즌들은 이토를 공격했다. 그가 이미 성공한 사람을 물어뜯어서 유명세를 얻으려 한다는 논리였다. 이토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는 만큼, 이토가 야마구치를 망치려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토가 '블랙박스'라는 책을 냈을 때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렸는데 혼자 소설 쓴다"는 비판이 나왔다. 

가해자인 야마구치는 TBS를 퇴사한 후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여러 방송국에 출연하고 있다. 정치평론가이자 코멘테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 9월엔 이토를 상대로 1000만엔(약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반면 이토는 2차 가해를 피해 지난 7월부터 영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폭로하기 전부터 "고발하는 순간 일본에서 일을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어 각오는 했었지만 그에게 쏟아진 비난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때 영국 런던의 인권단체가 안전한 곳에 와서 머물라는 권유를 했고 이토는 그에 따랐다. 

이토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2차 가해에 인생을 끝낼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생을 끝낸다면 '피해를 고발해봤자 결국 저런 결말밖에 맞이하지 못한다'고 받아들여지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며 "살아남아서 버티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사실 일본에서 성폭행 피해를 폭로했다가 비난을 받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토의 사례를 보고 용기를 얻은 유명 방송인 이토 하루카(伊藤春香)도 2010년에 대기업 광고 대행사 덴쓰 신입사원이던 시절 겪은 성희롱을 폭로했다.

이토 하루카는 덴쓰의 유명 프로듀서 기시 유키(岸勇希)가 심야에 자택으로 자신을 불러 "내 마음에 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몸을 사용해라"라며 성관계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토 하루카의 편에 서서 증언을 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한 언론사가 이토 하루카의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 덴쓰 내부를 취재했을 때 극소수만이 익명을 조건으로 취재에 응했을 뿐이다. 여론도 그녀에게 싸늘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컨설팅 업체 AMF를 창업한 것으로 유명한 시이키 리카(椎木里佳)도 지난해 성관계를 해준다면 사업에 투자해주겠다고 말한 기업인의 요구를 거절했다가 계약이 무산됐다고 고백했다. 어려운 고백이었지만 일본 네티즌들은 리카의 '미투'를 '노이즈 마케팅'이라며 오히려 비난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성범죄를 전문으로 다루는 쓰노다 유키코(角田由紀子) 변호사는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은 이토의 문제를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본에서 성폭행을 당한 여성은 '하자품' 취급을 당해 왔다"고 꼬집는다.

피해자에 2차 가해가 당연하다는 듯이 이뤄지는 사회에서 미투 동참은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가해자의 처분은 더욱 요원하다. 일본의 피해자들이 '미투'를 외치지 못하고 속으로 삼켜 내게 된 이유다. 그렇게 이토의 미투는 '위투(#We Too·함께 행동한다)'가 되지 못했다.

◆ 침묵하는 피해자들…성범죄에 관대한 일본

이토 시오리는 "처음 성폭행을 당했을 때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사실 이는 이토만의 일이 아니다. 쓰노다 변호사의 말처럼 '하자품'이 됐다는 생각은 자책감을 부른다. 그리고 여성들은 스스로 입을 닫는다.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JILPT)가 2015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근로자의 28.7%가 직장 내 성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 정규직은 무려 34.7%가 피해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정부 조사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 중 4분의 3은 피해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다. 경찰에 신고한 경우는 4%에 불과하다. 미국 피해자의 약 30%가 경찰에 신고하는 것과 비교하면 극단적으로 낮은 수치다.

피해자가 스스로 숨어드니 가해자들의 기세는 등등해진다. 성추행에 관대한 일본 특유의 문화도 가해자들이 떳떳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하는 배경이다.

방송 카메라가 넘어온 줄 모르고 여성 아나운서를 성추행하는 일본의 유명 방송인 미노몬타 [사진=TBS]

대표적인 예가 2013년 '미노 몬타 사건'이다. 일본의 거물 방송인 미노 몬타(みのもんた)가 2013년 TBS 아침방송 중 여자 아나운서 요시다 아키요(吉田明世)의 엉덩이를 만지는 모습이 TV에 방송된 것이다.

광고가 방송되고 있다고 착각한 미노가 손을 뻗어 아나운서의 엉덩이를 만졌고, 요시다 아나운서는 간신히 웃는 얼굴을 유지한 채 필사적으로 뿌리쳤다. 이 문제는 논란이 되긴 했다. 하지만 논란의 책임을 진 건 미노 몬타가 아닌 피해자 요시다 아나운서였다. 그녀는 자신의 방송에서 하차해야 했다.

성추행을 관대하게 용서받는 건 유명인만이 아니다. 프랑스에 거주 중인 소설가 사사키 구미(佐々木くみ)는 지난해 '치한'이라는 이름의 소설을 출간했다. 저자가 12세부터 18세까지 6년 동안 지하철로 통학하면서 겪었던 성추행 경험과 그로 인한 고통으로 자살 시도를 했던 과거를 고백한 책이다.

사사키는 집필 이유에 대해 "일본의 많은 사람은 치한 문제를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성추행을 유발하는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을 분간하는 일러스트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미투'를 어떻게 '위투'로 만들 수 있을까. 이토 시오리는 계속해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리겠다고 다짐한다. 그 방법만이 '블랙박스'를 깨뜨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블랙박스는 '성행위는 두 사람만이 아는 밀실에서 행한 것'이란 뜻으로, 수사기관은 입증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토는 수사가 진행될 당시 경찰과 검찰로부터 이 단어를 자주 들었다고 했다. 자신의 저서 명을 블랙박스로 정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이토의 사례를 다루며 "왜 가해자들이 강간 혐의로 기소되지 않는지, 그리고 왜 일본 여성들이 강간 사건을 신고하지 않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말했다.

AP통신도 이토의 사례를 다루며 "가부장제인 일본에서 미투를 말하는 건 비난과 무시의 위험이 따른다"고 말했다. 이어 통신은 "여성이 오랫동안 성범죄에 대한 잘못을 책임져 온 가부장 사회에서 피해 여성은 지지와 정의를 찾기보다는 범죄를 잊어버리려 노력한다"고 일본의 현실을 꼬집었다.

아직도 일본의 많은 피해자들은 '블랙박스'를 부수지 못하고 스스로를 가둬버리고 만다. 답답한 현실이 바뀔 가능성은 요원해 보이지만, 이토는 "미투 운동 덕분에 피해사실을 이야기해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언젠가 자신의 '미투'에 일본 사회가 '위투'라고 답할 때가 올 거라 믿으며 말이다. 

 

keb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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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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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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