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청문회 연기할 이유 없어…인준안 투표도 강행"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인 브렛 캐배너의 성폭행 미수를 폭로한 팔로알토 대학교 교수 크리스틴 블래시 포드가 공개 청문회 참석을 앞두고, 공청회 이전에 캐배너에 대한 미 연방수사국(FBI)의 조사가 먼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통신이 포드의 변호인들을 인용해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앞서 포드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를 통해 1982년 고등학생이었을 당시 메릴랜드에서 열린 한 파티에서 만난 캐배너로부터 성폭행당할 뻔한 과거를 고백했다. 포드 교수는 지난 7월 상원 법사위원회 소속의 다이앤 파인스타인 민주당 의원에게 편지를 보내 이런 사실을 처음 폭로했으며,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캐배너는 WP의 보도가 나오기 전 14일 성명을 발표해 "단언하건대, 명백하게 이 같은 혐의를 부인한다"며 "나는 고등학생 때 혹은 그 어떤 때도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성폭행 미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캐배너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법사위원회는 20일 예정됐던 인준투표를 연기하고, 오는 24일 공개 청문회를 열 것이라고 발표했다. 포드 교수와 캐버너 후보자는 모두 청문회에 참석해 증언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포드 교수의 변호인들이 이날 척 그래슬리 상원 법사위원장에게 청문회 참석 이전에 FBI의 수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보내면서 공청회 진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브렛 캐배너 미국 연방대법관 후보자 [사진=로이터 뉴스핌] |
포드의 변호인들은 서한을 통해 청문회가 열리기 전 법 집행 관계자들이 완전한 수사를 진행해야 하며, 수사 과정 중 "중요한 사실과 목격자 증언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상원 법사위원회는 청문회를 진행하거나, 어떠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사건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래슬리 법사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청문회를 연기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래슬리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인사들도 사건에 FBI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에서는 캐버너 후보 인준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현재 연방대법관 후보 임명을 두고 양당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포드의 청문회 참석 여부와는 상관없이 캐버노에 대한 인준 표결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레이엄 의원은 "포드 교수가 24일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청문회를) 그대로 진행할 것이며, 오는 26일 표결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캐버너가 이런 일을 겪는다는 것에 매우 안타깝다"며 "캐버너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후보자를 옹호했다. 트럼프는 이어 "왜 그전에는 민주당이 이 사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느냐"며 "(당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은) 그들이 나를 방해하고, 반대하기 때문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오는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캐배너 후보자의 성폭행 미수 의혹이 공화당에 큰 변수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사법부의 보수화를 추진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에도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상원 의석수의 경우 공화당이 50석 민주당과 무소속이 49석을 차지해 현재 공화당이 아주 근소하게 민주당을 앞서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캐배너 후보자의 성 추문으로 이탈표가 나올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큰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