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컬처톡]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하와이 사진결혼 소재 연극 '운명'

기사입력 : 2018년09월14일 15:38

최종수정 : 2018년09월14일 15:38

1920년대 하와이 사진결혼의 폐해를 담은 연극 '운명'
우리나라 최초 영화 극본, 대중소설 집필한 윤백남 작가 작품
오는 29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소재부터 말투까지 한없이 독특하다. 지금은 전혀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무척 오래된 옛날이야기도 아니다. 어머니의 할머니, 혹은 어머니의 어머니 세대가 겪었을 일들. 100년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어떻게 이리 다를까 싶다.

연극 '운명' 공연 장면 [사진=국립극단]

극이 낯설게 그려질수록 당시의 부당함, 억울함 그리고 빠른 시대 변화가 체감된다. 그러나 한 발짝 더 깊게 들어가서 생각하자면, 그때와 지금의 여성들의 삶이 정말 달라진 걸까 고심하게 된다.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잘못된 가치관이 여전히 은연중에 남아있으니까 말이다.

연극 '운명'(연출 김낙형)은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 극본, 최초의 대중소설을 집필한 작가 윤백남의 작품이다. 국립극단의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의 아홉 번째 작품으로, 1920년대 흔히 있었던 '하와이 사진결혼'의 폐해를 고발하면서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애환을 생생하게 그린다.

일제의 지배를 받던 시절, 많은 조선인이 노동력 확보에 열을 올리던 하와이로 이주했다. 남성에 비해 초기 이주 비율이 낮았던 여성들은 '사진결혼'을 통해 뒤늦게 하와이로 건너갔다. 1910년부터 1924년까지 무려 700명에 달하는 여성들이 사진결혼을 통해 이주했지만, 척박한 노동 생활이나 사진과 다른 인물, 기대와 다른 불행한 결혼생활을 해야 했다.

연극 '운명' 공연 장면 [사진=국립극단]

작품은 흡사 다큐멘터리를 결합한 듯한 느낌이다.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기 전 하와이 사진결혼을 홍보하는 공고, 일과표, 여권 등 당시의 자료가 영상과 사진으로 무대 배경에 펼쳐진다. 특히 직접 하와이 사진결혼으로 이민을 했던 당사자의 인터뷰도 나오기 때문에 생생함을 더한다.

극의 주인공은 '박메리'(양서빈)는 이화학당 출신의 여성으로 아버지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하와이 사진결혼을 하게 된다. 하와이로 건너가 '양길삼'(이종무)과 결혼을 하지만 행복하지 않다. 급기야 사랑했던 '이수옥'(홍아론)이 찾아오면서 흔들리게 된다. 두 사람의 만남을 이웃 '장한구'(박경주)가 남편에게 알리면서 비극이 찾아온다.

이화학당을 다녔을 정도로 신여성이었던 메리에게 나이 차이가 크고 다소 폭력적인 남편, 끊임없는 사탕수수밭의 노동은 악몽 같았을 테다. 다시 조선이나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없는 현실에 어쩔 수 없이 지내고 있지만 오히려 죽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반면 이웃 여인들(이수미, 주인영)은 사는 것이 더 낫다는 태도를 보인다. 답답하지만 그것이 당연했던 시절, 주변 사람들에겐 오히려 메리가 이상하게 느껴졌을 수도.

연극 '운명' 공연 장면 [사진=국립극단]

더 답답했던 점은 메리를 찾아 미국으로 온 수옥이 그를 데리고 떠나려는 것이 아닌 남편을 교육해 참된 사랑으로 인도하라고 말하는 태도다. "우리 조그마한 인생이 아무리 운명을 벗어나려 해도 큰 바다에 조약돌 하나 던진 만큼 힘이 없을 것"이라는 수옥의 말은 메리를 더욱 좌절하게 만들 수밖에. 물론 이는 더 큰 비극의 서막이었지만, 그 어마어마한 힘의 '운명'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극은 당시의 말투를 고증해 재현했다. 토요일을 '반공일'이라 부르고, 휴일을 '공일'이라 부르며, 품삯을 '공전'이라고 하는 등 현재 쓰지 않는 단어들도 많이 나온다. 때문에 공연 시작 전 여유롭게 극장에 들어가 무대 영상에 나오는 단어풀이를 미리 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이웃 여인들이 쏟아내는 대사는 낯설어서 어색함도 잠시, 극에 유일한 웃음을 주는 장치다.

당시 척박했던 환경도 무대에 그대로 재현됐다. 흙이 잔뜩 깔린 바닥에 배우들이 움직일 때마다 흙 냄새가 풍겨 더 진한 여운을 남긴다. 가끔 천장에서도 떨어지는데 이는 흙이 아닌 흑설탕이라고. 무엇보다 철사로 사물의 형태만 만들어놓은 소품들이 영혼까지 털리고 껍질만 남은 사람들을 보여주는 것만 같아 눈길을 끈다.

연극 '운명' 공연 장면 [사진=국립극단]

현대 사회는 자신의 자아를 찾고 주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러나 내면에는 아직까지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 강요가 만연하다. 100년 전과 지금, 계속해서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 연극 '운명'은 오는 29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尹대통령 국정 지지율 30.1%…부정평가 66.7% '경고등' [서울=뉴스핌] 김종원 전문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0.1%가 나왔다. 지난 2주 전 뉴스핌 정기 여론조사 38.1%보다 8%포인트가 빠졌다. 반면 부정 지지율은 66.7%로 2주 전 59.3%보다 7.4%포인트가 오른 70%에 육박했다. 정부·여당의 4·10 22대 총선 참패에 따른 국정 심판 여파가 아직도 전 연령과 전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 10명 중 7명 가까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취임 2년을 맞는 윤 대통령의 국정 동력 확보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번 정례 여론조사는 뉴스핌 의뢰로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4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 간 전국 만 18살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4·10 총선 민의에 따른 윤 대통령과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의 지난 29일 첫 영수회담 결과는 아직 민심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아 좀 더 여론의 추이를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례 조사에서 '매우 잘하고 있다' 15.2%, '잘하고 있는 편' 14.9%로 국정 긍정 평가는 30.1%였다. 4·10 총선 직후 2주 전인 지난 4월 15·16일 뉴스핌 정기조사 때 긍정평가 38.1%보다 8%포인트 하락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지지율이 뉴스핌 정기 여론조사에서 30%선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사실상 국정 장악과 국정 운영 동력 확보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부정평가는 '매우 잘 못하고 있다' 57.2%, '잘 못하는 편' 9.5%로 국민 10명 중 7명에 가까운 66.7%였다. 지난 2주 전 조사 59.3%보다 7.4%포인트가 많아졌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부정 격차는 지난 2주 전 조사와 비교해서 21.2%포인트에서 36.6%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에서 부정평가가 79.2%로 가장 높았다. 40대 77.4%, 50대 70.4%로 30·40·50세대 10명 7명이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70대 이상에서만 부정 41.0%, 긍정 48.0%로 긍정 평가가 조금 앞섰다. 지역별로는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의 전통 지지층인 대구경북(TK)에서도 긍정 40.9%, 부정 54.4%로 부정 수치가 10%포인트를 훌쩍 넘어섰다.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긍정 35.5%, 부정 61.6%로 긍·부정 격차가 절반 가까이 됐다. 광주전남전북 호남에서는 부정 80.9%, 긍정 16.5%로 10명 중 8명이 부정적이었다. 정당별 지지층에서도 지지층이 없는 무당층의 69.1%가 부정, 긍정 27.9%로 10명 중 7명 가까이가 부정적 평가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이유에 대해 "지난달 29일 이재명 야당 대표와 취임 후 700여 일 만에 첫 영수회담을 했지만 국론 분열과 민생 위기를 타개할 뚜렷한 해법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오히려 4·10 총선 참패 이후 단행한 대통령실 비서실장에 찐윤' 인사를 임명하는 등 윤 대통령의 변하지 않는 일방적·독선적 국정운영 스타일과 함께 답이 보이지 않는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한 국민 피로감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민생 경제 불안감 등 여론이 악화되면서 지지층 마저 대거 이탈하며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추락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100%) 가상번호 임의걸기(RDD)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신뢰 수준은 95%에 표본 오차 ±3.1%포인트, 응답률은 2.9%다. 자세한 조사 내용은 미디어리서치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kjw8619@newspim.com 2024-05-02 06:00
사진
"몸 힘들어도 환자 위했는데, 공공의 적 됐다" 전공의 '울먹' [서울=뉴스핌] 방보경 노연경 기자 = 의과대학 학생, 전공의 등은 정부가 독단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공의 대표는 '정부가 우리를 악마화하는 과정에서 (환자와의) 신뢰를 깨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가 30일 개최 의료개혁 관련 긴급 심포지엄에서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국민 위한 의료개혁이 올바른 방향 무엇인가를 고민했는데,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며 울먹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이날 열린 심포지엄은 의대 정원 확정을 앞두고 이뤄졌다. 교수들은 의료대란의 배경 및 정부에 제시할 정책 대안을 짚었다. 김민호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회장과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대표 역시 자리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박 대표는 혈액종양내과에서 일해오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소회를 털어놨다. 박 대표는 "수련받으면서 몸이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몸이 힘들수록 내 환자의 몸은 건강해질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는 "내과 1년차 때 맡았던 환자에게 매일 울면서 어떤 말을 해드려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신을 믿지 않지만 인생에서 처음으로 기도를 했다"며 "(그분을 볼 때마다) 복도로 다시 나와서 심호흡하고 커튼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걸 반복했다"며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했다.  박 대표는 "2년 후 그분이 완치된 것을 보고 힘든 상황에 환자들 곁에 있고 싶어서 혈액종양내과를 지원했다"며 "회복한 환자들의 감사인사와 편지를 마음속에 품는데 정부는 전공의를 악마화해서 국민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자부심과 긍지 갖고 환자 곁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며 "기피과가 있다면 시스템 개선해서 모든 전공의들이 소신껏 지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박 대표의 발표가 끝나자 30초 이상의 큰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박 대표는 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휴지를 손에 쥐고 연신 눈물을 닦았다. 동료 전공의로 보이는 몇몇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교수이자 선배의사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이 심란하다. 전공의 대표가 저렇게 슬픈 모습 보이는 것은 진심이 아니면 나올 수 없다"며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이야기하기 전에 진실된 마음으로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박 대표는 발표에서 정부가 전문직, 수련생, 노동자 등의 정체성이 혼재된 전공의의 입장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계는 오래전부터 의료체계 문제점 분석해 정부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에서도 알 수 있듯, 의료계 현장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타국과 비교했을 때 전문가 의견 태도가 반영되지 않았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까지 지속됐다"며 "정부는 의료체계 전반적 문제점을 잘못 진단하고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며 초기 진단과정부터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의과대학 학생 대표 역시 정부가 의료계와 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부는 필수의료만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필요하며, 비필수의료는 시스템을 왜곡하는 주범인 양 몰아가고 있다"며 "저수가 박리다매 의료 시스템이 고성장 시대가 끝나자 통째로 무너져내리고 있는데, 이를 정부가 좁고 자의적인 범위로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증원으로 교육 질 저하, 의료 질 저하 발생하면 책임 결과 또한 의료인이 같이 안게 된다"며 "학생들은 (정부 정책이) 의료와 의학을 위하는 진심 어린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시스템적 접근 필요 ▲현장의 목소리 청취 ▲필수의료패키지 반대 등의 안건을 내놓으며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hello@newspim.com 2024-04-30 15:03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