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강도 게임 규제에 中게임주 '타격'
국내 "사드 이후 판로 막혀 더 나빠질 것 없어"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중국이 최근 발표한 고강도 게임 규제안이 당장 국내 게임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기존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로 사실상 중국과의 사업 판로가 상당부분 막혀있는 상황이어서 별로 달라질 게 없기 때문이란 반응이다.
4일 게임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게임 규제와 관련해 국내 게임업계는 그리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사드 사태로 이미 지난해부터 중국 판호 불허정책으로 인해 진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영향이 적을 수 있다"고 전했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영향이 크게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미 국내 게임업계는 한한령(限韓令)으로 인해 '판호'라는 서비스 라이선스를 작년 3월부터 못받는 상황이라 추가로 나빠질 게 없다"고 했다.
중국에서 게임을 출시하려면 판호라고 하는 라이선스를 받아야 하는데, 지난해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측은 우리나라 게임에 대해 판호 발급을 해주지 않고 있다. 김 연구원은 "신규 게임 출시 자체가 1년 이상 막혀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에 대해서만 판호 발급이 안되고 있는데, 나중에 판호 발급이 재개되면 (규제 관련 영향은) 그때 고민해도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 |
2017년 이후 엔씨소프트 주가 추이 <자료=삼성증권> |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달 30일 게임 규제가 포함된 '청소년 근시 예방 계획'을 발표했다. 청소년 시력 보호를 위해 게임을 규제하겠다는 것인데, 이 계획에는 온라인 게임 총량 조정, 신규 온라인 게임 수량 제한, 연령 등급 표시, 미성년자 게임 이용시간 제한 방안 등이 담겼다.
당장 중국 내 게임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청소년 근시 예방 계획' 발표 이튿날인 31일 텐센트가 4.9% 떨어진 것을 비롯해 창유, 퍼펙트월드, 넷이즈, 아워팜 등도 각각 7~8%대 낙폭을 기록했다. 텐센트는 지난 3일 2.12% 더 내렸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텐센트 등 중국 기업들이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일본 캡콤 라이센스 게임이 중단되는 등 원래 되던 게 안된 것이니 (그렇다)"고 말했다.
다만, 텐센트는 이날 2% 가량 주가를 만회하며 시장의 우려를 조금은 떨쳐내는 모습이다.
이영한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게임 규제안은 장기화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국은 8월 초 '차이나조이 2018'을 개최하며 중국 게임업체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고, e스포츠 활성화에 적극적이다. 중국 정부의 연이은 온라인 게임 규제로 급락한 텐센트에 대한 우려는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동희 연구원은 "판호가 중국 기업 대상의 내자 판호와 해외 기업 대상의 외자 판호로 나뉘는데, 텐센트는 내자 판호는 곧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게임업체들의 주가도 등락을 오갔다. 중국시장에 대한 매출 비중이 크고 작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게임업계 전체적으로는 크게 우려할 것까진 없다는 평가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중국 외 북미, 일본, 대만 등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있는 것도 중국발 리스크를 줄이는 데 한몫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31일 2.64% 내린 데 이어 이달 3일 0.52% 더 내렸으나 이날 5.32% 올랐다. 같은 기간 넥슨지티는 0.27% 하락, 2.14% 상승, 0.13% 하락했고, 웹젠은 1.23% 하락, 1.26% 상승, 0.50% 상승했다. 게임빌은 오히려 규제 발표 이튿날인 지난 31일 2.41% 올랐다고 3일에 3.99% 내린 뒤 이날 0.75% 반등했다.
상대적으로 중국 쪽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진 위메이드는 지난 31일부터 이틀간 각각 2.62%, 5.69% 하락한 후 이날 1.01% 만회했다. 넷마블은 2.92% 하락 후 3일 보합세를 거쳐 이날 2.15% 상승했다.
오동환 연구원은 "중국 쪽 비중에 따라 기업별로 차별화되고 있다"면서 "대만, 일본, 북미, 유럽 쪽 시장을 많이 넓혀가고 있다. 게임기업들이 글로벌화되고 있어서 (중국 규제로 인한 우려가 희석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업계로선 중국 진출 재개에 대한 기대를 아예 버릴 순 없는 입장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아주 중요하고 거대한 시장에서의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