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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철의 글로벌 워치] '북핵 발빼는' 트럼프...플랜 B가 필요하다

  • 기사입력 : 2018년08월28일 08:48
  • 최종수정 : 2018년08월28일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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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시킨 것은 그야말로 전격적이었다. 바로 전날 폼페이오 장관이 직접 발표한 4차 방북 계획을 단 하루만에 백지화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에도 상대방의 의표를 찌르는 압박으로 협상 주도권을 잡는 방식을 즐겼다. 표면적으로는 '트럼프식' 벼랑끝 협상 전략의 정석대로 움직인 셈이다.

하지만 이번 전격 취소를 트럼프식 '돌발 행동'으로만 이해하기엔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현란한 개인기보다는 변화하고 있는 워싱턴의 대북 기류를 더 주목해야한다.

지난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야말로 '의기양양' 했다. 이전 수십년간 미국 대통령 누구도 해결못했던 북핵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지지자 집회에서 '노벨상' 연호가 이어지는 것을 여유있게 받아들였던 그다.

사실 북핵 문제 해결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절실했다. 오는 11월에는 미국에서 중간선거가 치러진다. 2년 임기인 미국 하원은 전체, 6년 임기인 상원은 3분의 1의 의석을 놓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격돌한다.
11월 선거에서 공화당이 완패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권력 누수는 물론, 탄핵 압박에 집권 후반기 내내 시달려야한다.

그러니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이전에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를 손에 넣어야했다. 그런 시간표 속에 9월 한반도 종전선언에 이은 2차 북미 정상회담 미국 개최 시나리오도 나왔다.
김 위원장과 평양 당국 입장에선 이는 '트럼프의 약점'으로 보였을 것이다. '외교의 귀재'들이 이를 놓칠리 없다.북한이 최근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이행은 뒤로 미룬 채 미국에 종전 선언과 제제 완화부터 내놓으라고 버틴 것도 이처럼 믿는 뒷배가 있어서다. 아마도 '시간은 우리 편'이란 계산이 섰던 모양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국면 전환에도 능란한 정치인이다. 하루 전 했던 말도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반대로 뒤집으며 새로운 이슈를 만드는 경우도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그토록 공을 들였던 '북핵 장사'가 자칫 밑질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고있는 눈치다. 현 상황에서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핵 비핵화 협상에 동력을 불어넣으려면 미국이 종전선언이나 제재 완화와 같은 대가를 내놓아야한다. 그러나 이는 미국내에서 '굴욕 협상' 또는 '퍼주기 협상'이란 역풍을 자초하기 십상이다. '역사적인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환호했던 미국내 여론은 이미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그동안 안팎의 비판에 "훌륭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김정은을 믿는다"며 버텼던 트럼프 대통령의 말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를 발표하면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관련해 충분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북핵 협상이 부진하다고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북정책 특별대표에 스티븐 비건 포드 부회장을 임명한 것도 곱씹어 봐야할 부분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명한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는 향후 북핵 등 정상간의 합의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미국측에선 폼페이오 장관이 신속히 후속 협상을 진행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때만해도 트럼프 대통령이나 폼페이오 장관은 속전속결을 기대했던 것 같다. 이같은 계산이 어긋날 공산이 커지자 비건 대표를 임명했다. 북핵 이슈가 장기전으로 전개될 것에 대비하려는 포석으로 봐야한다. 폼페이오 장관도 홀로 짊어졌던 북핵에 대한 부담과 책임에서 한발을 빼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북핵을 대신할 11월 중간 선거 '먹잇감'도 준비하고 있다. 선거에 특효약인 경제다. 특히 중국과 멕시코, 캐나다 등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전면에 내걸 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재방북 시기에 대해서도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해결된 이후 가까운 시일"로 못박았다. 북핵의 우선순위를 뒤로 밀어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에는 미국과 멕시코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개정하기 위한 구체안에 합의를 이뤘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이같은 백악관의 기류 변화는 북핵과 한반도 평화협정 문제 등을 둘러싸고 형성됐던 한반도 주변 지형을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뒤흔들 수 있다. 당초 9월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방북, 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열리는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한 김 위원장의 방미와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정상의 종전선언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당장 북미간 협상은 물론 이같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들이 전면 제동이 걸리거나 차질을 빚게될 전망이다. 한반도 비핵화의 '운전자'나 '촉매 역할'을 자임하며 비핵화와 종전선언의 프로세스를 이끌려던 문재인 정부의 입장도 난감해질 수 있다.

더구나 한국 정부는 경제 협력을 남북관계 발전의 마중물이자 추동력으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대북 제재와 압박의 강도를 유지하거나 높이려고 나설 경우 한미 관계까지 껄그러워질 수도 있다.

그동안 북핵화 협상과 한반도 평화체제 이슈는 9월 유엔 총회와 11월 미국 중간 선거를 등대 삼아 숨가쁘게 내달렸다. 하지만 이제 속도전이 아닌 장기전, 일괄타결이 아닌 지리한 개별 협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어졌다. 한국 정부 입장에선 달라진 기류와 엄정한 현실을 감안해 '북핵 플랜 B'를 철저히 점검하고 준비해둬야 하는 시기다. 길잡이 역할은 역풍이 불 때  더 절실해지기 때문이다.

kckim10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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