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피아화 2년래 최저, 필리핀 페소화 인도 루피화도 약세 두드러져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아시아 신흥국 통화가 추세적인 하락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과 달러화의 반등 신호에 지난해 20년래 최대 수익률을 올린 아시아 통화의 강세 흐름이 종료를 맞았다는 진단이다.
인도 루피화 <사진=블룸버그> |
6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JP모간이 집계하는 아시아 통화 인덱스가 지난달 중순 이후 가파른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아시아 지역 10개 통화의 가치를 반영하는 인덱스는 지난해 6.7% 급등하며 1994년 이후 최대 상승을 나타냈으나 최근 정점을 찍은 신호가 뚜렷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지수를 구성하는 주요 통화 가운데 하나인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최근 2년래 최저치로 하락해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루피아화는 지난달 1.6% 하락해 아시아 통화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동시에 24개 신흥국 통화 가운데 세 번째 낙폭을 보였다.
미국 연준의 적극적인 금리인상 의지 이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발언으로 인한 글로벌 무역전쟁 리스크 역시 아시아 신흥국 통화에 부정적이라는 지적이다.
미즈호 은행의 비쉬누 바라탄 전략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루피아화는 엔화를 제외한 아시아 통화 가운데 고베타 통화라는 점에서 최근 두드러진 하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무역전쟁 리스크와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유동성 위축은 루피아뿐 아니라 해당 지역 통화 전반에 악재”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주요 통화에 대해 10% 내외의 급락을 연출한 달러화의 반등 여부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달러화는 제롬 파월 신임 연준 의장의 의회 증언 이후 강한 상승 탄력을 보이고 있다. 파월 의장이 경기 호조를 앞세워 긴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지를 드러냈고, 이는 지난해 이후 국채 수익률 상승에도 하락 압박에 시달렸던 달러화의 반전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미국을 필두로 한 금리 상승으로 인해 아시아 지역의 회사채 상환 및 차환 발행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비용 인상과 유동성 이탈에 따른 이중 압박이 채권시장을 강타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주 인도네시아 채권 펀드에서 글로벌 자금이 10억2000만달러 이탈, 2016년 11월 이후 가장 커다란 자금 유출을 나타냈다.
투자자들의 아시아 신흥국 자산 매도가 지속될 경우 통화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질 여지가 높다. 필리핀 페소화가 2006년 7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인도 루피화와 한국 원화 역시 지난달 3개월래 최저치로 밀리는 등 관련 통화의 약세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