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내국인 해외여행 증가 탓
경상수지 26.8억달러...전년동월대비 절반
[뉴스핌=이수진 기자] 서비스수지가 또다시 역대 최대 적자를 경신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반면 내국인 해외여행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반면 반도체 수출이 또 급증한 덕에 경상수지는 71개월 연속 흑자를 잇게 됐다. 다만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흑자규모가 절반으로 줄었다.
<자료=한국은행> |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18년 1월 국제수지(잠정)'를 보면 지난달 서비스수지는 44억9000만달러로 적자를 기록했다. 직전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월(-17억1000만달러)에 이어 최대 적자 규모를 또다시 경신했다. 계절성을 고려해 전년 동월(-33억4000만달러)과 비교해도 적자 폭이 커졌다.
서비스수지 적자 절반이 여행수지 부진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여행수지는 사상 최대 적자 폭인 21억6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이전 최대 적자 규모인 작년 7월 17억9000억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해외로 떠난 한국인이 역대 최대로 늘어난 반면, 사드 배치 여파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반토막난 탓이다. 지난달 중국인 입국자는 전년 동월 대비 46% 감소한 30만5000명이었다. 전체 입국자 수도 전년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 21.7% 줄어든 95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지난달 해외출국자는 지난해 동월보다 22.4% 증가한 286만700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노충식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 이후 지난해 11월 말 한국행 단체 관광이 일부 허용됐으나 크루즈 선박과 전세기 취항 금지, 온라인 모객 금지, 롯데 관련 업체 이용 금지 등 매우 제한적인 조건에서 이뤄졌다”며 “게다가 한 달이 안 돼서 12월20일 다시 금지하고 같은 달 28일 재허용하자 일시적 허용처럼 느껴지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엔화 약세로 중국인의 일본 여행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전소득수지는 16억1000만달러 적자로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직전 최고치인 지난해 9월(-10억6000억달러)보다 적자 폭이 크게 증가한 수치다. 노 부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작년 12월 이후 증가하는 가운데 원화 강세로 개인 해외 송금 시기가 집중된 데 기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품수지는 81억1000만달러로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세계 교역 회복과 반도체 시장 호조에 영향을 받아 520억7000만달러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수출액은 99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52.9% 증가했다. 수입은 에너지류(원유·석탄·가스·석유제품) 단가 상승과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요 증가로 439억6000만달러를 나타냈다. 수출과 수입 전년 동월 대비 15개월 연속 증가세다.
상품과 서비스, 이전소득 등을 포함한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달 26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12년 3월 이후 71개월 연속 흑자다. 계절성을 고려해 전년 동월(53억달러)과 비교하면 흑자 폭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직전 달(40억9000만달러)과 비교해도 흑자 수준이 낮다.
노 부장은 “경상수지가 71개월 연속 증가한 것은 수출이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보여 상품수지가 크게 증가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유가 상승으로 경상수지 흑자 폭이 축소된 데다가 서비스수지와 이전소득수지가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하면서 흑자 수준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에 따른 흑자 폭 감소에 대한 질문에 “품목별로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면서 “중계무역순수출 감소가 있겠지만 큰 흐름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자본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은 41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는 14억달러,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는 12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내국인의 해외 증권 투자도 글로벌 주식 시장 호조로 해외채권 투자가 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인 105억7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규모는 70억8000만달러로 작년 12월 감소 이후 처음 증가로 전환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진 기자 (sue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