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핵 공격 명령할 수 있어선 안돼"
설문 응답자 60% "트럼프 핵 공격 권한 신뢰 안해"
[뉴스핌=최원진 기자] 일부 과학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유일하게 주어진 핵 공격 권한을 기존 의정서(protocol)에서 부통령, 하원 의장의 동의까지 구하는 형식으로 개정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AP> |
23일(현지시간) 미국의 핵과학자회보(The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논문 공동 저자 리즈베스 그론룬드는 "그 누구도 핵 공격을 명령할 수 있어선 안된다"며 "이렇게 위험한 정책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첫 번째 핵 공격이든, 핵 공격에 대응하는 것이든 상관없다. 다른 간부들도 핵무기 사용 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실행 가능한 대안이 있다"고 기술했다.
논문은 과학자 그론룬드와 함께 비영리 과학자단체인 '참여과학자모임(UCS)'애에서 글로벌시큐리티프로그램 임원인 미국 메릴랜드 대학 교수 스티브 페터와 과학자 데이비드 라이트가 공동 집필했다.
저자들은 미국연방비상관리국(FEMA)이 정부 내 높은 지위의 관료들의 위치를 지속적으로 추적하기 때문에 부통령과 하원 의장이 비교적 쉽게 핵무기 사용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만약 연방 정부가 미군 사령관이 살해되거나 무력화될 경우 현 시스템이 다른 사람에게 발사 권한을 신속하고 원활하게 이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면, 대통령 이외의 소수의 추가 의견 수렴을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에 대해 도발적이고 엉뚱한 발언을 하자 국민들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프로토콜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워싱턴포스트(WP)와 ABC 방송이 지난 15~18일 전국 남녀 유권자 1005명을 상대로 진행한 공동 여론조사(표준편차 ±3.5%포인트)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트럼프 대통령의 핵 공격 권한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정당한 이유 없는 핵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답한 응답자도 52%에 달했다.
저자들은 이런 우려가 가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워터게이트 스캔들 당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과음이 잦았고, 1974년 사임 발표 연설 때 그는 기자들에 "당장 내 집무실로 돌아가 전화기만 들면, 25분 안에 7000만명이 죽을 것이다"라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당시 미국 국방부장관이었던 제임스 슐레진저는 부하들에 "대통령 입에서 나오는 그 어떠한 긴급 명령"은 자신과 비서실장에게 먼저 알려야한다고 지시했지만, 대통령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만약 닉슨 전 대통령이 핵 공격 지시를 내렸다면 국방장관은 이를 막을 법적 권한이 없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부 장관도 현재의 의정서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 중 하나다. 저자들의 글을 본 그는 "핵 무기 발사 허가 과정을 개선해야한다는 긴급한 요구사항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이 논문은 현재 과정보다 훨씬 더 좋은 과정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