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당하거나 합리적이지 않아” 결론
[뉴스핌=김기락 기자]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한 추가조사위원회는 22일 “조사결과 법원행정처가 기획조정실을 중심으로 하여 평소 다수 법관들에 대한 여러 동향과 여론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정황이 나타난 문건들이 상당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법관들의 의견과 동향을 파악하거나 법관 여론 수렴을 위한 정보 수집은 ▲사법행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고, ▲그 방법과 절차도 가능한 한 공개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하며, ▲정보의 수집은 필요한 한도 내에서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수집한 정보가 부당하게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관들의 동향과 여론 등에 관한 비공식적인 정보수집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작성의 ‘각급 법원 주기적 점검 방안’이라는 문건에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법관 사찰’, ‘재판 개입’의 비판을 받을 우려가 크므로 극히 자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은 법원이 특정 판사들의 성향을 정리한 문서를 작성해 관리하며 활용했다는 내용이 골자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인 지난해 2월말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가 4월 블랙리스트 의혹이 사실무근이라고 결론 내렸으나, 지난해 9월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 취임 이후, 11월 추가조사위원회가 구성돼 최근까지 64일간 조사를 진행해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시스] |
위원회는 “법원행정처는 그동안 사법 불신에 대한 대응, 사법행정 목적의 달성, 법원장의 사법행정권 행사 보완 등을 이유로 가능한 공식적, 비공식적 방법을 모두 동원하여 법원의 운영과 법관의 업무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영역에 관해서도 광범위하게 정보수집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구체적으로는 심의관 출신 등의 이른바 ‘거점법관’을 통하여 해당 법원의 동향을 주기적으로 파악하고, 코트넷 게시판뿐만 아니라 법관들의 익명카페, 페이스북 등의 SNS에서까지 법관들의 동향과 여론을 파악해 왔다”며 “나아가 익명카페 등에 상고법원 설치 등 민감한 사법정책 현안에 대하여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글이 많이 게시된다는 이유로 익명카페 자진 폐쇄의 유도 방안까지 검토했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법관 등에 대한 동향 파악을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이 문건들은 사법정책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법관들의 활동에 대응할 목적으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들이 작성하여 보고한 문건들로서 인사나 감찰부서의 필요에 의해 작성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 볼 여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 내용 가운데 내부 게시판, 법관들의 익명카페, 페이스북 등의 SNS 및 행정처에 호의적인 법관들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법관들의 동향과 여론을 파악하고 익명카페의 자진폐쇄 유도방안까지 검토한 것은 수단과 방법의 면에서 합리적이라거나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특정연구회 소속 법관들을 핵심그룹으로 분류하여 그 활동을 자세히 분석하고 이념적 성향과 행태적 특성까지 파악하여 대응 방안을 마련한 것도 법관의 연구 활동에 대한 사법행정권의 지나친 개입으로 볼 수 있다”며 꼬집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