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월 정기국회 마무리 후 정치 '휴지기'
비공식 해외출장은 미집계…의원외교 강화요건 시급
[뉴스핌=김신정 기자] 지난 11일부터 임시국회가 시작됐지만 연말 분위기를 틈타 여야 의원들의 해외출장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정기국회가 끝나면서 '금족령'이 풀린 여야 의원들이 상임위원회별 또는 개인적으로 외국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2일 선거구제 개편 논의 등을 위해 첫 개헌 의총을 가졌는데, 의원 반절 이상이 불참했다.
추미애 당 대표는 러시아 집권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의 공식 초청을 받아 한러의원 외교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중이다. 김병관·박범계·박재호·백혜련 민주당 의원 등이 추 대표와 동행하고 있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은 현재 한스자이델정치재단 초청으로 독일에 머무르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13일부터 오는 20일까지 7박8일 일정으로 양국 교류 방안 논의를 위해 페루를 방문한다.
정 의장 페루행은 주호영 의원과 전혜숙 의원, 어기구 의원, 손금주 의원, 황열헌 의장비서실장, 정성표 의장정책수석, 박장호 국제국장 등이 수행한다.
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북핵 문제 대응 방안' 모색 차원으로 이날부터 15일까지 일본 도쿄를 방문한다. 여기엔 김광림·김석기·강효상·박성중 의원 등이 함께한다. 연말에 해외 출장 중이거나 예정인 의원은 많게는 100여 명에 달한다. 재적의원 298명 가운데 1/3이 해외에 있는 셈이다.
이처럼 여야 의원들이 연말을 맞아 대거 해외출장에 나서게 된 건 정기국회 내내 유지돼온 금족령, 즉 출국자제령이 최근 풀렸기 때문이다. 또 통상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과 1월은 국회 비수기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2018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사흘 넘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16차 본회의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그동안 각당 원내지도부는 내년 예산안 본회의 처리와 예산 부수 법안 등에 대비해 소속 의원들에게 출국 자제를 요청해왔다. 혹시 모를 팽팽한 '표 대결'을 염두하고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시한으로 소속 의원들의 출국 자제를 요청해 온 것이다.
앞서 지난 7월 민주당은 추가경정예산안 의결 정족수 미달 사태로 홍역을 치른 바 있어 의원 단속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당시 추 대표는 추경 표결에 불참한 26명에게 서면경고를 내린 바 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일찌감치 지난달 말 정당 의원들에게 공지문을 보내 "야당이 계속 협조하지 않을 경우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회기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국외활동을 제안하니 일정에 참고하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당과 국민의당도 정기국회 본회를 앞두고 '표 대결'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집안 단속을 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은 소속 의원들에게 "해외 출장은 물론 지역 일정도 잡지 말고 12월 말까지 국회 상황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한국당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의원들의 국외활동 자제를 요청했다.
의원들은 해외출장을 통해 해외제도 시찰 등 입법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국회 차원의 공식출장을 다녀올 경우, 종료 후 20일이내 의원외교 성과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보고서는 국회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문제는 목적이 불분명한 비공식 출장이다. 비공식출장의 경우 어떤 일정으로 꾸며지는지 의원들과 당사자들이 아니면 방문 목적을 파악하기 어렵다. 의원들의 해외출장은 세부사항 결정과 심의 모두 의원 스스로가 결정하고 처리하기 때문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올해 초 공개한 의회외교 분석자료에 따르면, 20대 국회가 개원한 지난해 5월부터 지난 1월 중순까지 국회의원의 출장 건수는 총 67건, 소요 예산은 22억여 원에 달한다.
시민단체에선 의원들의 해외출장의 목적이 뚜렷하고 투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회사무처에 제출된 의원 해외출장 보고서에는 여전히 출장 인원 명단 등의 비공개 항목이 많기 때문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실장은 "정기 국회가 열리기 전 12월과 1월이 정치 휴지기"라며 " 이 기간 의원들이 공직자로서 해외출장을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정 외교활동으로서 해외출장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원 해외출장 명단과 내용은 비공개가 많아 의원들의 비공식 해외출장까지 합치면 집계하기 어렵다"며 "예전부터 의회외교 요건을 강화하기 위한 실효적인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지만 고쳐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